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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산업을 이끄는 백만장자 노인이 있다.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은 그는 이제 그가 죽은 이후,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궁금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후의 명성 혹은 세간의 평가도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그는 무엇을 해야 – 정확하게는 어디에 어떻게 돈을 써야 – 사람들이 자신을 추앙할지 궁리한다. 뜻밖에도 노인의 결론은 영화다. 뛰어난 감독과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훌륭한 예술 영화라면, 기꺼이 후한 제작비를 대겠다고 노인은 선언한다. 여기까지는 모든 영화감독의 판타지 같다. 그러나 이내 모든 영화감독들의 악몽이 펼쳐진다. 옥미나 | 영화 평론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배웁니다 좌충우돌 지상 최대의 걸작 만들기 프로젝트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메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원작 소설 ‘라이벌’의 판권을 구입하고, 유명 영화제를 휩쓴 스타 감독 롤라 쿠에바스(페넬로페 크루즈)를 기용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부모의 죽음으로 시작된 반목이 한 여자를 두고 걷잡을 수 없이 꼬이면서 결국 서로를 파멸시키는 형제의 이야기에 캐스팅된 두 주연 배우들의 면면이다. 배우들의 존경을 받는 연기 거장 이반 토레스(오스카 마티네즈)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슈퍼스타 펠릭스 리베로(안토니오 반데라스), 너무 다른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견제, 거짓말과 속임수, 마침내 갈등과 분노가 폭발하는 일련의 과정이 <크레이지 컴페티션>을 블랙 코미디로 완성시킨다. 경쟁으로 시작해 경쟁으로 끝나는 영화 속 영화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인 천재 감독 롤라 쿠에바스와 연기 거장 이반 토레스, 월드스타 펠릭스 리베로(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의 표면에 드러나는 것은 배우 역할을 맡은 두 배우가 연기하는 우스꽝스럽고 필사적인 경쟁이지만, <크레이지 컴페티션>에는 창작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안, 결과물에 대한 중압감,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번민의 시간도 담겨 있다. 늘 자신만만하게 보이는 천재 감독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의 영화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최종 결괏값’만을 보여준다면,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캐릭터를 파악하고, 대사를 분석하고, 리허설하는 각각의 단계를 통해 감독과 배우들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영화 제작 산업의 새로운 단면을 노출한다. 애초에 이 갈등 관계를 설계한 것은 롤라 쿠에바스 감독이다. 서로 맞지 않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다음 두 사람을 자극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리허설을 핑계로 극단까지 몰아붙이며 배우들의 자존심을 짓밟는다. 두 배우 사이에 끼어들어 자신의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배우의 효과적인 조련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육체를 무기로 삼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이 ‘크레이지 컴페티션’ 관계는 직선의 양쪽 끝에 위치한 두 배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 개의 꼭짓점을 이루는 감독과 배우들의 팽팽한 긴장으로 확대된다. 영화의 모든 것을 풍자하는 영화 천재 감독에 괴짜 기질이 있는 롤라 쿠에바스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진실된 연기를 끌어내고자 한다(출처: 네이버 영화) 롤라 감독의 역할에 집중하면, <크레이지 컴페티션>과 그들이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라이벌’의 유사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서로를 경멸하고, 경쟁하지만 ‘따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며 운명 공동체라는 본질은 비단 형제들뿐 아니라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사이에도 작동하는 숙명이다. 예술과 삶에 대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크레이지 컴페티션>(출처: 네이버 영화) 진지한 연기 거장인 형 이반이 다소 경망스러운 영화 스타 펠릭스의 멱살을 움켜쥐고 네가 부모를 죽였다고 호통치는 순간에는, 얼핏 이 부모라는 존재가 실은 어떤 종류의 영화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마침내 펠릭스가 능청스럽게 형의 자리를 꿰차고 그 내막을 뻔히 알면서도 모두가 눈감는 대목에 이르면, 이 영화를 만든 감독들의 야심은 단순히 영화 제작 현장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영화 산업과 그 변화에 대한 통렬한 풍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크레이지 컴페티션>의 연출을 맡은 가스톤 두프라트와 마리아노 콘은 2019년 의기투합한 이래 총 10편의 영화를 공동 연출한 아르헨티나의 듀오 감독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촬영을 앞둔 배우들의 에피소드는 분명 희화화되고 과장되어 있지만, 이따금 영화판에 전설처럼 떠도는 소문들과 겹쳐지기도 한다. 배우들은 인터뷰 카메라 앞에서 절대로 말하지 않고, 관계자들은 결코 말할 수 없는 현장의 온갖 이야기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제작 현장마다 존재하는 모양이다.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듀오 감독인 가스톤 두프라트와 마리아노 콘이 연출을 맡았다.페넬로페 크루즈X안토니오 반데라스X오스카 마티네즈 등 주연배우들이 출연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12월 28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비롯해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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