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소스’는 국가별로 고유한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일반 식품보에 비해 다른 식문화 속으로 파고들기 어렵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소스들이 있다. 바로 미국의 핫소스 ‘타바스코’, 일본의 간장 ‘기꼬망’, 태국의 칠리소스 ‘스리라차’ 등이다. 이름부터 익숙한 이 소스들도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세계적인 소스에 대열에 오르고 있는 K-소스가 있다. 바로 고추장이다.
고추장, 외국에서는 뿌려 먹지 않고 찍어먹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09년부터 한국식 소스, 즉 ‘K-소스’의 세계화를 위한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고추장을 타바스코, 스리라차와 같은 ‘글로벌 핫소스’로 도약시키고자 노력했다. 한국인 입맛에 맞춘 고추장으로는 해외 시장 공략이 불가할 것으로 판단,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을 개발했다. 매운 맛의 강도를 조절하고 당과 산미를 높이는 한편 물성을 조정한 현지화 제품으로 고추장 세계화를 추진한 것.
우리나라에서는 고추장을 비벼먹는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해외용 고추장은 찍어먹는 디핑 소스(Dipping Sauce) 형태로 바꿨다. 케찹, 칠리소스 등 외국에서는 찍어먹는 소스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인데,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현재 ‘비비고 고추장 Hot&Sweet 소스’와 ‘애니천 고추장 소스’ 등 현지화 제품은 미국 메인스트림인 Safeway, Albertson’s, Target, Publix 등에서 판매 중이다.
고추장, 외국에서도 ‘핫’한 소스로 발돋움하다
최근에는 인지도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B2B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통 해외의 낯선 느낌이 강한 에스닉푸드(Ethnic Food)는 소비자 개개인이 직접 구매해서 먹기보다는, B2B에서 먼저 경험한 후, 만족스러워야 B2C로 소비가 확장된다. 일례로 스리라차 소스 또한 쌀국수가 미국에서 일상적인 요리로 자리잡으면서 B2C매출이 점점 증가했다.
고추장도 이와 마찬가지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외식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식 소스를 선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8년 영국의 대형 레스토랑 체인 ‘Itsu’에 해찬들 고추장을 활용해 테이블탑 소스로 선보인 것을 꼽을 수 있다.
Itsu에 선보인 고추장 소스는 70여개 매장에서 매주 1,000개 이상 사용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테이블탑 소스뿐만 아니라 ‘Korean BBQ Chicken Rice Bowl’, ‘Chilli Chicken Gyoza’, ‘Chilli Greens Wrap’ 등 다양한 메뉴에 사용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Rice Bowl, Gyoza 메뉴에 구성된 소스에 해찬들 쌈장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K-소스, 고추장!
Itsu 고추장 소스는 레스토랑의 오너가 요리 연구를 진행하다 한국의 고추장을 먹어본 뒤 먼저 입점 제안을 한 케이스다. Itsu가 퓨전 아시안 레스토랑이다 보니 롤이나 초밥 등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 Itsu 레스토랑 오너가 우리 전통 장류에 매력을 느낀데다 활용 메뉴를 지속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과가 더욱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사례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것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성장 속도는 느려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조금씩 K-Sauce 세계화라는 목표 달성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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