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New Normal)’은 계속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등으로 만들어진 경제 질서를 통칭하는 신조어다. 최근에는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키워드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흐름을 타고 새롭게 등장한 ‘뉴 노멀 중년(New Normal Middle Age)’은 젊은 세대의 생활 패턴을 즐기는 40~50대 중년층을 뜻하는 단어다. 특히 홈쇼핑 계에서 큰 손으로 급부상한 이들에게 숨겨진 소비 패턴 특징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 유명한 X세대! ‘뉴 노멀 중년’의 탄생
‘뉴 노멀 중년’을 이루고 있는 40~50대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과거 1990년대의 대중문화를 이끌던 ‘X세대’였던 것. 남과 다른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이런 특성은 우리나라가 가장 경제적으로 부흥했을 때 태어나 풍요로운 청년기를 보냈고, 1990년 후반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서구 대중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전사에 기인한다. 이렇듯 과거 DNA가 이어져 지금의 ‘뉴 노멀 중년’을 이룬 것이라 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표한 만 50세부터 65세의 남녀 1070명을 연구·조사한 ‘대한민국 50+세대의 라이프 키워드’ 자료에 따르면,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나열하세요’라는 질문에 50대 이상 세대 중 약 53%가 ‘나 자신’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뉴 노멀 중년은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과거 부모 세대들과 달리,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아를 찾으려는 욕구가 큰 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해를 거듭할수록 혼자 사는 중년이 늘어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이 아닌 1인 가구로서 생활하는 이들은 그에 따른 소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 한 온라인 쇼핑몰의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남자들의 구매 카테고리가 여행·항공권, 캠핑·낚시, IT 기기 순으로 나타났다.
TV 홈쇼핑은 물론, 온·오프라인 매장의 판도를 바꾸다!
‘여행’ 하면 보통 20대들이 주로 하는 배낭여행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홈쇼핑 시장에선 예외다. 상대적으로 비용 장벽이 높은 장거리 해외여행 상품의 주 소비층이 바로 뉴 노멀 중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격보다 질,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우선시한다. 실제로 2019년 CJ오쇼핑에서 927만원에 판매한 최고급 여행 상품은 1시간 동안 15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완판됐는데, 구매 고객 중 73%가 50대 이상이었다.
CJ ENM 오쇼핑부문의 라이선스 브랜드 ‘VW베라왕’도 뉴 노멀 중년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VW베라왕은 홈쇼핑에서 차별화를 위해 실속 판매 대신 처음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고, 이를 위해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감성에 밍크, 천연 가죽 등 고급 소재를 더해 품질을 강화했다. 천연 악어 원피를 사용한 ‘베라 리미티드 크로커백’의 경우, 299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은 뉴 노멀 중년에게 통했다. 특히 2019년 론칭 방송에서 약 20분 만에 3억 원 이상의 주문을 기록하며, 그 힘을 보여줬다.
‘뉴 노멀 중년’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은 비단 TV홈쇼핑만이 아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활발한 소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 T커머스 같은 디지털 경험이 늘면서 오프라인만 고집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진 것.
중년 여성의 경우, 백화점보다 TV 홈쇼핑을 통한 구매에 적극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꾸준히 구매력을 발휘한 패션 상품 외에도 먹거리, 생활용품 등에도 50~60대 소비자의 구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인터넷 구매에 익숙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활약하던 온라인 유통업계도 이들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손, 뉴 노멀 중년을 사로잡는 방법은?
이처럼 경제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소비를 이끄는 뉴 노멀 중년. 쇼핑, 유통업계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 망설임 없이 투자하는 이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타깃을 정확하게 공략하려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이들의 소비 성향과 행태, 향후 니즈(Needs)를 분석하는 게 필수. 이에 뉴 노멀 중년을 공략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첫째, 나이를 잊게 하라는 것. 상품 홍보 단계에서도 나이를 강조하기보다 기능이나 용도에 집중하는 게 포인트다. 아이웨어 브랜드 ‘서포트라이트’는 노안이라는 표현 대신, 눈 건강 고민을 공략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홈쇼핑 업계 최초로 개발했는데, CJ오쇼핑 판매 방송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둘째, 그동안의 선입견을 버릴 것. 뉴 노멀 중년은 유행하는 최신 기기부터 패션 잡화, 피부 미용에 이르기까지 ‘젊은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3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취미 등의 판매 분야에서 중년층의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고가의 영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루악 오디오’의 경우, 400만원 대에 이르는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 당시 중년층 구매 비중이 60%에 육박하며 초과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이제 나이에 맞는 소비가 따로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셋째, 나를 위한 제품이라는 인상을 부여할 것. 뉴 노멀 중년은 삶을 풍성하게, 자신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물품엔 아낌없이 투자한다. 제품관련 정보를 살피다가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는 내용이 있거나, 버킷리스트 중에 있던 물건이라면 구매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처럼 뉴 노멀 중년은 ‘나를 위한 제품’에 소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인 뉴 노멀 중년은 이제 마케팅 판도를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면, 이제는 소비의 중심이 뉴 노멀 중년으로 이동 중인 것. 온전히 나를 위해 가치 있는 소비를 뜻하는 ‘미(Me)코노미’ 또한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구매력이 뒷받침 되는 ‘뉴 노멀 중년’이 일으키는 파급력에 주목해야 할 때. 이에 홈쇼핑 시장을 비롯해 전 산업 분야에서 트렌드를 선도할 뉴 노멀 중년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