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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수많은 대사들의 향연 속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고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는 듯하지만, 관객들에게 높은 파고의 긴장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하는 그의 연출력은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 작년 한 해 동안 두 편의 다른 작품으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에서 중요 수상을 이뤄내며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급부상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우연과 상상>을 통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 세계 애정하던 세가와 교수를 찾아가 그의 소설을 낭독하는 나오(출처: 네이버 영화) 하마구치 류스케는 도쿄대에서 미학을, 도쿄예술대에서 영상연구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서 조감독으로 일했을 정도로 그의 모든 커리어는 영화 제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느 감독처럼 어릴 적부터 시네마 키드로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타르코프스키가 영화화한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를 시나리오로 각색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서 좋은 성적을 받고, 졸업 후 만든 장편 영화 <열정>(2008)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그의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고베를 배경으로 한 <해피 아워>(2015)부터였다. 연기 워크숍에서 만난 비전문 연기자 중에서 주연 배우를 캐스팅하고, 30대 후반의 네 여성 친구들 사이의 관계망을 촘촘하게 묘사하기 위해 5시간 3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선택한 대범함은 그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과 심리를 이미지와 사운드로 훌륭하게 번역해낸 그 솜씨에 있었다. 이런 그의 영화적 힘은 이후 <아사코>(2018),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우연과 상상>으로 이어지며 더욱 깊어지고 확장된다. 세 편의 단편이 전달하는 깊은 위로와 감동의 향연 우연히 역에서 만난 나츠코와 아야(출처: 네이버 영화) <우연과 상상>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로부터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각색을 허락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만들어졌다. 세 편의 단편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뤄져 있지만, 각 단편은 서로 관통되는 어떤 순간을 공유한다. 그것은 바로 ‘우연과 상상’으로 이뤄진 초월적 순간이다. 단편마다 우연의 순간이 의도치 않은 사건을 만들어 내고 그 우연적 상황에 상상이 더해져서 풍성한 감정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연히 친한 친구가 옛 애인과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된 메이코, 애정 하는 선생님을 유혹하기 위해 그의 소설을 낭독하는 나오, 학창 시절의 애인을 만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아온 나츠코.  그녀들의 목표와 욕망은 모두 우연적 사건들 속에서 어긋나고 실패한다. 하지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그 속에 상상의 힘을 더해 인물들의 좌절과 상실, 고통과 죄책감을 위로한다. 감독이 전하는 위로는 나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조건들, 무엇보다 ‘과거’라는 시간대에 묶여 더 이상 손쓸 수 없도록 박제된 고통의 기억 모두를 아우른다. 그래서일까? <우연과 상상>을 보고 나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깊은 위로와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전달하는 ‘책임감’ 하마구치 감독이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꼭 강조했던 중요한 가치가 있다. 바로 ‘책임감’이다. 내가 타인에게 준 상처에 대한 책임감,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은 나 자신을 위로하고 포용해줘야 하는 책임감, 나와는 전혀 상관없더라도 사회적으로 발생한 어떤 재난적 상황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책임감. 하마구치 감독은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로 이 책임감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작품마다 역설해왔다.  옛 애인인 카즈아키를 찾아간 메이코(출처: 네이버 영화) 이번 작품 <우연과 상상>에서도 그 책임감은 빠지지 않고 강조된다. 단, 한 가지 조금 결을 달리하는 점이 있다면, 책임감이 발휘되는 그 뿌리 깊은 곳 어딘가에는 타인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애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은 이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구를 내재하고 살아간다. 그 욕구는 때로 강렬한 충동으로 휘몰아쳐서 의도치 않는 어떤 상황을 만들어내고 결국 상처를 주고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구를 내재하고 살아간다. 그 욕구는 때로 강렬한 충동으로 휘몰아쳐서 의도치 않는 어떤 상황을 만들어내고 결국 상처를 주고받는다. 어쩌면 이 순간의 상처는 필연적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처를 줬다’는 상황이 아닌 모두 함께 공유하게 된 ‘상처’란 감정을 같은 마음으로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전하는 위로는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상처는 회피할 수 없다는 것, 대신 우리가 함께 손잡음으로써 위로 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너무도 단순한 진리일 수 있으나, 이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 사회인들에게 가장 부드럽고 따뜻하고 포용적인 자세로 감독은 꾸준히 전한다. 우리 서로를 위로하자고! 영화 <우연과 상상> 메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당분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인기와 인정은 계속될 듯 보인다. 지금껏 이토록 인류애적인 시선으로 모든 인물을 섬세하게 바라봐온 감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작품 세계가 전달하는 감동의 깊이는 절대 적지 않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지친 마음들이 이제는 충분히 위로받아야 함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우연과 상상>은 제71회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드라이브 마이 카>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이다.<우연과 상상>은 오는 5월 4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 상영관 등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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