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1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하얀 설탕이 쏟아지던 날. 그로부터 70년이 지났습니다.
종합식품회사에서 식품·생명공학·유통·엔터테인먼트의 4대 사업군을 선도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CJ가 걸어온 도전과 개척, 창조와 성취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5화. “백설표 하면 믿을 수 있게” 브랜드를 키우다
소비자 인지도가 가장 높은 국민 브랜드
‘제일제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57년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최장수 브랜드
CJ제일제당의 성장을 이끌어온 효자 브랜드
막강한 파워를 발휘해온 식품업계 최고의 히트 브랜드
이 모든 타이틀의 주역, ‘백설’입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성으로 소비자의 믿음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백설’. 과연 그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국민 브랜드로 거듭나기까지의 변천사를 살펴봅니다.
빵집에만 있던 백설표 설탕, 가정에도 깊숙이 자리잡다
“주부 여러분!
금번 폐사(弊社)에서는 백설표 포장으로
가정용 특상품 설탕을 생산•공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많이 애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65년 4월 제일제당이 한 신문에 실은 2단짜리 광고입니다. 가정용 설탕 브랜드 ‘백설표’를 국민에게 처음 선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설탕 겉면엔 눈의 결정을 형상화한 심벌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죠. 이때부터 제일제당은 모든 설탕 포장과 광고에 백설표를 노출하며 꾸준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갔습니다.
‘백설표’는 1963년 발행된 한 권의 보고서에서 태동했습니다. 그해 2월 제일제당은 내부 조직을 신설해 제당 사업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발행된 보고서에는 국내 설탕 소비량 중 일반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설탕이 가정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의미였죠.
제일제당은 이 지점에 주목해 판매 전략을 전격 수정했습니다. 주요 판매 타깃을 제과∙제빵업자로 대표되는 대량 거래처에서 주부들로 변경한 것입니다. 그에 맞게 포장도 개선했습니다. 이전까지 설탕은 15kg 단위로 포장돼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양이 너무 많았고, 운반하기도 불편했죠. 1964년부터는 300g과 375g 단위로 설탕을 포장하여 출시했습니다.
설탕, 밀가루, 조미료까지 브랜드 통일… 최고 인기 선물로
소포장 설탕 판매에 앞서 1964년 제일제당은 친근하고 친숙한 이미지의 새 브랜드 이름을 짓기 위해 사내 공모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 영업과 사원 김구혜 씨의 작품인 ‘백설표’가 채택됐습니다. ‘순수하고 깨끗하며, 풍요롭고 영원하다’는 의미였습니다. 도안으로 채택된 눈의 입자 모양도 설탕의 깨끗한 이미지와 부합했고요.
소포장 설탕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대단했습니다. 특히 1965년 8월 선보인 휴대용 설탕은 야외나 식당, 병원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죠. 그 해 추석을 앞두고는 캔과 플라스틱 포장의 선물용 설탕을 처음으로 출시했습니다. 그 결과 한 백화점 조사에서 1965년 최고 인기 선물로 ‘6kg 설탕’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가격은 780원. 당시 버스 요금이 8원, 자장면 한 그릇이 15원이었으니 물자가 부족하던 시기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설탕 매출액도 1965년 17억 6000만 원, 1966년 27억 3200만 원, 1967년 37억 5700만 원으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덕분에 제일제당은 1960년대 상반기의 극심한 원료난과 설탕 파동을 극복하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백설표 브랜드는 1965년 11월 밀가루와 조미료 제품에도 적용되었습니다. 2년 뒤엔 제일제당에서 생산하는 모든 설탕 브랜드를 백설표로 통일했고, 이듬해 10월에는 밀가루 전 제품에도 백설표를 적용했죠. 1972년엔 ‘미풍 100번’ ‘국자표’ 등 다양한 이름으로 유통되던 조미료들의 이름까지 백설표로 통일했습니다. 이때부터 백설표는 명실공히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회사의 얼굴로 자리 잡았습니다.
1953년부터 쌓은 신뢰… 눈꽃으로 상징한 국민 브랜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식품업계의 트렌드와 글로벌화의 큰 흐름에 맞춰 백설은 브랜드 정체성을 꾸준히 재정립해왔습니다. 지향하는 의미와 의지를 새로운 상표에 확고히 드러내며 변천사를 이어왔죠.
1956년부터 1964년까지 9년간 활용된 첫 상표는 영문 표기인 ‘Cheil’과 ‘Sugar’의 머리글자인 ‘CS’를 마름모꼴 안에 나란히 배열한 모양이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느낌이었죠. 1965년 설탕 포장에서부턴 눈의 결정체 이미지를 형상화한 상표를 활용했습니다.
1974년엔 심벌마크, 로고타이프, 심벌 컬러 등을 개발해 회사의 시각적 요소를 통일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1975년 4월 기존 눈꽃 디자인을 직선으로 단순화하고 끝을 부드럽게 처리하여 편안함을 살린 새 로고가 개발됐습니다. 컬러는 기존 군청색에서 주력 제품인 설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원청색으로 바꾸었고요.
2004년 제일제당은 백설의 아이덴티티를 ‘요리 부재료의 전문 브랜드’로 재정립하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상표도 함께 리뉴얼했습니다. ‘요리하기’ ‘음식’ ‘먹는 즐거움’을 상징하는 세 개의 스푼으로 하나의 별을 형상화했죠. 색상도 오렌지, 레드, 블루 컬러를 활용해 각각 ‘사랑’ ‘가족’ ‘자부심’을 표현했습니다.
2009년 11월, 백설은 또 한 번의 대변신을 감행합니다. 백설표는 설탕, 밀가루 등 식품 소재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을 거느리는 식품 업계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강렬한 빨강에 에너지와 열정의 의미를 담았고, 브랜드명 표기를 영문으로 바꿔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를 확고히 내비쳤습니다.
2012년 백설은 설탕, 밀가루, 식용유, 다시다, 육가공 제품의 대표 브랜드로서 매출액 1조 5000억 원을 달성한 대형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이 시기 상표 교체 과정에서 강조된 메시지의 핵심은 ‘정통성’이었습니다. 백설의 상징인 눈꽃 모양을 붉은색으로 강조하고 ‘1953년부터 지금까지 맛은 쌓인다’는 문구를 내세워 신뢰감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리 집 식탁에는 맛있는 눈이 내립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2012년 백설은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함께 전개했습니다.
그때, 그곳, 그 맛.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 식탁에는 맛있는 눈이 내립니다.
1953년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던 백설의 과거와 현재를 서정적인 이미지로 재현하는 광고였습니다.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패밀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죠.
오늘의 ‘백설’이 있기까지 수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브랜드가 곧 기업이라는 인식 아래 변화의 매 고비를 가뿐히 넘어왔습니다. 브랜드의 힘을 강화하고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계기로 삼은 것이죠.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가장 앞서 파악하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백설’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금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