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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발레리노가 되길 강요받았던 존재, 모어. 그/녀의 존재는 사회적 언어로 쉽게 정의될 수 없다. 발레를 전공한 드래그 퀸으로서 가장 보수적인 클래식부터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최전선 모두를 섭렵한다. 사회는 그/녀를 남성으로 규정하지만, 본인은 그 어떤 젠더 규범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따라서 그는 절대적인 ‘소수자’다.  영화 <모어> 메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이일하 감독의 <모어>는 그렇게 어디에도 속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모어의 삶과 예술혼, 그/녀를 향한 사회적 시선을 흥미롭게 고찰한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모지민, 모어, 그리고… 그/녀를 수식하는 것들 드래그 퀸 분장을 한 모어(출처: 네이버 영화) 활동명 모어, 본명 모지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춤이 좋았고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 터라 그/녀의 전공은 스스로에게 절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낯설게 바라본 이들은 주변인들이었다. 10대 때는 게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겪어야 했고 대학 때는 발레에서 규정한 남성 발레리노로서 맞지 않는다고 폭력을 당해야 했다. 사회적 규범이 정해놓은 젠더 롤에 자신을 욱여넣고 싶지 않았던 모지민은 일상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이태원의 드래그 퀸 클럼 ‘트랜스’를 만나고부터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녀는 스스로를 모어라 부르며 드래그 퀸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날개를 달았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무용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안무가로서, 드래그 퀸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때는 주목받고 싶지 않다던 모어. 오히려 자신의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던 (<더뮤지컬> “인터뷰 [CULTURE INTERVIEW] 드래그 퀸 모지민 [No. 165]”)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우리는 다큐멘터리 <모어>를 통해서 보다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모든 경계선에 선 자들을 향한 사회적 폭력에 일침을 가하는 감독 일상의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어(출처: 네이버 영화) 이일하 감독은 2000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타마미술대학, 일본대학 예술학 대학원, 오사카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이후 포스트 프로덕션 회사, 일본의 공영방송에서 근무했고 지금까지 총 세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울보 권투부(2014)>는 일본의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권투부 아이들의 꿈을 향한 도전기를 힘 있게 그려냈다. 두 번째 작품인 <카운터스(2017)>는 일본에서 최초로 ‘혐오표현금지법’을 이끌어낸 일본의 시민운동 ‘카운터’ 운동의 주역들을 조망한다. 혐한시위대의 폭력적인 행동 속에서도 비폭력, 반혐오, 반차별을 외치며 일본의 시민운동 패러다임까지 바꿔버린 그들의 활약을 이일하 감독은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끈질기게 기록해낸다. 모지민 배우의 유년 시절 일기장과 연습 사진을 콜라주한 모습(출처: 네이버 영화) 이전 작품들을 통해서 드러난 이일하 감독의 작품 세계는 모든 경계선에 선 자들이 그 경계를이전 작품들을 통해서 드러난 이일하 감독의 작품 세계는 모든 경계선에 선 자들이 그 경계를 허물고 넘어서는 도전의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규범 속에 길들여지고, 복속하는 존재가 아닌 오히려 다름을 외치고,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균열을 야기하는, 어떤 의미에서 ‘불순한 존재들’에 대한 감독의 관심은 <모어> 속 모어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래서 성전환 수술을 해야만 하나의 성으로 규정되어 인정받는 존재가 될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며 춤을 추는 모어를 가만히 응시한다. 한국의 대중들이 트랜스젠더에게 갖는 혐오들, 드래그 퀸 아티스트들에게 갖는 편견들을 유쾌하게 뛰어넘는 <모어>는 그런 의미에서 분명한 ‘퀴어영화’다. 화려하면서 쓸쓸하고, 아름다우면서 퇴폐적인 모어의 움직임 재래시장에서 춤추는 모어의 모습(출처: 네이버 영화) <모어>는 곳곳에 모어의 춤추는 장면을 삽입해 놓았다. 드래그 퀸 아티스트로서의 그/녀를 떠올린다면 지극히 동의되는 선택이지만 막상 표현된 장면들은 단순히 모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화 속 춤 장면들 위에는 모어의 내레이션이 깔리는데 그 내레이션은 그/녀의 삶에 대한 반추이자 성찰의 한 조각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내레이션과 함께 등장하는 그/녀의 춤 또한 모어의 삶 그 자체이자 또 다른 모어‘들’에 대한 찬양으로 전달된다. 모어가 춤추는 공간은 일상의 거리, 유흥가, 전통 시장, 시골의 트랙터 위 등등 어떤 카테고리도, 형식적 통일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디서도 춤을 출 수 있고 그/녀가 춤을 출 수 없는 공간은 마치 없다고 선언이라도 하듯 모든 공간은 그/녀의 무대이다. 실재 삶 속에서 그/녀는 여전한 편견과 한계들 속에서 맞서 싸워나가고 있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 춤추는 모어의 모습은 한없이 자유롭고 당당하다. 이태원 클럽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던 모어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더 높은 세상을 향해 날갯짓하며 날아가는 모습을 우린 다큐멘터리 <모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벚꽃 나무 아래에서 춤을 추는 모어(출처: 네이버 영화) <모어>가 공개되고 난 뒤, 영화진흥위원회 데이터베이스에 <모어>는 당당히 한 편의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모어>의 주인공인 ‘모어’는 기록되지 못했다. 그/녀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존재란 이유 때문이었다. 주인공 이름이 기록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모어의 표현처럼 ‘후진’ 사회.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답답한 현실에 우울해하고 분노만 하고 있을 것인가? 다큐멘터리 <모어>와 함께 웃고 울고 박수치며 그/녀의 삶을 예찬해보자. 그것이 나의 삶을 예찬하는 길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모어>는 드래그 쇼, 뮤지컬, 패션쇼, 연극, TV 광고, 출판 등 장르를 넘나들며 대체 불가능한 행보를 잇고 있는 아티스트 ‘모어’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담았다.‘울보 권투부’,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모어>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특별상),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을 수상했다.오는 6월 23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 상영관 등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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