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밥맛의 비결이 이 구멍이라고?

밥 먹을 때 없어선 안될 것은? 주방 필수템, 햇반이다. 그런데 전자레인지에 쓱 돌린 햇반을 열어 보니, 수상한 구멍들이 발견된다고? 걱정마시라. 누가 먹던 것도 불량품도 아니다. 오히려 햇반이 맛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햇반 밥맛의 비결에는 구멍 송송 뚫릴 수밖에 없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단 말씀. 무슨 소린지 궁금하다면 계속 읽어 보시길.

즉석밥 속 구멍에 숨겨진 맛의 과학

햇반의 비닐을 일부 뜯어낸 모습. 용기 안에 밥이 보이는데, 중간중간 구멍이 뚫려있다.

맛있는 밥을 가장 빨리 먹고 싶을 땐, 무조건 햇반이다. 밥을 해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갓 지은 밥을 손쉽게 먹으려면 햇반이 제격. 누구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면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밥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따뜻하게 데운 햇반의 덮개를 열면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혹시 못 봤다면, 지금 바로 햇반을 하나 데워 보시길. 모든 햇반에는 밥알 틈새에 구멍이 뚫려 있다. 물론, 양을 줄이려는 수작은 아니다. 여기엔 밥맛의 비결이 숨겨져 있다.

레일 위에 햇반 용기강 있고, 다짐판이 햇반의 밥을 꾹 누르고 있는 일러스트.

햇반을 만들 땐 용기에 쌀을 넣고 물을 넣기 전에 다짐판으로 꾹꾹 눌러 준다. 이 때문에 햇반의 밥 표면에 구멍이 생긴다. 다짐판으로 눌러 줘야 열전도가 잘 되기 때문에, 이 과정은 필수! 쌀과 쌀 사이의 공간을 통해 열이 골고루 전달되도록 하는 거다. 그래야 밥맛을 결정하는 호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밥 짓는 온도가 중요한 이유

아궁이에 불이 지펴져 있고, 솥에는 밥이 있다. 솥 위에서 솥 방향으로 노란 화살표가 있고, 화살표 사이로 파란 원들이 있는데, 그 원 안에 수분이라고 쓰여 있다. 솥 위에는 온도계가 있다.

그렇다면, 왜 호화 속도를 높일까? 쌀을 구성하고 있는 전분이 열과 수분을 만나 점점 익어가면서 쌀이 밥으로 되는데, 이 과정을 ‘호화’라고 한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쌀 전분 사이사이에 수분이 들어가면서 찰기 있고 맛있는 밥이 완성된다.

가로 축에 100℃, 120℃, 140℃가 표시돼 있고, 100℃에는 일반 냄비, 120℃ 에는 밥솥, 140℃에는 햇반이 있다.

더 쉽게 예를 들어 보겠다. 일반 냄비밥보다 압력 밥솥으로 지은 밥이 더 맛있다. 보통 일반 냄비로 밥을 할 땐 온도가 99도 정도로 오른다. 압력 밥솥은 더 높은, 117도 정도. 그렇다면 햇반은 어떨까? 햇반을 만들 땐 무려 140도가 넘는 온도에서 호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 밥이 된다. 끓는 물로 데운 햇반보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햇반이 더 맛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1인분 일 때의 그림과 10인분 일 때의 그림. 왼쪽에는 햇반 용기 하나가 놓여있고, 오른쪽에는 밥솥에 밥이 담겨 있다. 왼쪽의 1인분 그림에는 열전도 GOOD이라 써있고, 오른쪽에는 열전도 BAD이라 써있다.

밥 짓는 온도의 비밀은 또 있다. 밥솥으로 한 밥보다 돌솥밥이 더 맛있는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밥을 하면 열 전달이 골고루 안 된다. 반면, 1인분씩 나눠져 있는 돌솥밥이나 햇반은 열이 고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더 맛있다. 햇반은 높은 온도에서 딱 한 공기씩 다짐판으로 누르기 때문에 최고의 호화 조건을 갖춘 것이다. 가장 맛있을 수밖에!

즉석밥이 집밥보다 맛있는 비결

밥 짓는 온도뿐 아니라 밥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남았다. 쌀을 언제 도정했느냐에 따라 밥맛이 달라진다. 도정이란 쌀의 겉껍질인 겨층을 벗겨 내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쌀이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쌀은 이미 도정된 상태다. 갓 도정한 쌀은 수분이 많고 신선하기 때문에, 더 맛있는 밥이 된다.


양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의 손 이미지. 손 안에는 현미가 있다. 사진 위에는 수확-도정-포장 및 판매-취사 라고 써있다.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쌀은 도정한 상태의 백미다. 이 상태로 긴 시간 저장하면 쌀에 있는 지방이 산소와 만나 묵은내가 나고 수분이 줄어든다. 마치 갈변된 사과처럼 맛 품질이 떨어지게 되는 거다. 올해 수확한 햅쌀을 사더라도, 우리가 밥을 지을 땐 이미 도정이 끝나고 저장된 백미인 거다.

냄비에 현미쌀을 담는 모습. 사진 위로 수확-도정-취사 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햇반은 다르다. 현미 그대로 들여와서 공장에서 당일 도정해 바로 밥을 만든다. 이 정도면 농부가 직접 수확한 쌀로 당일에 밥을 지어도, 더 빠를 거다. 햇반은 맛있는 밥의 조건을 다 갖춘 거다. 다 같은 밥인데 뭔가 맛이 조금씩 달랐던 건, 밥을 짓는 온도와 도정의 차이 때문이었다.

햇반이 가운데 놓여있고, 왼쪽에 햇, 오른쪽에 반이라는 글자가 있다.

햇반의 맛의 비결을 이젠 알겠는지? 구멍 송송 뚫린 걸 발견해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이래서 더 맛있단 말이지?’ 하며 맛있게 즐겨 주시길. 우리가 간편하게 먹는 밥엔 이렇게 많은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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