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경주황남점 신유림 님 인터뷰
CJ올리브영이 지난 9월 경주시 황리단길에 한옥 매장을 열었습니다. 대릉원, 첨성대 등 경주시의 대표 문화유산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기와지붕과 서까래 등 한옥 건축 양식을 차용했습니다. 경주를 찾는 내·외국인들의 발길을 붙잡는 ‘랜드마크’로 기대되는 매장이죠.
이 매장, 운영을 책임지는 점장님이 ‘94년생’으로 올해 서른입니다. 10년 전 올리브영 ‘메이트(매장 아르바이트)’로 입사해 매장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점장까지 올랐습니다. 젊은 리더십 육성에 공을 들이는 CJ올리브영은 점장급 직원 4명 중 1명이 90년대생이라고 하는데요. CJ뉴스룸이 경주황남점 신유림 님을 만나 올리브영과 함께 성장해 온 10년 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메이트에서 점장까지, 그간 커리어를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2014년에 청주 서문점에 메이트로 입사했습니다. 2016년에 청주 성안길점으로 옮겼고, 2017년 정직원으로 다시 입사했어요. 대구 칠곡점, 만촌점, 중앙로점 등에서 일했고요. 2020년 포항 이동점에서 점장으로 첫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이후 홈플러스 칠곡점 점장을 거쳐 올해 경주 황남점을 오픈했습니다.
이렇게 CJ올리브영에서 벌써 10년을 보냈네요. ‘아, 역시 천직이구나!’ 싶어요.(웃음)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하셨네요. 각 지역에 연고가 있으셨나요?
아니에요. 그간 근무했던 대구나 포항, 경주 모두 아무런 연고가 없었어요. 고향이 충청북도 충주입니다. 고향을 벗어나 다른 도시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고 싶어 일부러 타지로 입사 지원을 했어요. 기왕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제가 원하는 곳에 가서 하고 싶었습니다.
CJ올리브영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올리브영 입사 전부터 서비스직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거든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람에게서 행복감을 얻기도 하는구나’ 생각했죠.
CGV, 유명 카페 체인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올리브영 구인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싶었지요.
친구들 사이 제 별명이 ‘올영언니’였어요. 코스메틱 덕후였거든요. 당시만 해도 ‘브랜드 로드샵’ 형태의 점포들이 크게 유행할 때인데,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데 모아둔 CJ올리브영은 굉장히 신선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지원했고, 면접을 보러 갈 때도 굉장히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메이트 근무 시절은 어땠나요?
메이트 시절은 저에게 정말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청주성안길점에서 근무할 당시엔 밖에서 직접 발로 뛰며 홍보하는 건 물론이고, 마이크를 잡고 직접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그 일이 저에겐 너무 재밌는 일이었거든요.
‘길을 지나가는 짧은 순간, 고객이 집중하게 하려면 어떤 멘트를 하는 게 좋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고민을 항상 했던 것 같아요. 상품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상상을 자극하는 생생한 사용감과 표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면 구매까지 더 잘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죠.
예를 들어, 단순히 ‘모공엔 깐 달걀 팩이 가장 좋아요’가 아니라, ‘여름철 3대 피부 고민 아시죠? 피지, 모공, 각질’. 이걸 한 번에 케어 하는 깐 달걀 팩인데요. 천연 팥 스크럽으로 민감 피부도 안심 사용 가능해요, 고객님’ 하는 식이었어요.
결과적으로 매장에서 판매촉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메이트 판매 경합에서 제가 늘 압도적으로 1위였어요. 주변 메이트들이 항상 노하우를 묻곤 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동료 메이트에게 세일즈 멘트를 전파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희 매장에 상품 판매를 잘하는 메이트들이 여럿 모여있더라고요.
메이트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나 고객이 있으신가요?
정말 많은데요. 하나만 꼽자면 상견례를 하러 가기 전 매장에 들른 예비 신부 고객님께 메이크업을 해드린 게 기억에 남아요.
메이크업에 서툴고 어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하시던 분이었어요. 올리브영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기 상품만 골라 고객님만을 위한 메이크업을 해드렸죠. 정말 친한 지인이 상견례를 한다는 마음으로 서툴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객님도 너무나 만족하시며 감사 인사와 함께 퇴점하셨는데, 며칠 뒤 쉬는 날에 동료 직원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 고객님이 다시 매장을 찾아오셨다고요. 올리브영 덕분에 상견례를 잘 끝냈다고, 그날 사용한 제품을 모두 구매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너무 기쁜 마음으로 제가 사용했던 상품들 목록을 알려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정말 메이크업을 잘해서 오신 건 아니었어요. 저도 누군가를 메이크업해 준 경험이 없었거든요. 다만 제가 고객을 진심으로 위했던 마음이 고객에게 닿았던 것 같아요.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노력의 계기와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내 일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재밌게 할 수밖에 없었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메이트로서 매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다양하거든요. 고객님과 최접점에서 만나는 일이니까요.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접해보면서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를 얻기도 하고요. 더 알고 싶다는 욕심에서 더 열심히 뛸 수 있었어요.
메이트로 근무하시던 시절과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임감’, ‘영향력’,‘시야’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메이트는 고객 응대, 단순 업무를 주로 하죠. 매장의 모든 것을 총괄로 책임지는 점장이라는 직책을 실제로 경험해 보니 책임감의 무게가 가장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장이 하는 행동과 말이 얼마나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체감해요.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객 앞이나 구성원들을 대할 때 더 긍정적인 언어와 마인드를 갖추고요.
마지막으로 진열대와 상품에만 집중하는 메이트와 달리 매장 내외부 환경과 지역의 특색, 시장의 변화, 트렌드까지 더 넓은 시야로 매장을 바라본다는 점도 메이트와 점장의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유림 님만의 시야, 인사이트는 어디서 오나요?
메이트 시절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 일하며 쌓아온 다양한 고객 경험에서 오는 것 같아요. 매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백 명이 넘는 고객님들을 만나는데요. 불편한 점은 없는지, 매장 내외부 시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이런 고민을 깊게 하다 보면 고객 관점에서 매장을 바라보게 돼요. 그러면 저의 서비스 또한 객관화되고요.
올리브영과 함께한 10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그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메이트에서 점장까지 올리브영과 함께한 10년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업무 외에도 많은 것을 배웠고, 노력한 만큼 쉽게 경험하기 힘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뷰티 리테일 기업이자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올리브영’이라는 회사에서, 그것도 한 매장의 점장으로 근무하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점장이 돼서도 스스로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성장의 경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보시는 취업 준비생분들이 계신다면, 건강한 아름다움,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제안하고, 즐거운 쇼핑 경험을 심어주며 현장 전문가이자 고객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올리브영에서 다양한 기회들을 만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른 나이인 20대에 리더(점장)가 되셨는데요. 94년생 점장으로서 어려웠던 점이나 극복해야 했던 점도 말씀해 주세요.
처음 점장이 됐을 때 책임져야 할 구성원이 생기니 ‘리더십’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한 매장을 책임지면서 각기 다른 장점과 특성을 가진 구성원들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게 큰 숙제처럼 느껴졌죠.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요.
‘우리 매장의 목표에 모두가 공감하게 할 방법은 뭘까?’
그때도 지금도 가장 큰 고민이에요. 솔직히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어요. 단지 저의 목표와 생각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또 리더가 말로만 지시하는 것보단 솔선수범을 보이며 행동하는 게 확실히 매장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제가 먼저 행동하려 하죠. 매장 운영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점장이라는 큰 책임을 맡을 수 있게 한 본인만의 강점/장점을 꼽으신다면요?
서비스/세일즈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품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이 더 즐겁고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실제로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퍼스널 컬러 컨설턴트 자격증과 조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저만의 ‘세일즈 화법’ 노하우를 전파하기 위한 교육 영상도 만들었어요. 이 지식을 바탕으로 동료 점장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요. 현재는 신임 트레이너와 캡틴을 대상으로 매달 교육체를 운영하며 사내 강사로 활동 중이에요.
이처럼 메이트에서 점장이 되기까지 십 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성장하고자 멈추지 않고 노력했던 저의 열정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과 에너지가 대단하신 것 같아요. 추진력의 비결이 있을까요?
도전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단 하는 편이에요. 매장 업무는 루틴처럼 반복되지만, 잘 찾아보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거든요.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당연히 힘든 상황도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 순간들이 모두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무언가를 도전하고 해냈을 때 그 성취감, 실패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함으로써 얻는 소중한 경험들, 그것들이 저를 움직이는 것 같아요.
일에서 원동력을 얻었던 순간을 하나만 꼽는다면요.
가장 최근의 일을 꼽자면 역시 올리브영 경주황남점을 구성원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오픈하기까지의 과정들이 떠올라요. 고객님들께서 매장이 너무 예쁘다, 방문해 본 올리브영 매장 중에 가장 개성 있는 것 같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그럴 때마다 점장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죠.
또 교육체 강의 후 구성원들이 ‘감사하다’, ‘이해가 쏙쏙 된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단순히 좋은 말을 들어서 아니라 이 일을 해내기 위해 내가 쏟은 시간과 노력이 빛을 발한 거니까요. 그럴 때 스스로 정말 자랑스러워져요.
앞으로도 크고 작은 도전을 통해서 이런 순간들을 주저 없이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단 목표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체를 운영할 때, 실제로 강의는 1시간 남짓이지만 강의를 준비하는 데는 10시간 이상이 걸리거든요. 한정된 시간 안에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벅차요. 그래서 굳이 실패에 대해 걱정을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도 말씀해 주세요.
성장에 한계가 없는 점장이 되는 게 목표예요. 지난 10년간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 봤어요. 다른 사람이 저를 인정해 줄 때보다 제가 저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런 원동력을 주는 크고 작은 순간들을 만들어가며,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는 점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