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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편적이지만 가장 특별한 감정인 사랑과 이별은 멜로 영화의 주요 소재이자 동력이다. 시놉시스만 봐도 예상 가능한 결말이 될 것 알지만 기어코 엔딩크레딧까지 지켜보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바 있는 사랑과 이별 때문.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엮어낸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남과 여’는 반 세기가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추억 속 영화로 남겨져 있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부는 계절에 반갑게도 ‘남과 여’의 후속작인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이 관객을 찾아온다. 54년 만에 만나는 오래된 연인은 여전히 찬란함을 빛낸다. 옥미나 | 영화 평론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배웁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에 빛나는 ‘남과 여’ 제1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 호평을 받은 ‘남과 여'(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1966년 개봉된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남과 여’를 직접 본 적은 없는 이들에게도, 지금도 여전히 CF나 각종 대중 매체에서 자주 인용되는 프랑시스 레이 작곡의 주제가 ‘Un Homme et Une Femme’의 ‘바다바다’ 스캣은 귀에 익을 것이다.이처럼 스토리보단 음악으로 더 기억하는 ‘남과 여’는 흑백과 컬러 화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은 정적인 화면과 속도감이 강조된 역동적인 화면을 오가면서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여인 안느(아누크 에메)과 카레이서 장 루이(장 루이 트랭티냥)사이의 사랑과 이별의 애잔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다룬 작품이다. 극중 주인공들이 느끼는 순간의 감각들을 섬세하게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는 1966년 제1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당시 20대였던 클로드 를르슈 감독은 이 작품으로 사상 최연소 황금종령상의 영예를 안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그만큼 대단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반세기를 넘겨 개봉하는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은 자연스럽게 추억의 상자를 열게 한다. 이별을 고하고 파리 기차역에서 아픈 얼굴로 포옹했던 두 사람이 재회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호기심은 영화의 또 다른 동력이자 매력인 셈이다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남과 여’의 진정한 속편 ‘남과 여’의 진정한 속편이라 말할 수 있는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모호하게 열린 결말처럼 보였던 ‘남과 여’. 두고두고 관객들은 안느와 장 루이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그래서 마침내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을지 궁금하게 여겼다. 이런 관심 속에 1977년에는 ‘남과 여 2’라는 제목으로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확히 후속편이라고 볼 수 없었다.원제는 ‘Another Man, Another Chance(다른 남자, 다른 선택)’인데다, 전혀 다른 배우들이 출연한 미국 배경의 서부극이었다. 당시 수입사는 ‘남과 여’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호도할 욕심으로 애꿎은 제목을 붙였던 것. 1986년에는 클로드 를르슈 감독이 직접 ‘남과 여 20년 후’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편의 남녀 주인공들이 그대로 등장하여, 40대 된 이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다시 한번 사랑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은 ‘남과 여’에 미치지 못했다. 54년만에 돌아온 남과 여의 찬란한 재회! 치매를 소재로 재회의 애틋함을 부각시킨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제 5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20대에 영화를 만들었던 클로드 를르슈 감독은 80대에 접어들었고, ‘남과 여’의 안느와 장 루이의 재회를 다룬 작품에 ‘The Best Years of a Life(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여전히 찬란한’ 즉, ‘화양연화’인 셈이다.이같은 감독의 의도가 담긴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은 젊고 아름다운 상대에게 바치는 열정적인 사랑을 넘어, 내가 간직한 그의 이미지나 추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성장과 변화, 그가 살아온 인생을 마주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 그것이 진정성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극중 장 루이는 치매 증세로 아들의 도움을 받아 재회하게 된 안느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만 당신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닮았다고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남과 여’의 장면과 음악이 교차되는 동안, 우리는 그 순간이 안느와 장 루이의 회상이라는 것 알아차릴 수 있다. 더 나아가 당시에는 인생의 무언가를 모르는 상태로 그저 선택하고 행동하는 주체였다면, 이제야 그 각각의 순간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깨닫게 된 이들의 회한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두 사람의 행복한 순간들, 새롭게 쌓이는 추억인가 싶은 장면들이 매번 꿈으로 이어져 안타까운 마음은 더 오래 남는다.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난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애잔하고, 웃고 있어도 여전히 슬픈데 그것이 사랑이라 그런 것인지, 혹은 사람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깨닫아버려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재회’라는 단어는 피천득의 시 ‘인연’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필자는 아사코를 만난 것을 왜 후회했을까. 분명 세번째 만남에서는 본인이 간직했던 아사코의 이미지 혹은 그의 기대치와 세월을 지나 달라진 그녀의 진짜 이미지가 충돌했을 것이다. 현재의 아사코를 만나 후회했다면, 그에게는 본인이 기억하는 아사코의 이미지, 온전히 자신의 소유물인 추억이 더 중요했던 셈. 안느와 장 루이 또한 그러했을까! 이들의 보편적이고도 특별한 감정적 동요는 또 한 번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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