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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중심이 되는 서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전까지 주로 로맨스 장르에서만 여성이 주인공 역할을 맡았을 뿐, 다른 장르에서는 매번 조연의 역할에 한정되는 일이 잦았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면서 영화는 역사 속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던 여성을 돌아보고 새롭게 가치를 평가하는가 하면,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 여성의 구체적인 삶이 어떠했는지 살피게 되었다. 조연에 불과했던 여성의 눈으로 사건을 관찰하고, 서사를 얼개를 그녀들의 관점에 따라 재해석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영화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여성의 관점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서사를 확장하려는 대담한 작품이다. 옥미나 | 영화 평론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배웁니다 ‘햄릿’의 오필리아는 누구인가? 영화 ‘오필리아’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은 데이지 리들리.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원작 캐릭터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아버지를 독살하고 모친과 결혼한 숙부 클로디어스에게 복수하려는 청년 햄릿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이 작품의 서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오필리아는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이며, 햄릿이 계획한 복수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에 가깝다.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신, 주변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며, 햄릿에게 엉뚱한 비난을 받는가 하면, 급기야 햄릿이 아버지를 살해한 다음에는 그 충격으로 미쳐버린다. 결국 물가를 배회하던 실성한 오필리아는 실수로 물에 빠지고, 옷이 젖는데도 그대로 노래를 부르다가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오필리아가 수동적 인물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영화 ‘오필리아’에서도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과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가장 널리 알려진 오필리아의 이미지는 영국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의 ‘오필리아’일 것이다.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으로, 라파엘로 이전처럼 자연에서 겸허하게 배우는 예술을 표방한 유파)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주로 그렸는데, 그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오필리아’다. 연못에 빠진 채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아름다운 미녀의 주변에는 버드나무, 쐐기풀, 데이지, 팬지, 양귀비 등 각각의 상징을 가진 꽃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정작 물에 빠진 오필리아는 자신이 처한 생명의 위기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미녀의 얼굴에는 이성적 반응은 물론이고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살이라고도 부를 수 없고 사고사라고도 부르기 애매한, 그저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비극적 이미지로 박제된다. 이것이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더 이상 기능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혹은 햄릿의 비극을 완성하기 위해서 서사에서 여성을 제거한 손쉬운 방식이었던 셈이다. ‘햄릿’의 진짜 주인공이 된 오필리아, 그리고 여성들 오필리아를 필두로 원작 서사와 달라진 여성인 거트루드. 비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한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클레어 맥카시 감독의 영화’ 오필리아’는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출발한다. 그러나 오필리아(데이지 리들리)는 이제 더 이상 물속에 가라앉아 사라져버리는 무해한 침묵의 존재가 아니다. 처음부터 본인의 목소리로 ‘햄릿’의 전말을 관객에게 속삭이며 등장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관객의 눈이 되어 왕실의 인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한다. 결국 왕의 죽음이라는 석연치 않은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고, 진실을 햄릿(조지 맥케이)에게 전달하는 즉,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으로 성공적으로 거듭난다. 서사의 내부에서 달라진 여성은 오필리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극중 여성들은 원작과 달리 어느 누구 하나 무력하거나 한낱 서사의 장치로 사용되지 않는다. 시동생 클로디어스(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하여 아들에게 비난 받았던 거트루드(나오미 왓츠) 왕비조차 자신의 서사와 역사를 품고, 비극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나예요’라는 카피처럼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오필리아’는 ‘햄릿’의 서사를 완전히 뒤집거나 뒤틀지 않는다. 원작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을 순서대로 찬찬히 따라가되, 사건의 내막과 인물의 관계에 상상력을 덧입힌다. 군주주의와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엑스트라에 불과한 역할에 갇혀, 혼인이 즉시 남은 인생의 운명이 되었던 여성들은 이제 없다. 이미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 그래서 허투루 지나쳤던 여성 캐릭터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관점의 차이는 익숙했던 서사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고,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으로 원작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무엇보다 이제야 되찾은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힘이 되고, 역사가 될 기회를 쟁취한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데이지 리들리가 보여주는 당당하게 빛나는 오필리아를 모두 눈 여겨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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