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역 최대 규모 영화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막을 올렸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작품들이 초청된 가운데, 한국의 콘텐츠도 출품돼 관심을 끌었다. 특히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이 프라임타임 부문에 초청돼 많은 화제가 됐다.
프라임타임 부문은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이고 뛰어난 창작자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영화제에 토종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초청된 건 <몸값>이 처음이다.
티빙의 콘텐츠가 국내외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몸값>이 걸어온 길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진선규, 전종서, 장률 등이 출연한 <몸값>은 해외에서 두루 호평을 받고 있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선 K콘텐츠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독일 시리엔캠프에서도 비평가상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소재부터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각자의 이유로 모인 이들이 서로 몸값을 흥정하던 중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독특한 촬영기법도 스토리 전체를 떠받쳤다. <몸값>은 장면을 전환하지 않고 계속 촬영하는 롱테이크 기법을 전 회차에 걸쳐 활용했다. 다른 작품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시도로 생동감과 박진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몸값>의 글로벌 행보는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달 5일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를 통해 미국, 캐나다 등 27개국에서 공개됐다.
DAU로 증명한 티빙의 브랜드 가치
그동안 한국 OTT의 영향력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6년부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가 한국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한국 OTT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실제 다른 나라에선 글로벌 OTT에 대항해 현지 OTT가 살아남은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 OTT, 특히 티빙은 뛰어난 자생력과 확장성을 자랑하며 발전하고 있다. 탄탄한 콘텐츠 제작 시스템과 수급 인프라를 바탕으로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 공급하고 있는 덕분이다.
티빙의 영향력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몸값>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환승연애>는 일본에서 리메이크 됐으며, 이후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재팬에서 공개돼 인기를 끌었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파라마운트+에서 인터내셔널 시리즈(미국 제외한 모든 해외 시리즈) 부문 미국 1위를 차지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티빙에 대중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은 곧 대중의 ‘시간’이 머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시간은 가시적인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티빙의 일일활성화사용자수(DAU)는 126만 명을 기록했다. 국내 OTT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웨이브(111만 명), 쿠팡플레이(71만 명) 등 다른 OTT와 큰 격차를 보였다.
DAU는 하루 한 번 이상 앱을 이용한 사용자를 집계한 수치이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앱을 이용한 사용자를 의미하는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에 비해 무게감과 중요도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MAU만 높은 경우엔 OTT에 가입은 했지만 화제가 되거나 관심 있는 콘텐츠만 보고 곧장 구독을 해지하는 ‘메뚜기족’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DAU는 메뚜기족과 거리가 멀다. 티빙의 DAU는 티빙 이용이 일상의 습관이 된 ‘충성 고객’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의 시간은 곧 OTT의 밑거름이자 동력이 된다. “우리는 당신의 잠과 경쟁한다”라는 넷플릭스의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의 말은 플랫폼에 있어 사용자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OTT가 살아남기 위해선 사용자의 잠자는 시간마저 빼앗을 만큼 다채롭고 풍성한 콘텐츠로 가득한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티빙은 이 원칙에 맞게 많은 사용자의 시간을 잡아두는 데 성공했으며, 생존 자체를 넘어 브랜드 가치를 나날이 높여가고 있다.
티빙의 성장 배경은 독보적 제작 시스템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을 잡은 티빙의 힘은 양질의 콘텐츠 라이브러리에서 나온다. 티빙은 시리즈, 예능,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1,2)>부터 <술꾼도시여자들(1,2)>, <여고추리반(1,2)>, <유미의 세포들 시즌(1,2)> 등이 골고루 흥행에 성공했다.
그 바탕엔 탄탄한 제작 시스템과 수급 인프라가 깔려 있다. CJ ENM(<환승연애>, <여고추리반>), 스튜디오드래곤(<아일랜드>, <유미의 세포들>, <방과 후 전쟁활동>), CJ ENM 스튜디오스(<술꾼도시여자들>), SLL(<몸값>) 등 다양한 주체들이 티빙에 양질의 작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외 OTT 가운데 이 같은 대규모의 체계적 제작 시스템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디오 대여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현재도 구독료에 의존하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 구독료 중심 수익모델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콘텐츠를 수급하던 주요 제작사에서 공급을 멈추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HBO, 디즈니 등이 자체 OTT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넷플릭스에 공급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처럼 유통을 중심에 두고 OTT로 사업을 확장한 경우에도 콘텐츠 수급이 제한적일 수 있다.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탄탄한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 공급하지 못한다면, 화제작이 공급된 순간 MAU가 오르는 정도에 그치고 충성 고객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반기를 화려하게 수놓을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티빙은 올 하반기에도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성민, 유연석, 이정은 주연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은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4일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온 스크린(On Screen)’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해엔 <욘더>와 <몸값>이 BIFF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소년 소녀의 첫사랑 리얼리티 <소년 소녀 연애하다>는 <환승연애>의 뒤를 이을 기대작으로 꼽힌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환승연애>, <유 퀴즈 온더 블록>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서인국, 박소담 주연의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는 네이버웹툰 인기작을 원작으로 한 만큼 관심이 높다.
다른 플랫폼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OTT 모델을 만들어낸 티빙. 그 힘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K콘텐츠 열풍을 선도해 온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오랜 업력에서 비롯됐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티빙은 성장을 거듭하고, K콘텐츠의 국내외 위상 역시 티빙을 중심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시간을 머물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