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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시간을 확인했다. 영화가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탁자 앞에 둘러앉은 네 명의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관계이며 왜 한자리에 모였는지,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혹은 무엇을 이야기하지 않기 위해서 저토록 필사적으로 서로를 관찰하고, 그러면서도 시선을 피하고,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웃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어떤 거대한 비극이 그들의 공통분모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 그렇게 <매스>는 아주 조심스럽게, 한참이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가 조금씩 그 비극의 정체를 드러낸다. 옥미나 | 영화 평론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배웁니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이후 남는 복합적인 감정 영화 제목 <매스(MASS)>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미사’의 의미도 담고 있다(출처: 네이버 영화) 세상을 살다 보면 보편적인 상식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당장의 충격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번민의 지옥이 시작된다. 어째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막을 수는 없었을까. 혹시 징후들을 허투루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내 잘못은 없었나. 만약 그때 내가 그랬더라면 혹은 그러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가정법의 질문은 끝없이 변주를 거듭하면서 남은 자들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MBTI를 따지든 사주를 묻든 무속인을 찾아가든,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 납득 가능한 설명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려는 필사적인 시도인 셈이다.  방 한 칸에서 모든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지는 <매스>는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대화로 긴장감을 더한다(출처: 네이버 영화) 미국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그룹 치료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알코올 중독 혹은 특정 사건 피해자들이 함께 모여서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각자의 구체적인 사례를 고백하면서 동질감과 연대 의식을 바탕으로 서로 위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매스>의 부모들이 외진 작은 교회에 모이게 된 것도 분명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과거형으로 시제가 종결되는 아이들의 에피소드, 어긋나고 미끄러지기를 거듭하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매스>는 서서히 비극의 정체를 드러내고 마주 앉은 이들이 각각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관계의 힘, 용서와 이해 총기 난사 사건 정황을 바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부모는 어떤 위치에 놓여야 할까. ‘자식을 잘못 키운 죄’로 피해자들의 부모 앞에 무릎 꿇고 대신 사죄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인가. <매스>는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 부모 사이에서 대화를 시도하면서, 무엇이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하여금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키게 했는지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죄책감, 미안함, 동질감 등 다양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하는 <매스>(출처: 네이버 영화) 가해 소년을 ‘악마’로 치부하는 것은 언뜻 속 시원한 일 같지만,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행위다. 반성과 예방을 차단하는 간편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원한이나 복수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비난과 힐난이 뒤섞인 질문, 후회와 죄책감을 안고 과거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수색하는 답변의 과정은 그들이 ‘자식을 잃은 부모’라는 공통점을 상기시킨다. 가해자의 부모가 아니라 자살로 자식을 잃은 부모로 인지하는 순간부터 비난과 증오의 대상이 아닌, 그들도 상실과 비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때 비로소 소통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가해 소년 역시 악마와 광기, 잔인한 살인마라는 대상화에서 분리되어, 그들의 아들을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진심으로 묻게 만든다. 영화 <매스> 메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매스>는 증오에 주목한다. 낯선 환경에 놓인 소년이 경험했던 소외감과 불안, 따돌림을 받으면서 품었던 증오. 학교생활에 적응한 이후에도 소년의 내면에 싹을 틔운 증오는 사라지는 대신, 분노와 결합하면서 만만한 상대에게 전이되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폭발하면서 자기 파멸에 이르렀다는 것. 이런 증오의 작동 논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매스>가 제안하는 것은 ‘용서’다. 용서는 증오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다. 증오와 분노가 마음먹는다고 가위로 자르듯 간단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용서는 증오를 중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이며 선택의 문제다. 물론 <매스>가 제시하는 원인과 해법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스>가 던진 질문은 유효하다. 어째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매스>는 프란 크랜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매스>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43관왕에 올랐다.<매스>는 오는 5월 18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 상영관 등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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