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1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하얀 설탕이 쏟아지던 날. 그로부터 70년이 지났습니다.
종합식품회사에서 식품·생명공학·유통·엔터테인먼트의 4대 사업군을 선도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CJ가 걸어온 도전과 개척, 창조와 성취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4화. “바로 이 맛이야” 고향의 맛 다시다, 국민 브랜드로!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주고 요리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비밀의 레시피가 되어주는 이것! 국, 찌개, 조림 등 어느 음식에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현대인의 맛의 비법, ‘다시다’입니다. 다시다는 첫 등장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식탁을 즐겁고 풍족하게, 또 편리하게 만들어주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식품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맛의 즐거움을 창조해가고 있는 다시다의 그 첫 시작은 어땠을까요? 오늘 뉴스룸에서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다시다의 신화기를 만나봅니다.
조미료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1963년 조미료 생산을 시작한 이래 막대한 자금을 쏟으며 공을 들였지만, 제일제당은 조미료시장에서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식생활을 세밀히 연구하며 세상에 없는, 최상의 만족을 보장하는 제품인 ‘종합조미료’를 주목했습니다.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에서 따온 종합조미료 다시다는 1975년 11월, 마침내 우리의 식탁으로 찾아오게 됩니다. 다시다는 기존의 발효조미료와는 개념부터 다른데요. 원료의 80%가 천연 재료이며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합니다. 어느 음식에나 두루 사용할 수 있는 간편성과 살균 등 혁신적인 위생 단계를 거쳤다는 점 역시 기존의 발효조미료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죠.
다시다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습니다. 제품 출시 두 달 만에 생산량을 10배로 늘려야만 했죠. 조미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발효조미료가 천연종합조미료시장으로 대체되며 2세대 조미료 시대가 열렸습니다.
맛의 전쟁 50년…어떻게 1등 신화를 썼나
우리나라 조미료산업의 역사는 숙명적인 맞수, 제일제당과 미원이 벌여온 경쟁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합니다. 1960년대부터 두 회사는 우리나라 조미료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면서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해왔죠.
1세대 조미료라 불리는 발효조미료시장에서 제일제당은 후발 주자였습니다. 그러나 1975년 다시다의 등장을 계기로 입장이 뒤바뀌었는데요. 다시다가 시장 판도를 바꾸며 조미료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자 식품회사들이 하나둘 종합조미료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발효조미료시장에서 정상을 달리던 미원 역시 시장의 변화에 따라 1982년 종합조미료 맛나를 출시하게 됩니다.
제일제당과 미원, 다시다와 맛나,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은 오래도록 계속됩니다. 두 회사는 기술력, 제품 개발력, 마케팅 부문은 물론이고 광고 문안이나 판촉 사은품의 품목을 두고도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어머니의 손맛이 주는 행복
다시다의 성공 뒤에는 맛과 기술력 외에도 치열한 마케팅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TV 광고는 소비자에게 다시다를 조미료의 대명사로 각인시킨 일등 공신이었죠.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하는 김혜자 씨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에 다시다를 넣은 후 맛을 보며 외치는 한 마디. 1970~80년대를 거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다시다의 광고 카피입니다. 이 카피는 유행어가 되었고 뒤에 이어지는 제품명 역시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습니다.
성장세를 이어가던 다시다였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미원이 맛나를 내놓고 광고전에 뛰어든 것인데요. 새로운 광고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탄생한 것이 바로 한국 광고사에 한 획을 그은 ‘고향의 맛’ 캠페인입니다. 고향과 맛을 연계해 다시다는 혀에서 느껴지는 일차적인 맛을 뛰어넘어 고향의 맛을 낸다는, 맛의 상징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고향의 맛을 컨셉으로 한 광고는 1987년 ‘어머니의 손맛, 고향의 맛 다시다’를 시작으로 1990년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었습니다. 1990년부터는 광고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향이라는 소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고향의 맛 캠페인은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단순한 광고의 차원을 넘어 맛의 문화를 창조하며 다시다를 종합조미료 1위 브랜드로 확고히 인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조미료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한 제일제당은 다시다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양념 가공식품, 편의식품 시장 등 새로운 맛,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죠. 최근에는 비건 트렌드와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조미료, ‘비건 다시다’를 선보였는데요. 콩 단백질을 활용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쇠고기 향미를 구현한 것은 물론, CJ만의 핵심 기술을 적용해 기존 다시다의 깊은 맛과 감칠맛을 살려낸 것이 특징입니다.
또, CJ제일제당은 60여 년간 쌓아온 발효기술을 발판으로 글로벌 채식 열풍 트렌드에 맞춰 대체육의 맛과 풍미를 보완한 조미소재 테이스트엔리치(TasteNrich®)와 플레이버엔리치 (FlavorNrich®)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식물성 발효 조미소재인 테이스트엔리치는 일체의 첨가물이나 인위적 공정 없이 식물성 원료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감칠맛 성분으로만 만든 것이 특징인데요. 현재 테이스트엔리치는 2020년 출시 이후 CJ제일제당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체육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1975년부터 고향의 맛으로 우리의 식탁을 책임져온 CJ제일제당은 이제 국민 브랜드를 넘어 세계인의 식탁에 맛의 즐거움을 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맛의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