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1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하얀 설탕이 쏟아지던 날. 그로부터 70년이 지났습니다.
종합식품회사에서 식품·생명공학·유통·엔터테인먼트의 4대 사업군을 선도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CJ가 걸어온 도전과 개척, 창조와 성취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한국 극장의 음향 시설, 영사 상태, 객석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레스토랑·쇼핑센터 등이 함께 있는 멀티플렉스 등으로의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
1995년 10월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한국의 영화 인프라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극장마다 영화 한 편씩을 상영하던 ‘단관 극장’ 시절이었죠. 인기 있는 영화마다 암표상이 등장하는 게 당연했고, 극장 좌석 사이 간격이 협소해 시야가 가려지기 일쑤였습니다. 열악한 극장 인프라는 관객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1990년 800만 명에 달했던 관객 수가 1998년에는 500만 명까지 떨어졌어요.
선진국 상황은 달랐습니다. 미국에선 1980년대부터 2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 극장이 지어져 돌풍을 일으켰고요. 영국은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 7년 만에 영화 관람객 수가 두 배로 늘었습니다.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쿠오카의 캐널시티AMC는 13개 스크린에 2600석이 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어요. 호텔, 게임센터, 쇼핑센터 등 여가 문화 시설들이 한 빌딩에 모여 있었고요. 쇼핑과 문화를 연계한 복합문화공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였습니다.
모든 과정을 최초로
한국에도 멀티플렉스 극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죠. 비디오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대량 보급되던 시기라 극장은 사양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멀티플렉스 극장을 지으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했는데, 우리나라는 땅값이 비싸다 보니 단관 극장을 건설할 때보다 비용이 두 배 이상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제일제당은 국내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선 멀티플렉스가 기본 인프라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회사 안팎의 반대 속에서도 뚝심을 갖고 밀어붙였죠. 1995년 6월, 제일제당 멀티미디어사업부는 극장팀을 신설하고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 설립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됩니다.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CJ CGV의 시작입니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멀티플렉스 상영관 건설은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과정이 ‘최초의 연속’이었죠. 건설 도중 IMF 외환위기까지 발생하면서 비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영화 사업을 추진하던 다른 대기업들도 줄줄이 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일제당은 안팎의 여러 우려 가운데서도 영화산업의 필수 인프라인 멀티플렉스 건설을 꾸준히 추진해 나갔습니다.
대한민국에 멀티플렉스 시대 개막
그리고 1998년 4월 4일, 마침내 서울 구의동에 ‘CGV강변11’이 공식 개관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멀티플렉스 시대가 개막한 것입니다. 총 면적 1512평, 좌석 수 1922석, 11개의 스크린 등 모든 것이 국내 최대 규모였습니다. 지하철 강변역과 직접 연결됐고 쇼핑센터가 모여 있어 영화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의 왕래가 많을 거라 기대되는 입지였죠.
CGV강변11은 기존 단관 극장과는 180도 다른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탄생했습니다. 언제든 예약 가능한 24시간 전산 ARS 시스템을 갖췄고 고객이 스스로 좌석을 선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밖에도 최상의 음향 시설과 돌비 서라운드 구축, 스크린 상영 시간 다양화, 좌석 앞뒤 간격 1m 이상 유지, 국내 최초 좌석 컵홀더 설치, 무소음 팝콘 패키지 개발 등 기존 극장과 차별화된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전에 없던 공간이다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합니다. 티켓 한 장으로 모든 상영관에 다 들어갈 수 있다고 착각한 관객도 있었고, 고급스러운 실내 카펫을 보고 신발을 벗고 입장한 관객도 있었습니다.
CGV, 가장 매력적인 여가 공간으로
CGV의 성장세는 놀라웠습니다. 개관 첫 해 관객 수가 350만 명에 달했고요. 당시 서울 시내 개봉관의 평균 객석 점유율이 평일 15%, 주말 45%였는데, CGV강변의 점유율은 평일 38~41%, 주말 77~80% 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CGV강변을 ‘멀티플렉스의 놀라운 성공 사례’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습니다.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되던 시기였습니다. 여가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발전했고 국민소득이 늘면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도 점차 커졌는데, 수요를 만족시킬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죠. 레저 스포츠나 공연은 서민들이 쉽게 즐기기 어려웠고요.
접근성이 좋고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국민들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으로 자리잡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2003년 2월엔 CGV수원이 문을 열면서 스크린 수 100개를 돌파했습니다. 1호점을 개관한 지 5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제일제당 이후 많은 대기업이 멀티플렉스 극장 사업을 추진했지만 2000년이 지나기도 전에 모두 철수했습니다. 반면 제일제당은 영화 산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체인망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등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죠. 1999년 12월 스크린 14개를 갖춘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인천14가 두 번째로 개관했고 이후 분당, 대전, 부산 서면, 일산, 수원 등 전국 각지에 문을 열었습니다.
CGV를 찾는 관객 수는 날로 늘었습니다. CGV는 이에 부응해 더 많은 관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스크린 수를 늘려갔죠. 스크린 100개를 보유하게 된 2003년에는 누적관객 수가 7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총 1억 명이 CGV를 다녀가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CGV 브랜드의 인지도는 경쟁사가 쉽게 넘어서기 힘들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규모면에서부터 후발 주자들을 압도하며 시장을 이끌어나갔습니다. CGV는 극장 수나 시장점유율에서 다른 멀티플렉스에 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후에도 CGV는 1등의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쟁력을 다져나갔습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영화관에 이어 IMAX·3D·4DX·ScreenX 등 특별관과 골드클래스·씨네드쉐프 등 프리미엄 상영관을 도입하며 영화 감상에 큰 취미가 없던 고객까지 CGV로 이끌었습니다.
한국 영화 전성기에… ‘보는 즐거움’을 만들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 영화는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국내 최초로 1000만 영화가 등장하고 임권택·박찬욱 등 유명 감독들이 칸 영화제 같은 세계무대로 진출했죠. 영화 산업의 발전은 영화관업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 국내 멀티플렉스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됐습니다. 좋은 입지엔 모두 멀티플렉스가 들어섰고, 주요 거점마다 CJ CGV와 경쟁사들이 자리했습니다.
CJ CGV는 우세한 인프라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화된 역량을 발굴해 나갔습니다. 당시 CGV는 ‘디지털 시네마’ 흐름에 주목했습니다. 스크린에 필름을 영사하는 대신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를 디지털 전용 영사기를 통해 재생하는 영화 상영 방식인데요. 필름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에 따른 화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스템이었습니다.
CJ CGV는 2004년 몇몇 외국 영화만 시도하던 디지털 상영을 한국 영화 <어깨동무>에 도입해 CGV상암에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시사회 행사를 열었습니다. 2005년 하반기엔 CGV용산의 11관에 디지털 영사기를 설치했고요.
‘용아맥’ 열풍의 시초가 된 IMAX(아이맥스) 상영관도 CGV가 국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CGV의 혜안과 경쟁력을 오랜 기간 눈여겨보던 캐나다의 IMAX사가 CGV를 꾸준히 설득한 결과였습니다. IMAX 영화는 일반 영화 규격보다 아홉 배 넓은,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장 넓은 각도로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당시에도 최고의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었습니다.
CJ CGV는 IMAX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CGV용산 5관과 CGV인천 9관을 IMAX관으로 개조했습니다. 한 개 관에 30억원이 투입되는 대공사였습니다. 2005년 12월 첫 상영작으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개봉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예매 개시 5일 만에 최고 예매율을 달성, 일반 상영 대비 여덟 배 이상의 예매율을 기록했죠.
4DX·ScreenX, 대체 불가 극장 경험을 개발하다
CGV가 자랑하는 4DX·ScreenX는 CGV가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특별 상영 기술입니다. 전 세계 73개국 1152개(2023년 상반기 기준) 상영관에서 4DX, ScreenX, 4DXScreen 등 CGV의 특수 상영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요.
대체 불가한 극장 경험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CJ CGV는 다시 한 번 영화 관람에 혁명적인 기술을 도입합니다. CGV상암에 세계 최초 실감형 상영관 4DX관이 개관한 것입니다.
스크린 영상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고 물과 바람, 향기가 뿜어져 나와 관객들이 화면 속 환경을 똑같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상영관이었죠. 개관 초기 오후에만 상영했는데도 객석 점유율이 일반 상영관의 2배 이상을 넘어 90%까지 치솟을 정도였습니다.
2013년엔 메인 스크린을 넘어 양쪽 벽면까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ScreenX’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세계 최초 다면 특별 상영관으로 전면과 좌우 벽면까지 3면이 스크린으로 펼쳐져 입체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색다른 관람 경험을 제공했죠.
ScreenX 기술은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2013)로 시작해 <차이나타운>, <검은사제들>로 본격 상용화됐습니다. 영화 <히말라야>는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스크린X 기술의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2016년 ScreenX로 개봉한 <부산행>은 양옆 좌우에서 출몰하는 좀비들이 긴장감과 스릴감을 두 배로 선사하며 크게 흥행했습니다.
2022년 개봉한 <탑건: 매버릭>은 4DX 기술의 정점을 찍으며 6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냈습니다. ‘용아맥(용산 아이맥스)’ ‘영스엑(영등포 스크린엑스)’ 등 CGV 특별관 열풍에도 한몫했죠. 자세한 내용은 아래 ‘더 보러가기’ 버튼을 눌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극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2019년 CGV 관객 수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이후 20여 년간 CGV의 역사가 곧 우리나라 영화 산업 발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러나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극장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국내에서 3년 가까이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는 타인과 함께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 극장 경험을 낯설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OTT 영상 플랫폼 산업이 크게 발달하면서 극장 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죠.
국내 최대 극장 사업자인 CGV는 변화한 영화 관람 트렌드를 반영해 단순 영화 감상 공간인 ‘멀티플렉스’에서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사업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관을 개조한 스포츠 클라이밍짐 ‘피커스(PEAKERS)’부터 영화관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각종 얼터너티브 콘텐츠까지, 한계 없는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극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나가는 CGV의 도약은 아래 버튼을 눌러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