“CJ올리브영 매장에 저희 일레븐코퍼레이션 브랜드를 처음 선보였던 날이 기억나요. 2021년 여름이었습니다. 집 근처 올리브영에 가서 제품 위치와 패널 배치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 보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에 괜히 매장을 맴돌았죠. 정말 행복한 추억이에요”
지난 23일 서울 중구에서 일레븐코퍼레이션 백창준 대표를 만났습니다. 일레븐코퍼레이션은 프래그런스 브랜드 에이딕트를 시작으로 그로우어스, 파넬, 루미르, 라덴스 등 5개 뷰티 브랜드를 론칭한 글로벌 K뷰티 기업입니다.
지난해 입점 3년 만에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고, 미국·일본·중국 등 20여 개국에 진출해 ‘5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CJ뉴스룸이 일레븐코퍼레이션 백창준 대표를 만나 브랜드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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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백 대표의 목표는 오직 창업이었다. 스무 살 무렵 활동하던 스쿠터 동호회에서 LED 액세서리를 공동 구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첫 사업으로 돈을 모아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2014년, ‘나만의 브랜드’를 목표로 경영학을 공부하던 백 대표에게 ‘K뷰티’는 기회의 땅으로 보였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사업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였다.
한국 화장품 유통 사업을 하며 뷰티 비즈니스에 대한 감을 키웠고, 2018년 ‘최고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 일레븐코퍼레이션을 창업했다.
올영에서 매출 100억, ‘아기유니콘’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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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알코올 프리 프래그런스 브랜드 ‘에이딕트’였다. 이후 2년 사이 ‘파넬(스킨 케어)’, ‘그로우어스(토털 스파)’, ‘라덴스(구강 케어)’ 등 브랜드를 연달아 론칭했다.
일레븐코퍼레이션은 사업 초반부터 해외와 국내 사업을 동시에 키웠다. 글로벌 유통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해외 현지 법인들을 세웠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면서 투자 유치까지 이어졌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엔 CJ올리브영과 맺은 파트너십이 주효했다. “백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CJ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제대로 된 의미의 ‘브랜딩’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장 먼저 입점했던 제품은 그로우어스의 ‘노워시 트리트먼트’였다. 제품력을 인정받아 같은 브랜드의 샴푸를 추가로 입점했고, 이어 ‘파넬’의 쿠션 등 다른 브랜드까지 입점을 확대했다. 처음엔 제품이 주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의 인지도가 함께 커졌다.
“신생 브랜드에겐 소비자와 소통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일이 정말 어려워요.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판매와 마케팅뿐 아니라 제품 개발까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요. 소중한 기회들을 통해 고객분들께 각인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감사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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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인디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CJ올리브영과 해외 진출 직거래 파트너십도 맺었다. 제품력은 물론 디자인, 마케팅, 기획, 구성 등 사업 역량을 고루 갖춘 일레븐코퍼레이션의 성장 가능성 덕이었다.
그 결과 ‘그로우어스’와 ‘파넬’이 입점 3년 만에 (CJ올리브영 내) 매출 100억을 달성했고, 에이딕트 ‘오드퍼퓸 보이드우드’와 파넬 ‘시카마누 세럼쿠션’이 각 카테고리에서 판매 랭킹 1위에 올랐다. 이후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일레븐코퍼레이션을 ‘아기유니콘’*으로 선정했다.
*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 및 지원하는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 기업
“올영 MD와 브랜드가 ‘원 팀’으로 협업”
백 대표는 올리브영 입점의 가장 큰 장점으로 MD와의 협업을 꼽았다.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제품, 마케팅, 유통이 잘 맞물려 시너지를 내야 해요. 올영 MD들이 브랜드의 장·단기 방향성 설정은 물론 매출 KPI 설정, 제품 기획, 판매 단계까지 브랜드와 ‘원 팀’처럼 움직이시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로우어스 브랜드의 인지도를 확실히 다진 ‘노워시 트리트먼트’의 성공에도 올리브영 MD와의 협업이 핵심이었다.
“2023년 말, ‘그로우어스’ 브랜드의 신규 라인업을 출시하려는 계획이 있었어요. 당시 올리브영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미팅 자리에서 MD분이 다른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지금은 신규 제품 출시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Hero 상품에 집중해 보면 어떻겠느냐’고요. 확장도 좋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하게 다질 타이밍인 것 같다는 피드백이었죠.”
백 대표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라인업 확장을 잠시 미뤘고, 기존 핵심 제품이던 ‘노워시 트리트먼트’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한 해 동안 연간 제품 매출 47억 원을 돌파했고, 올리브영 헤어 케어 어워즈 3위를 수상했다. 올리브영의 개발 요청으로 오는 3월엔 새로운 향을 담은 노워시 트리트먼트도 론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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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표는 전국에 촘촘하게 뻗은 오프라인 인프라도 올영과의 협업 장점으로 꼽았다. 별도의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올리브영 입점만으로도 전국의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제품력이 좋은 인디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있다. 특히 글로벌까지 확장한 온라인몰이 인디브랜드에겐 큰 동기부여가 된다. “올리브영은 한마디로 ‘인큐베이터’예요. 제품력만 좋으면 신규 브랜드라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해외에 진출할 땐 ‘올리브영에 입점했다’는 말 한마디로 브랜드의 신뢰도를 증명할 수 있어요.”
“‘K뷰티’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올영과 함께 FLY”
일레븐코퍼레이션의 다음 행선지는 글로벌이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현지 법인을 설립해, 현재는 총 2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23년 12월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오백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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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브랜드들의 글로벌 성공 공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국내에서 유명하지 않아도 현지 트렌드를 잘 공략해 성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한국 문화의 위상과 K뷰티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해외 소비자들도 ‘한국에서 잘 나가는 제품’을 먼저 찾는다.
“해외에 나가 H&B 매장 매대 앞에 가보면 놀라실 거예요. 외국인들이 스마트폰으로 한국 내 CJ올리브영 카테고리 판매 랭킹을 확인하는 모습이 흔히 보여요. 일본의 LOFT(로프트) 등 해외 H&B 브랜드의 MD들은 올영 어워즈 수상 이력 등 올리브영 레퍼런스를 필수적으로 확인합니다. 국내에서 잘돼야 해외에서도 잘되는, ‘올리브영 플라이휠 효과’가 확실히 증명된 거죠”
백 대표는 K뷰티의 후광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K뷰티’라는 수식어 없이 글로벌에서 바로 통하는 브랜드 파워를 갖겠다는 의미다.
“파넬, 루미르, 그로우어스, 에이딕트, 라덴스라는 브랜드 자체로 해외에서 살아남고 싶어요. 탁월한 제품력, 우리가 가진 정체성, 그리고 ‘진심’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일레븐코퍼레이션의 여정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