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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따 따따 따 따따따~” <엑시트>를 본 관객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렸을 이 SOS 모스부호. 극중 인물과 관객만큼 이 모스부호를 외치고 싶었던 이가 있었으니 <엑시트> 연출부 권혁주 님이다. VFX(Visual Effects) 담당으로 가스 구현, 클라이밍 액션, CG 등 매일 전쟁을 치른 그에게 현장은 곧 재난상황처럼 느껴졌을 터. 사실감 넘치는 재난 상황을 완성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그에겐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현장의 눈과 귀가 되는 감독의 파트너? 영화 <엑시트> 연출부 VFX를 담당한 권혁주입니다. <엑시트>는 백수 용남(조정석)과 사회 초년생 의주(임윤아)가 산악 동아리 활동으로 갈고 닦은 클라이밍 기술로 가스 테러 현장에서 탈출하는 내용이다. 곁가지를 다 쳐내고 오로지 ‘탈출’에만 집중한 듯 보이지만,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있는 청춘들의 애환과 응원의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이런 매력으로 인해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350만명을 훌쩍 넘은 800만 관객(개봉 25일째)을 넘어섰다. 올해 연출부로 9년차인 권혁주 님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는 게 너무 고맙다며 스탭의 일원으로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영화는 그 동안 해왔던 작업 중 가장 오랜 기간인 1년 4개월 동안 참여했다. 지난 7월까지 손에 붙들고 있었던 영화이기에 아직도 <엑시트>에서 탈출하지 못한 상태란다. 그만큼 연출부로서 VFX 담당자로서 영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스탭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이 모든 걸 관장하는 역할은 연출부에서 한다. 보통 연출부는 현장의 눈과 귀가 되는 감독의 파트너로 불린다. 시나리오 상에 적혀 있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구현할 때 필요한 주요 스탭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 감독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대신 전해주는 대변인 역할, 때로는 영화 보조출연까지 (권혁주 님은 <엑시트>에서 PC방 장면에 출연)하는 등 많은 일을 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간다면 조감독, 연출부 세컨드, 서드, 막내로 구성하는데, 현장마다 다르지만 조감독은 스케줄 관리와 촬영 진행을, 연출부 세컨드는 배우 관리를, 연출부 서드는 (소품을 포함한) 미술과 세트를, 막내는 슬레이트, 비품관리 등을 한다. <엑시트>의 특성상 배우만큼 VFX가 중요해 담당이 따로 필요했고, 연출부 세컨인 권혁주 님이 이를 맡은 것. 그는 최대한 감독의 눈과 귀가 되어 VFX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조율하며 실행에 옮겼다. 가스를 헤치고, 클라이밍을 넘어, CG 후반작업까지~ 엑시트 최종 가이드(공간 / 동선) 북 자료 및 대본, 그리고 영화의 중요 소품들 <엑시트>에서 권혁주 님이 담당한 VFX는 CG, 특수효과, 무술, 특수소품, 특수분장 등 시각효과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다. <아수라> 등 이전 작품을 통해 VFX를 담당했었지만,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가스와 클라이밍이라는 새로운 요소 다뤘기에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어디까지를 세트로, CG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프리 프로덕션에서 7차 회의를 거치고 나서야 CG, 세트 비율을 정하고 이후 로케이션 헌팅, 세트 제작에 들어갔던 것.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재난 상황은 시작되었다. 그를 가장 괴롭혔던 건 바로 가스. CG로 후반작업을 했지만 사실감을 전하기 위해 실사 연기를 사용했다. 극중 용남이 철봉 운동을 하며 클라이밍에 필요한 전완근을 키운 것처럼 그 또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각 장면에 맞게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가스 구현에 올인했다. 하지만 콘트롤이 문제였다. 뒤에서 가스 살포(?) 중인 권혁주 님. 역시 가스의 신! 이를 위해 세트장 사방에 비닐을 쳐두고 가스를 채웠고, 촬영 시 주인공이 들어가 연기를 하는 방식을 취했다. 제작진은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가스의 움직임도 퍼지는 걸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CG 등 후반작업을 통해 가스의 움직임을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어, 이 방식을 취했다. 극중 용남(조정석)이 가스를 뚫고 암길역으로 가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슛 들어가기 전 다량의 연무기와 포그머신을 사용했며 리얼리티를 살렸다. 야외 촬영 시에는 강풍기까지 동원해 가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가스를 담당하는 특수효과팀이 인정하는 고급인력으로 인정받았다고. 손바닥 모양의 스포츠 테이프. 배우들을 위한 그만의 선물이었다고. 가스만큼 힘들었던 건 클라이밍이다. 보통 클라이밍 장면은 바닥에 누워 찍는 경우도 있는데, 이 영화는 세워서 찍는 원초적인 방법을 취했다. 이를 위해 두 주연배우는 먼저 김자비 클라이밍 코치에게 훈련을 받으며 기본 동작이나 기술을 연마했다. 현장에서의 문제는 바로 안전이었다. 와이어를 달고 촬영했음에도 세트 자체가 7~10m 정도로 높은 편이었다. 배우는 물론, 배우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크레인에 몸을 실은 스탭들의 안전도 생각해야 했던 상황. 그는 배우들이 손 쉽고 안전하게 클라이밍을 할 수 있도록 손바닥 모양의 스포츠 테이프를 만들어 직접 테스트 한 후 나눠 주었다. 여기에 김자비 코치, 무술팀과 조율해 클라이밍 동선을 먼저 시연한 후, 배우들이 안전하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작은 노력이 모여 큰 사고 없이 진행되었다. 블루 스크린 부분, 와이어 부분 등 CG 삽입 장면만 1,000컷 크랭크업을 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마무리 된 건 아니었다. VFX 경우 CG 삽입 등 후반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영화마다 다르지만 그가 참여했던 영화 중 대작이라고 생각되었던 영화조차 cg컷이 7~800컷 정도였는데, <엑시트>는 약 1000컷 가까이 나왔다. 그만큼 CG 장면을 선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난이도도 높았다. 가스와 클라이밍 요소가 함께 나온 장면이 많기 때문에 CG 작업이 두 배로 들어갔던 것. 가스 장면에는 가스를 풍성하게 하고, 클라이밍 시 와이어를 지워야 하는 작업이 동시에 들어가기 때문에 단순 CG 배경을 입히는 작업보다 작업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여기에 CG 작업을 마친 장면을 보면서도 체크를 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작업을 이어나가는 등 시작부터 끝마무리까지 VFX담당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감독의 꿈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뒤늦게 연출을 배우고 싶어 현장에 도전한 권혁주 님 보통 연출부에 들어오는 스탭들 마음 한 켠에 감독의 꿈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감독으로서 연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주 님도 대학시절 단편영화를 연출 하는 등 감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연기가 좋아 방송연예과에 진학한 그는 군 제대 후 영화 연출에 관심이 생겼고, 뒤늦게 2011년부터 연출부 막내로 현장을 경험했다. <황제를 위하여> <암살> <침묵> <버닝> 등 다수의 작품을 거친 그에게 연출부로서 분기점이 되는 작품을 꼽아달라고 하니 고민 없이 <아수라>를 꼽았다. 그에게 이 작품은 학교와도 같았다. 김성수 감독은 선생님이 되어 연출부들과 영화 얘기를 하고 작품 분석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출과 시나리오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자신에게 있어 영화의 애정과 연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였다고 말한다. 김성수 감독이 영화 선생님이었다면 부모님은 유일무이한 조력자다. <황제를 위하여>를 할 때까지 이 일에 반대를 했다는 부모님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 이후 비로소 그의 일을 인정했다. <엑시트>를 본 부모님은 엔딩크레딧을 보고 흡족했다고. 아들의 이름이 연출부 중 가장 먼저 나온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엔딩크레딧은 9년 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자, 자부심인 것. 엔딩크레딧은 저에게 한 편의 영화를 잘 마쳤다는 증표인 동시에 저와 연을 맺은 이들과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해요. <엑시트>에서 용남과 의주를 연결했던 등산고리처럼요. 9년 동안 변함없이 영화를 위해 ‘직진’만 한 그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민과 힘듦은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감독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버텼다. 그리고 꿈을 위해 매주 메모지에 영화 관람, 시나리오 작성 등 해야 할 일을 적어놓는다고. 하루 하루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이제 <엑시트>와 이별을 고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감독이란 꿈의 불꽃 한번 피워볼게요! 한 장르에 국한 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담을 줄 아는 감독이 꼭 되고 싶어요. <엑시트>의 스토리와 자신의 영화 인생을 비교했을 때 어느 쯤에 왔냐고 묻자 권혁주 님은 크레인을 향해 달리기 직전이라고 말한다. 9년이 지난 후 이제야 꿈이 서서히 그 윤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열심히 달리는 것뿐이다. 갖가지 변수와 시련을 겪을 지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 끝내 꿈의 불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용남과 의주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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