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에 트러플을, 된장에 화이트 와인을 더하면? 매일 먹는 한식이 새롭게 태어난다. 퀴진케이(Cuisine K) 팝업 레스토랑 ‘DOORI’에서다.
‘DOORI’는 CJ제일제당의 한식 셰프 발굴·육성 프로젝트인 퀴진케이 프로젝트의 네 번째 팝업 레스토랑이다. 지난 11월 레스토랑을 운영할 참가자를 공개 모집했고, 미쉐린1스타 소설한남 엄태철 셰프 등 한식과 외식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DOORI’ 팀이 최종 선발됐다.
레스토랑의 이름인 ‘DOORI’는 한식과 양식 ‘둘이’ 만나 펼쳐지는 새로운 미식 경험이라는 이름의 뜻이다. 이름처럼 한국의 다양한 식재료를 모던하게 재해석한다. 들기름 시래기 국수와 소불고기를 곁들인 유기농 찰보리 리조또 등이 ‘DOORI’의 대표 메뉴다.
이런 메뉴들은 ‘DOORI’의 배요환 셰프와 이효재 매니저 부부가 직접 개발했다. 두 사람은 함께 와인바를 운영하던 중 운명처럼 퀴진케이 팝업 레스토랑 공고를 만났다고 했다. ‘한식 파인 다이닝’은 두 사람 모두에게 도전이었지만 욕심과 기대로 마음이 설렜다.
모두가 바쁘게 오가는 강남 대치동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DOORI’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을 직접 만났다.
Q. ‘DOORI’는 어떤 레스토랑인가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효재 매니저(이하 이): ‘파인 다이닝’이라고 하면 무겁고 격식 있는 분위기를 생각하시잖아요. 저희는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습니다. 사실 ‘DOORI’는 ‘한식과 양식의 만남’이라는 뜻도 있지만, 저희 강아지의 이름이기도 해요(웃음). 저희 부부가 운영하는 공간에 강아지의 이름을 붙여 가족적인 느낌을 녹여내고 싶었죠. 따뜻하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한식 파인 다이닝이 바로 ‘DOORI’ 입니다.
Q. 부부가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여는 건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 같아요. 오픈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배요환 셰프(이하 배): 와인바를 운영하면서 손님들께 와인과 잘 어울리는 한식을 제공해 드렸어요. 메뉴를 개발하면서 점차 한식에 관심이 갔고, 한식 다이닝 운영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퀴진케이 프로젝트에 지원할 때도 ‘한식을 모던하게 알리자’라는 콘셉트를 가져갔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메뉴는 새롭지 않잖아요. 그래서 익숙한 식재료를 사용하되 모던하게 해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옛것을 찾게 되더라고요. 현대사회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조선시대의 음식이 더 새로울 수 있겠다는 역발상을 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조선왕조 궁중요리 책을 보거나 사찰에서 나물 요리를 하는 스님들의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이: 요즘 한식 다이닝들을 살펴보면 한식 본연의 식재료를 살리면서 조화롭게 요리하는 것이 트렌드예요. 저희 역시 이런 요리법이 더 트렌디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보다는 ‘조선시대를 기반으로 한 한식 파인 다이닝’. 멋지잖아요! 하하.
개성은 살리되, 피드백은 확실히!
이렇게 탄생한 메뉴들은 ‘DOORI’ 팀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는 퀴진케이 팝업 레스토랑의 장점 중 하나다. 심사위원, 멘토 등이 존재하는 만큼 그들의 입김이 들어갈 법도 하지만 메뉴 선정에서만큼은 셰프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
대신 피드백은 확실하다. 한식 파인 다이닝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셰프들이 ‘DOORI’의 요리를 먹어보고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Q. 메뉴를 준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배: 아무래도 ‘DOORI’ 브랜드의 첫 팝업 레스토랑이다 보니 우리를 드러낼 수 있는 메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코스메뉴가 완성되기까지는 다른 도움 없이 저희 스스로 준비했어요. 다 만들고 나서 경험이 많으신 셰프님들과 퀴진케이 프로젝트 팀 모시고 메뉴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이때 주신 여러 조언을 듣고 메뉴를 조금씩 개선해 나갔습니다.
퀴진케이 프로젝트가 좋은 건 셰프들의 개성을 죽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퀴진케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보니 많이 존중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Q. ‘DOORI’를 오픈하는 과정에서 퀴진케이 프로젝트가 가장 큰 도움이 됐던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이: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 신경 써야 할 게 정말 많잖아요. 특히 오픈 비용의 8할은 인테리어에 사용되죠. 하지만 CJ 측에서 세팅해 주신 인테리어도 저희 콘셉트와 부합하였고, 주방 설비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덕분에 저희는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돌이켜보며 우리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흔치 않거든요. 이번 기회 덕분에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방향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배: 무엇보다 많은 분들께 저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 감사해요. 저희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셰프들에겐 큰 힘이 됩니다. 대중에게 나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큰 기회잖아요. 이런 기회를 통해 셰프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극 추천해요!
맛있는 경험 한 끼 하고 가세요
‘DOORI’의 공간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여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식사가 다 끝난 뒤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굿즈다. 그림을 전공했다는 이효재 매니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부부의 모습은 물론, 강아지 두리의 모습도 담겨 있다.
Q. 굿즈를 선물한다는 게 참 신선한 것 같아요.
이: 저희는 미식을 문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단순히 식당에서 밥만 먹고 가는 게 아니라, 경험을 먹고 가는 다이닝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메뉴판부터 시작해서 메뉴, 메뉴의 순서 그리고 굿즈까지 전부 스토리텔링을 녹였어요. 저희는 ‘DOORI’를 식당이라고 하지 않고, 주류와 음식을 같이 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배: 그런 이유로 손님들이 식사하실 때 클래스처럼 설명을 해드리기도 해요. 단순히 주문받아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 각자의 개성에 맞는 주류를 찾아드리고 설명도 해드리죠. 음식만 먹고 가는 것이 아닌, 경험도 얻어가는 시간을 선물해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배: 우선, ‘DOORI’를 찾아주시는 고객분들께 사랑이 가득한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의 제일 큰 목표는 해외에서 한식당을 차리는 거예요. 한식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돼지국밥이 뉴욕 레스토랑 최고의 메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거든요.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취급하기도 하니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술,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한식을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