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 그 중심에는 비비고 만두가 있다. 비비고 만두의 성공 비결은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서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며 비비고 만두 브랜드와 연구개발(R&D), 제조기술 차별화에 집중했다. 여기에 숨은 비결 하나가 바로 포장. 패키징도 현지화 전략 중 하나였다는 그 놀라운 비밀을 소개한다.
자동화 및 원가 최적화된 만두용기를 만들어라
한 제품이 글로벌 현지에서 성공을 하려면 내용물을 현지인 입맛에 맞도록 바꿔줘야 할 뿐만 아니라 패키징도 현지 사정을 고려한 개발이 필요하다. 미국 현지에서 ‘Steam-Dumpling’으로 불리는 만두 트레이 제작 의뢰가 들어왔을 때, 이미 현지에서는 국내에서 6년전에 개발한 찐만두 트레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기존의 6구 트레이 사이즈에 모든 생산라인이 최적화 되어 있었던 것. 당시 투입 자동화가 되면서 용기가 중간에 걸리는 현상이 발생이 되어 이를 개선해달라는 게 주 요청 사항이었다. 이를 위해 노후화된 금형을 새로 제작해야 했다.
열성형 전문가로서 용기 끼임 현상뿐만 아니라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성형기 사이즈에 최적화되도록 금형의 캐비티(Cavity) 배열을 새로 살펴보았다. 이것도 충분히 어렵고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기존 우리나라에서 이미 최적화된 용기를 미국 현지에 맞게 또 한 번 최적화 작업을 해야했기에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일단 금형의 배열을 살펴보았고 배열상 끼임이 없도록 스테킹(Stacking) 구조를 전부 다르게 바꾸었다. 또한 성형면적대비 캐비티 배열을 새롭게 하여 기존 1회생산 시 20개씩 생산되었던 제품 배열을 재검토 하여 25개씩 생산되도록 하여 20%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여기서 만족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열성형 금형의 경우 한 번 제작하면 통상적으로 5년 이상은 사용 가능하다. 이 작업을 통해 이전보다 생산성을 높였고, 기존대비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 유관부서에게는 만족할 만한 결과인 셈. 하지만 여기서 항상 최초, 최고, 차별화라는 ONLYONE 가치에 기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20% 생산성을 향상시켰으니 최고인가?’ ‘추가로 더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미국 현지에 파견 나가있는 포장담당자에게 한국과는 다르게 소스파우치가 제품 안에 들어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소스의 양도 6개의 조그만 만두가 들어있는 것치고 상당히 많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미국인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간장을 살짝 찍는 것이 아니고 제품이 완전히 푹 담가 먹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소스를 만두에 쉽게 담글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발전시켜보니 소스 자리를 만들려고 하면 만두트레이 사이즈 변경을 하거나 만두 하나를 빼야 가능했던 것. 하지만 생산라인을 다 바꿔야 하는 장벽에 부딪혔다.
‘나뭇잎 문양 트레이’, 최고를 위한 작은 변화
누군가가 변경 요청을 한 적은 없지만, 내 손을 거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딤섬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찾아보니 대나무 찜기 위에 쪄서 나오는 제품이 대표적 이미지였고 그 중에 대나무 찜기 위에 나뭇잎을 깔고 나오는 딤섬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것이었다. 기존의 6구 트레이에 이것을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공업적 리브 구조를 가진 트레이보다는 나뭇잎 형상으로 바꾸면 더 고급스럽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과학시간에 배운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여 나뭇잎까지 공급이 가능한 삼투현상을 응용하여 소스를 공급해 줄 수 있다면 과학적이고 Fun요소를 주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어버리기 전에 설계를 시작했다. 6개의 구형상이 사각 형상 안에 모여 있다 보니 겹치는 가운데에 두개의 마름모 형상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 전에는 이곳에 법적 표기사항인 분리배출 마크를 넣었으나 여기를 나무의 뿌리처럼 소스가 이동하는 출발점을 설정하였다.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를 꿈꾸며 차별화 추구!
6개의 만두가 놓여져 있는 트레이 안에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하려면 3개씩 나눠야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3D 프로그램으로 설계하여 샘플 제작을 진행하였다. 샘플을 만들어 소스를 따라보니 생각대로 균일하게 잘 흘러내리지 않아 수정을 거듭했다.
소스가 잘 흐르기 위해서는 마름모 모양의 시작점에서 나뭇잎 모양의 만두가 들어가는 형상의 연결고리가 턱을 지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어야 했다. 시작점의 라운드 처리를 몇차례에 걸쳐서 조금씩 조절했다. 최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몇차례의 수정 끝에 마침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단순 디자인이 아닌 구조라는 것을 각인 시키기 위하여 ‘Sauce here’이란 문구를 마름모 안에 적어 넣어 완성도를 높였다.
‘나뭇잎 문양’ 트레이는 미국의 식습관을 차용, 포장재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룬 좋은 예다. 더불어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현지화 정책에 맞춰 다변화를 꾀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라 말 할 수 있다. 이처럼 결과만을 놓고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소비자가 취식하기 편한 요소를 찾아 항상 최초로 최고와 차별화를 추구한다면 언젠가는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처럼 강력한 힘을 갖지 않을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가 글로벌에서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현지화에 있다. 그 안에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편리함을 제공하려는 포장의 노력이 밑바탕 되어 있다. 이를 노력에 미국 만두 시장 1위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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