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한국프로야구 중계를 시작한 티빙은 새로운 과제를 발견했다. 야구 경기를 보려고 티빙에 접속한 사람들의 30%가 야구 외에 다른 콘텐츠를 전혀 보지 않았다. 티빙은 지난해 총 시청시간(하루 기준)으로 글로벌 OTT를 전부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수만 건의 킬러 콘텐츠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야구 팬들에게 티빙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가닿지 않은 것이다.
해답은 ‘데이터’에 있었다. AI를 기반으로 검색 기능을 고도화하고, 이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해 콘텐츠 제안 기능을 개선한 결과였다. 데이터를 단순 분석하는 것을 넘어 실제 소비 패턴을 변화시켰다. 그러다 시즌 후반, 야구 외에 다른 콘텐츠를 보지 않는 ‘단일 소비층’ 비율이 20%까지 줄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CJ뉴스룸이 티빙 데이터팀의 권순목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 팬 심리 읽는 비결, ‘데이터’에 있었다
“야구 팬들은 왜 야구 경기만 볼까?”
티빙 데이터팀 권 CDO가 지난해 3월과 4월 데이터를 처음 분석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단일 소비층’이었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는 고객 열 명 중 세 명이 다른 콘텐츠는 전혀 보지 않고 야구만 본 다음 나갔다.
프로야구만 보는 이용자들을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로 유도하고, 야구를 보지 않는 이용자들을 야구 중계로 유도하는 것. 지난 1년간 티빙 데이터팀의 미션이었다.
티빙 데이터팀은 가장 먼저 KBO 리그 개막 시점에 맞춰 유입된 신규 이용자들의 시청 데이터를 분석했다. 권 CDO는 “이용자가 어떤 경기를 보고, 어떤 클립에 오래 머무는지를 확인했더니 일종의 ‘패턴’이 보였다”고 말했다.
“야구 팬들은 짧은 시간에 여러 콘텐츠를 자주 보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경기를 라이브로 시청했더라도 뒤이어 해당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거의 모두 시청했습니다. 선호도와 목적성이 아주 명확하죠.”
티빙 데이터팀은 스포츠 팬들의 특성과 시청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 이용 환경을 전면 개선했다. 1년간 노력한 결과 ‘야구만 보고 나가는’ 단일 소비층 비율이 10%p 줄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야구 팬덤 특성 반영한 맞춤형 UI/UX
티빙은 이용자의 앱 이용 동선 데이터에서 발견한 패턴을 활용해 콘텐츠 진열 구조를 조정했다. 최근 경기 클립을 최상단에 배치하고, 하이라이트·풀영상·쇼츠 등 콘텐츠를 유형별로 구분 정렬했다. 이용자들의 탐색 경로와 즐기는 콘텐츠가 함께 바뀌었다.
“스포츠 팬덤은 팀과 선수에 대한 애착이 높고,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특성을 티빙 서비스에서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기 콘텐츠는 물론, 팀과 연계된 그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를테면 KBO 콘텐츠 전용 섹션인 ‘KBO 스페셜관’을 신설하는 식으로요.”
권 CDO는 KBO 스페셜관을 ‘앱 내 구조 자체를 야구 팬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 맞춤형으로 구성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한 카테고리에서 생중계와 하이라이트, 다양한 야구 관련 콘텐츠들을 한 번에 탐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밖에도 KBO 타임머신, 멀티뷰, 오디오 모드 등 OTT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경기별, 선수별 콘텐츠 탐색이 가능한 검색 기능으로 원하는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쇼츠 시청 후 전체 영상으로 전환되는 기능도 만들었다. KBO의 방대한 데이터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경기 중계 화면에 대진표, 이닝별 득점, 주요 기록, 전력, 라인업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티빙 중계만의 장점이다.

AI 활용한 검색 시스템… 콘텐츠 추천까지 연계
티빙 데이터팀이 가장 주력한 건 검색 기능 개선이다. 콘텐츠 선호도와 목적성이 분명한 프로야구 팬들이 원하는 정보를 한 번에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티빙은 검색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AI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미 중심 검색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KBO 하이라이트를 검색할 때 원하는 결과값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팬들이 자주 쓰는 구어체나 오타까지도 정확하게 인식해 검색한다.
데이터팀은 먼저 다양한 동의어 사전을 구축해 KBO 하이라이트를 검색할 때 원하는 결과값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2점 홈런’이라는 단어에는 ‘투런’ ‘투런 홈런’ ‘투런포’ 등의 단어를 연결했고, ‘결정타’를 검색하면 ‘끝내기’ ‘결승안타’ 등의 결과값까지 한 번에 나오도록 했다. ‘결승타 친 선수’를 입력해도 관련된 콘텐츠가 노출된다.
“경기 정보, 경기 영상, 영상 정보 데이터(출연자·타이틀 등), 문자 중계 데이터 등 저희가 가진 모든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OTT 업계에서 특정 분야 검색에 이 정도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예요. ‘검색’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OTT 이용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를 도출하는 건 기본이죠. 거기서 끝이 아니라, 그 ‘다음’이 있어야 합니다.”

티빙은 검색 기록과 클릭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추천 키워드’와 ‘카테고리’를 능동적으로 생성해 이용자의 탐색 경험을 확장했다. KBO 관련 콘텐츠는 콘텐츠 자체의 정보도 타 장르 콘텐츠보다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적용했다. 팀과 선수들의 특성과 정보, 게임 해설 정보, 최근 흐름 등을 이용자 데이터와 조합해 KBO 콘텐츠뿐 아니라 <최강야구>, <야구대표자> 등 스포츠 팬들이 좋아할 만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선별해 노출한다.
“프로야구 경기만 시청하는 ‘단일 소비층’과 야구를 전혀 보지 않는 소비층, 야구를 좋아하면서도 그 외 콘텐츠까지 많이 보는 소비층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으려 합니다. OTT에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너무 강력하게 작동하면, 이용자들이 피로를 느끼게 돼요. 소위 SNS의 ‘버블 효과*’ 같은 것이지요. 극단적으로 비슷한 콘텐츠만 추천하기보다는, 이용자의 시청 리듬이나 장르 이동 경로까지 반영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버블효과 : 사용자에게 맞게 필터링 된 정보가 마치 거품처럼 사용자를 가둬버렸다는 비유

“모든 이용자가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 경험할 수 있게”
“티빙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지 않는 조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어떤 액션이든 데이터를 통해 사전에 근거를 확보하고, 사후에도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죠.”
권 CDO는 티빙의 장기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이렇게 파악한 이용자 행동을 기반으로 다시 서비스의 기능과 구조를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검색과 추천은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검색, 추천의 개인화를 넘어, 앱 메뉴와 UI/UX까지 개인화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콘텐츠 배치 순서, 메뉴 노출 위치, 탭 구성까지 이용자 데이터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하는 구조를 준비하고 있어요. 추천 콘텐츠 목록은 물론 탐색 동선 자체가 맞춤형으로 최적화되는 것입니다.”
권 CDO는 “이용자 한 분 한 분이 자기 자신에게 최적화된 콘텐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준비 단계지만,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티빙은 빠르면 올해 말부터 데이터에 기반해 유동적으로 변하는 UI/UX를 적용하고, 사용자 반응을 측정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