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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늦은 밤에도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 부조정실이 분주했다. 4일 새벽 5시로 예정된 <더CJ컵 바이런 넬슨> 골프 경기를 앞두고 tvN Sports PD들의 생중계 방송 준비가 한창이었다. 3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경기는 이날 2라운드를 앞두고 있었다. 이날 PD들의 하루는 자정부터 시작됐다. CJ뉴스룸이 경기 중계 전 tvN SPORTS 류미림PD와 신치호PD를 만나 스포츠 중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2022년 5월 개국한 tvN SPORTS는 올해로 개국 2주년을 맞았다. 두 사람은 tvN SPORTS가 개국한 직후 입사해 채널과 함께 성장해 온 PD들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 중계를 준비할 때 방송이 다섯 시간쯤 남았네요. 평소엔 몇 시쯤 출근하세요? 류미림 : 저희 업무는 중계하는 스포츠의 경기 시간에 따라 스케줄이 정해져요. 오늘 열리는 <더 CJ컵 바이런넬슨> 경기는 미국 댈러스 지역에서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쯤 시작되는데요.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5시에 시작하네요. 저희도 시차를 고려해 자정 전에 출근했습니다. 신치호 : 저희는 보통 생중계 다섯 시간 전에 출근해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해요. TV 중계방송을 보시면 본격적인 중계가 시작되기 전 현재까지 경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오늘 중계에선 어떤 내용들이 다뤄질지 등을 먼저 안내하잖아요. 그런 내용들까지 포함해서 준비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출근 후엔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류미림 : 저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큐시트(촬영 순서 등 일정을 정리한 표)를 짭니다. 방송에 실시간으로 내보내야 하는 CG나 그래픽에 필요한 데이터도 찾아서 준비하고요. 신치호 : 류미림 님이 큐시트와 전체적인 방송의 틀을 짜주시면 저는 그 이후 디테일한 과정을 담당합니다. VCR(녹화영상)을 제작하고, CG를 더블 체크하기도 하고요. 생방송 중간중간에 나가는 주요 장면, 하이라이트를 만들어서 내보내기도 합니다. 사실 VCR 영상은 며칠 전부터 미리 준비하는데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VCR 영상 내용에 대해 회의하고, 이후 자료를 모아 제작한 후 시사를 하면서 관련 부서들과 확인 작업을 거칩니다. 스포츠 생중계 방송에도 큐시트가 있나요? 류미림 : 그럼요. 각본이 따로 없는 스포츠를 생중계하는 것이긴 하지만 큐시트의 역할은 중요해요. 스포츠 경기가 펼쳐지는 현장에서 저희가 직접 피드를 제작해서 방송을 송출하는 경우와 해외 현지에서 제작한 피드를 송출 받아 중계하는 경우로 나뉘는데요. 전자의 경우 골프를 예로 들면 중계 현장에서 수많은 유관 부서와 협의를 거쳐 어떤 선수나 조를 메인으로 잡을지, 오늘 중계에 어떤 포인트를 잡고 중계할지 등을 미리 정해요. 이번 <더CJ컵 바이런 넬슨> 같은 경우 후자입니다. 해외에서 송출되는 피드를 중계하는 것이지만, 중계방송 앞뒤나 중간에 VCR이나 CG를 넣어 저희만의 색깔을 입히게 되는데요. 큐시트를 짜는 등 미리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신치호 : 예를 들면 오늘 중계하는 <더 CJ컵 바이런 넬슨>은 특별한 역사가 있잖아요. CJ가 대한민국 최초의 PGA투어 정규대회로 개최해 온 ‘더CJ컵’과 1944년부터 시작된 ‘바이런 넬슨 대회’가 올해부터 하나로 합쳐졌죠.  본경기 중계에 들어가기 전에 VCR로 이런 비하인드를 풀거나, 한국 선수들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 같은 정보를 CG 등으로 삽입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한마디로 중계도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인 거죠. “스포츠 PD만의 긴장감, 오히려 즐기며 일해요.” 모든 선수가 18개 홀을 도는 골프 경기는 중계도 복잡할 것 같아요. 신치호 : 골프 경기는 18개 홀을 선수 156명이 전부 돌게 돼요. 한 조가 18개 홀을 다 도는데 평균적으로 5시간 정도를 잡기는 하거든요. 플레이 상황에 따라 조금 더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어요.  스포츠는 짜여 있는 각본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골프도 자연의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결과를 내야 되는 종목 중 하나인데, 해가 뜨고 지는 것, 날씨의 변화에 따라 경기가 중단되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요. 골프 외에 다른 스포츠 종목들도 중계하시나요?  신치호 : 축구, 야구, 테니스, 복싱, 종합격투기, 체조… 류미림 : 종목을 한정 짓기엔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희 채널에서 다양한 종목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요.  많은 종목을 일일이 익혀 중계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류미림 :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해요. 각 종목의 룰은 기본이고요. 선수에 대한 정보, 예컨대 어떤 선수가 촉망받고 있고 어떤 선수에게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등 한 번의 중계를 위해 공부해야 할 게 정말 많죠. 그만큼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해당 종목에 대한 역사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고요.  신치호 : 또 스포츠 룰이라는 것이 계속 바뀌거든요. 그래서 보통 중계 일정이 잡히면 한 달 정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합니다. 공부를 시작하는 거죠. 기억나는 실수나 사고는 없었나요? 류미림 : 사실 기술적인 사고는 흔해요. 갑자기 기계가 오작동한다든지 먹통이 된다든지… 카메라 케이블에 이상이 생기거나 데이터가 잘못 들어온다거나 자막기에 오류가 생기거나 하는 일들이요. 특히 야외에서 진행하는 스포츠의 경우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정말 변수가 많은 것 같아요. 다만, 결국 스포츠 중계방송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전 점검을 통해 예측 가능한 사고들을 최대한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장르에는 없는, 스포츠 PD 업무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류미림 : ‘긴장감’인 것 같아요. 모든 PD님들이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스포츠 PD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방송 장르는 어떤 식으로든 PD가 구성한 상황이 연출되지만, 스포츠의 경우는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없어요. 심지어 어떤 종목들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까요. 장시간 동안 계속 긴장감을 가지고 중계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는 감각이 어떨 때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긴장감을 좀 즐기는 것 같아요. 신치호 : 스포츠 중계는 변수가 정말 많잖아요. 예를 들어 축구 중계 같은 경우는 보통 카메라마다 역할이 있거든요. 풀샷, 공을 쫓는 샷, 선수를 쫓는 샷 이런 식으로요. 야외에서 중계하다 보면 카메라가 갑자기 고장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땐 공을 쫓다가 정말 순간적으로 카메라들의 역할을 서로 대체하는 등 PD가 빠르게 판단해 디렉팅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 긴장감이 있죠. tvN SPORTS가 개국 2주년을 맞았는데요. 그간 스포츠PD로 일해오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신치호 : 신생 채널임에도 여러 종목 콘텐츠를 다룰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아시안 컵처럼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빅 이벤트를 중계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기뻤고요. 류미림 : 신생 채널답게 정해진 틀을 따르지 않고 액티브하게 많은 시도를 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아시안 컵 중계 당시 저희가 ‘퇴근길 라이브’ ‘온 필드 프리뷰’ 같은 새로운 시도를 여럿 했는데요. 도전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기존 채널들과는 차별화되는, tvN 스포츠만이 할 수 있는 색깔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tvN SPORTS 와 함께 꿈꾸는 목표가 있다면요? 류미림 : 지금처럼 이렇게 액티브하게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스포츠 중계 장르가 굉장히 보수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런 틀을 깨고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채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신치호 : tvN은 예능이나 드라마가 굉장히 강한 방송사이기도 하잖아요. 회사가 가진 강점을 저희 스포츠 분야에도 접목해 더욱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채널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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