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밤 포장을 뜯다 손을 베었어요.”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는 민원입니다. 식품을 밀폐하는 포장재는 보통 단단해서, 손으로 쉽게 뜯으려면 안쪽 방향으로 패인 홈(노치)이 필요한데요. 포장재가 빳빳할수록 노치 모서리가 날카로워질 수 있습니다.
CJ제일제당 VOC혁신팀과 패키징 담당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생각했습니다. 어린아이가 간식 포장을 뜯다 다친다면, 몸이 불편한 분 또는 연로하신 어르신이 포장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면 어떨지를요.
그리고 2년 반의 끈질긴 실험 끝에 쉽게 뜯어지면서도 손을 다칠 일 없는 ‘하트(❤︎)’ 모양의 노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사례가 지난해 말 CJ제일제당 VOC혁신팀이 개최한 ‘CJ 소비자마인드 어워즈’에서 ‘소비자가 직접 뽑은 VOC 개선 우수사례’로 뽑혀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CJ뉴스룸이 글로벌 패키징담당에서 포장재를 연구 개발하는 이병국 님, 이은실 님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글로벌 패키징 담당 팀 업무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이은실 : 저희는 CJ제일제당의 모든 제품 포장재를 개발합니다. 소비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제작 비용도 경제적인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어요. 요즘은 ‘친환경’ 포장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병국 : 포장재 관련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가 들어왔을 때 검토하고 개선하는 업무도 하고 있어요. VOC가 발생하면 제일제당 ‘VOC혁신팀’에서 선정해 저희 측에 공유해 주십니다.
이후 저희가 현물을 회수해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생산 설비 자체가 문제인지, 포장재 업체 또는 작업자의 실수인지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죠.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경우 곧바로 과제화해 개선을 진행합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 사항을 매번 해결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은실 : 맞아요. 매일 아침 9시 ‘VOC Daily News’ 메일이 올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기도 합니다(웃음). 하지만 소비자들이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잘 살리면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되겠다’는 기대감도 있고요.
이병국 : 저희는 오랜 기간 포장재를 다루다 보니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너무 잘 알면 불편함을 체감하지 못할 때가 많죠. 하지만 실제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해주시는 고객분들의 생생한 VOC를 통해 ‘이런 불편함이 숨어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는 부분이 많습니다.
맛밤 가장자리의 ‘하트’ 노치도 고객 VOC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다고요.
이은실 : 제일제당 고객행복센터에 ‘맛밤을 뜯다가 손이 베었다’는 VOC가 종종 접수됐어요. 종이에 손을 베이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니, 저희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민원이더라고요.
이병국 : 사실 노치는 개념적으로 날카로울 수밖에 없어요. 어떤 방향으로 힘을 줘도 쉽게 뜯어지도록 ‘V 컷’ 형태로 제작하거든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부분 ‘V 컷’ 노치를 활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 기업이라면 작은 부분까지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개발 과정도 궁금합니다.
이병국 : 정말 많은 테스트를 거쳤어요. 날카로운 노치 때문에 손이 베이는 일을 막기 위해 가장자리에 패인 부분을 없애면서도 개봉하기 쉽도록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고민했습니다.
패키징을 절단하는 칼을 ‘금형’이라고 하는데요. 이 금형의 모양에 따라 노치의 형태가 정해집니다. 하트, 세모, 다이아몬드 등의 금형을 만들어 수백 번 테스트했어요.
이은실 : 새로운 금형이 만들어질 때마다 수백 번 직접 손을 스쳐 가며 위험성을 테스트했습니다. 혹시 어떤 각도에선 또 손이 베이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여성이 뜯었을 때, 아이가 뜯었을 때, 나이 드신 분이 뜯었을 때 등 다양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테스트도 해봤습니다. 심지어 손이 큰 사람, 작은 사람이 개봉하는 경우까지 모두 고려했어요. 덕분에 2년 반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하트’였나요?
이병국 : 수백 번 테스트를 거친 끝에 기존의 ‘V 컷’ 형태는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대신 모서리에 손이 베이지 않도록 재설계한 겁니다. 하트엔 V 모양의 뾰족한 부분도 있고 뭉툭한 부분도 있으니까요.
‘소비자를 향한 저희의 마음을 표현하면 어떨까’,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보면 어떨까’ 다양한 제안이 나왔는데, 그 중 ‘하트’ 아이디어가 채택된 거죠.
하트는 모서리가 뭉툭하기 때문에 손이 베일 위험은 없지만 힘 전달이 안 되다 보니 초기 개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트 모양 주위에 엠보싱 기술을 추가로 활용해 사용자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초기 개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패키징을 개발하고 개선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병국 : ‘소비자의 편의’가 최우선입니다. 어떻게 하면 편리한 포장을 만들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해요. 여기에 더해 타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도 함께 고민하는 편입니다.
이은실 : 소비자들의 ‘안전’이 기본 중의 기본이죠. 안의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아야 하고, 포장을 뜯을 때의 위험성도 없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편리함까지 주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하트 노치 외에 패키징을 개선한 다른 사례도 있을까요?
이병국 : 참깨 드레싱을 개봉할 때 고리가 자꾸 끊어진다는 VOC가 있었어요. 손가락을 거는 원형 고리와 이어지는 살이 직각으로 되어 있어 생긴 문제였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힘으로 뜯다 보니 비슷한 민원이 종종 발생했어요. 직각형을 라운드형으로 바꿔 힘을 분산하니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참기름병에 간편 분리캡을 적용해 재활용이 편리하도록 개선한 일도 생각나네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은실 : 지난해 말 ‘CJ 소비자 마인드 Awards’에서 우수 개선 과제 중 하나로 하트 노치가 선정되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임직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였는데, 소비자분들께서 저희 ‘하트 노치’에 투표를 해주셨다는 거예요. 소비자분들의 불편 사항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던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신 것 같아 보람찬 자리였습니다.
이병국 : 저희는 이렇게 소비자분들의 응원과 격려, 칭찬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저는 제품이 출시되면 개인적으로 블로그도 찾아보곤 하는데요(웃음). ‘이런 건 누가 만들었을까?’와 같은 사소한 칭찬 멘트만 봐도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하트 노치에 대해서도 칭찬 VOC가 들어왔다고 해서 매우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패키징 담당 팀의 포부와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은실 : CJ 제품은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희는 포장 개발팀이다 보니 ‘CJ 포장이 참 편리하다’라는 인식이 소비자분들께 각인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국 :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건 참 편리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와 우리 팀의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CJ 패키징이 글로벌 탑티어가 되는 것이 목표이고요(웃음).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편의성과 혁신을 갖춘 패키징 솔루션을 선보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