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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제목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청소년 성 소수자로 전환치료 시설에서 ‘잘못된 교육’을 받아야 했던 카메론 포스트의 상황은 이들이 받은 폭력적 교육의 실체를 확인시킨다. 이처럼 영화는 기독교의 성 소수자 전환치료에 대한 문제를 꼬집고 있지만, 디자이리 아카반 감독은 금기시됐던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한 작품이라 말한다. 감독의 주장과 영화적 서사의 중첩 사이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을 영화의 매력적 순간을 만나보자.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이란인이자 성 소수자 활동가, 그리고 영화감독 다지이리 아키반 감독의 첫 데뷔작이자 주연 작품인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디자이리 아카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비록 연출 작품은 두 편이지만 배우로, 작가로 활동해온 폭은 훨씬 넓고 깊다. 1984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녀는 뼛속 깊은 뉴요커라 본인을 소개한다. 이렇게 소개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녀의 부모님은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미국으로 망명해왔다. 1980년 혁명이 종식된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남은 부모님은 그녀를 낳고 미국에 터를 잡았다. 부모님의 민족성과 다르게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이란인의 정체성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내야 했다고. 외로움 속에서 유일한 친구는 TV와 영화.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영화를 공부하고 뉴욕대 대학원과 런던 퀸 메리 대학원에서 연출을 공부하며 영화감독으로 커리어를 쌓는다. 그리고 첫 작품으로 만든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2014)가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되고 칸국제영화제에서 퀴어종려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인정받는다. 연출 전부터 배우로 활동해왔던 그녀에게 본격적으로 감독의 길이 열린 순간, 한 번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 많은 기회가 없어진다. 이유는 본인이 바이섹슈얼이라고 커밍아웃한 것 때문. 그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원인을 “미국인들이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힌다. 그리고 성 소수자에 대한 권리의 문제, 더 나아가 여성 성 소수자들을 향한 터부시되는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감독이자 성 소수자 활동가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간다. 카메론(클로이 모레츠)이 헬렌(멜라니 에를리히)과 함께 전환치료를 받는 모습(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기독교 내에서의 성 소수자 전환치료에 대한 심각성을 밝히고 이를 문제시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고 한다. 감독 자신에게 이 영화는 종교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억압하는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여성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성적 욕망은 단지 이성애 안에서만 표현되어 왔고 감독은 이를 동성의 관계를 통해 더욱 확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잘못된 교육 ‘전환치료’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언약 입소 후 상담 받는 카메론(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려면 카메론이 입소하는 기독교 시설이 단지 가상의 설정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전환치료의 역사는 의료기술의 시작과 거의 맥을 함께 한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성 소수자들에게 다수 행해졌던 전환치료 행위는 전기자극 치료였다. 욕망의 문제를 통제하고 억제하기 위해서 뇌에 직접적으로 전기를 주입해서 감각을 마비시키는 비윤리적인 행위였다. 이러한 치료가 합리적인 이론적 근거 속에서 행해질 수 있었던 것은 동성애가 ‘비정상’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성애를 정상성으로 고정했을 때 그 이외의 모든 욕망과 행위는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빅토리아 시대 이후 더욱 강화되기 시작한 성윤리 관념은 남녀 사이의 성을 극도로 이상화 시키며 그것만이 유일하게 추구해야 할 행위로 이해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출발한 전환치료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발전하기 시작하며 조금씩 반론들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회적 통념상 여전히 불법으로 낙인찍혀야 했던 성 소수자들의 정체성은 병리적 질병으로 치부되어왔다. 긴 투쟁의 역사를 거쳐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에서 드디어 동성애가 질병 항목에서 삭제되는 변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여전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기관에서는 질병으로 이해하고 전환치료를 시도해왔다. 루카스 헤지스 주연의 <보이 이레이즈드>(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언약’은 미국 내에서 실제로 있었던 전환치료 시설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러브 인 액션’이란 시설인데, 루카스 헤지스 주연의 <보이 이레이즈드>(2018)를 통해서 자세히 다뤄진 기관이기도 하다. ‘러브 인 액션’의 전체 책임자였던 존 스미드는 동성애자였던 자신이 치료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청소년들의 전환치료를 행한다. 결국 전환치료 시설은 여러 비판 속에서 문을 닫게 되었고 존 스미드 또한 2014년 동성 애인과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며 자신의 과거를 깊이 반성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여러 주가 전환치료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행하지 못하게 한다. 그 이전까지 이러한 시설들 속에서 수없이 많은 청소년이 스스로를 혐오해야 하는 상황 속에 내몰렸던 역사는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폭력의 역사다. 억압당하는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해서 마크(오웬 캠벨)의 사고를 처음 접하는 카메론(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하나님의 언약’에서는 동성애를 기독교적인 죄악으로 인식한다. 기독교에서의 죄는 하나님과 멀어짐, 또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지 않도록 만드는 모든 원인을 일컫는다. 동성애가 죄인 이유는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와 이율배반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카메론은 그러한 기독교적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등장한다. 카메론에게 신, 또는 종교는 그리 실제적 체험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단지 그녀의 보호자인 이모의 신앙에 따라 교회를 다닐 뿐이다. 교회에서 만난 친구 콜리(퀸 쉐퍼드)와의 동성애적 관계는 카메론이 가장 실질적으로 체험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부재 속에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동성을 통해서 실체화 되었을 때 카메론의 마음속에서 그 관계는 단지 동성애로 규정되거나 죄악으로 규정되는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하실에 있던 제인(사샤 레인)과 아담(포레스트 굿럭)을 발견하는 카메론 이는 감독이 카메론의 무의식을 끊임없이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더욱 구체화 된다. 하나님의 언약에서 카메론은 끊임없이 동성과의 성관계를 꿈꾼다. 현실에서 표현 불가능한 욕망은 꿈이라는 무의식의 세계를 통해 더욱 극대화 되고 과감해진다. 감독은 카메론의 꿈이 단지 허상에 불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오히려 그 꿈이야말로 분명한 실체이며 카메론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감각들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실제적 감각을 죄로 인식하고 죄악시하는 기관의 교육 방식을 카메론은 분명하게 ‘폭력’이라 말한다. “자신을 미워하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라면, 정서적 학대가 맞잖아요?” 시설 내에서의 사고를 점검하기 위해 파견된 감시 요원에게 그녀가 한 말이다. 이 말은 곧 감독의 발언이기도 하다. 나를 미워하도록 만드는 모든 과정에는 단지 전환치료 과정만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욕망을 터부시 여기고, 부정하도록 만드는 모든 사회 체제의 과정 전체가 포함된다. 헬렌의 노래를 감상하는 세 친구(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서 여성의 성적 욕망을 터부시 여기는 사회체제를 꼬집으려 했다는 증거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몽타주 시퀀스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성가대에서 완벽한 음정으로 노래 부르는 친구를 사랑했던 헬렌, 아버지와 함께 운동을 하다 남성성이 부각되어 레즈비언이 되었다고 믿는 에린(에밀리 스케그스), 히피 공동체에서 성장해서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경계가 희미해졌다고 믿는 제인. 감독은 그녀들의 시설 입소 이전 생활과 이후 생활을 계속 몽타주로 비교하며 무엇이 진정 그녀들을 위한 삶인지를 관객들에게 판단하도록 요구한다. 시설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그녀들은 모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고 터부시 여기도록 성장해왔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들의 정체성이 억제하고 통제한다고 해서 변화되거나 사라질 요소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는 감독이 영화를 통해 주장하고 싶은 바이기도 하다. 2015년, 경남 진주의 한 교회 목회자가 트랜스젠더 여성의 정체성을 치료하겠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구타하여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이후 많은 언론과 인권단체를 통해 교회 내 성 소수자 전환치료 기관들을 찾아내며 그 위험성을 알렸다. 인터넷 미디어 ‘닷페이스’도 2018년 4월, <구원자> 3부작 영상을 제작, 전환치료의 심각성을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해외에서만 자행되고 있는 먼 사건이 아닌 것.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을 단지 영화로만 즐기기 힘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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