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을 넘어 이제, 9,000억 돌파 예약? 기존 냉동 만두 시장에서의 차별화 포인트를 통해 출시 이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비고 만두 이야기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비고 만두 없이는 못 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 꽉 찬 만두 속처럼 기쁨과 보람만이 가득할 것만 같은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냉동혁신팀 김숙진 님을 만나 물어봤다. 비비고 만두, 왜 이렇게 잘 팔리는 건가요?
사람 심리, 사회 현상 대한 관심, 한식으로 이어졌다?
‘국민 만두 = 비비고 만두’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이 마성의 제품 인기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4년에 출시한 비비고 만두는 이듬해인 2015년 국내외 매출 3,040억원을, 2017년 5,05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9,09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 예상이 맞는다면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 세계 냉동 만두 시장 브랜드 2위로 올라선다. 이처럼 매출 성장 추이만 봐도 왜 사람들이 국민 만두라 부르는 이유는 확연히 드러난다.
비비고 만두의 성장 동력은 완성도 높은 제품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소비자들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마케팅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제품의 맛과 특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비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마케팅 본질. 김숙진 님은 입사 후 지금까지 비비고 만두를 비롯한 다양한 CJ제일제당 제품 관련 마케팅 담당자로 일해오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마케터를 꿈꾼 건 아니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사람, 정확히 말하지만 사람들의 행동, 그에 따른 현상을 해석하는 걸 좋아했을 뿐이다. 잦은 호기심에 이끌려 대학 때 심리학,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케팅 리서치 회사에 입사, 5년 동안 클라이언트들의 신제품을 해외로 가져가서 현지 소비자 반응을 조사하고 출시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5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가치가 있다 느꼈고, 전자가 아닌 식품, 즉 한식을 외국에 알리고 싶은 생각을 했다.
그는 곧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미 생산된 제품이 아닌 직접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서 한식의 세계화를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지난 2011년 9월 CJ제일제당에 입사, 브랜드 매니저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비비고 만두 마케팅, 푸드트럭과 싸이?
김숙진 님과 비비고 만두의 만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10년 해외에서 먼저 탄생한 비비고 브랜드를 2012년 말 ‘글로벌 한식 브랜드’로 표방, 국내 론칭을 준비 중이었다. 해외에서 손쉽게 비비고 브랜드를 접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들다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수렴, 발전시킨 게 시작이다. 문제는 제품군.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거부감없이 한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필요했는데, 그에 알맞은 음식이 바로 만두였다.
당시 국내 냉동 만두 시장은 지금보다 맛과 품질이 저평가됐던 시기였다. 이때 경쟁사와 달리 품질 업그레이드를 통해 경쟁사보다 맛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것. 기존 만두 제품과의 차별화는 맛과 크기였다. ‘느끼하면 안 된다’ ‘고기 냄새가 있으면 안 된다’ ‘집에서 만든 만두처럼 씹는 맛이 풍부해야 한다’ 등 까다로운 맛의 기준을 세우고 각종 테스트를 거쳤다.
이를 위해 고기와 채소를 함께 갈지 않고 일명 ‘깍둑썰기’로 돼지고기 원물 조직감과 육즙을 살렸다. 더불어 일본식 교자만두가 아닌 삼면의 각이 살이 있는 고유의 미만두(또는 규아상, 바다의 해삼 모양 만두) 형태로 재형해 보는 맛을 살렸으며, 기존 13g인 경쟁사 제품과 달리 35g으로 크기를 늘렸다. 이를 과정을 거처 2013년 12월, 비비고 만두 라인의 대표 주자 ‘비비고 왕교자’가 출시됐다.
김숙진 님은 아직도 처음 왕교자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살이 있는 육즙과 입에 꽉 찬 느낌, 더불어 크기가 커서 두 번에 나눠 먹기 때문에 고기와 채소를 눈으로 확인했다는 놀라움도 컸다. 하지만 그저 놀라기만 한 건 아니다. ‘식품은 정직한 산업으로, 일단 눈과 입에서 차별화 되어야 승산이 있다’는 그의 지론을 바탕으로 비비고 왕교자의 ‘맛’을 마케팅 요소로 적극 활용했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였다. 빠른 시간 안에 제품 인지도 높이기, 해외 시장 공략하기였다. 일단 김숙진 님은 비비고 왕교자의 맛을 믿었다. 소비자들도 자신처럼 이전과 다른 만두의 맛에 놀랄 것이라는 믿음으로 푸드트럭 등을 운영하면서 적극적인 시식 행사를 펼쳤다. 1년 내내 전국에서 하는 모든 축제는 다 다니며 새로운 만두 맛의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 같은 노력에 비비고 왕교자는 출시 4개월 만에 국내 냉동 만두 시장에서 1위에 등극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만두는 동절기에 팔린다는 고정관념을 타파, ‘왕맥(왕교자+맥주) 캠페인’을 통해 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에 안주는 만두라는 새로운 ‘먹공식’을 형성, 하절기 판매량을 높이고 수익 평준화를 이뤄냈다.
해외 시장 공략은 당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싸이를 모델로 활용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싸이 하면 비비고’가 연상되도록 ‘싸이고 비비고’라는 카피를 통해 비비고 왕교자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를 동력 삼아 코스트코 입점 후 시식 행사를 가졌고, KCON, MAMA 등 글로벌 행사에 참여하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이런 싸이 효과는 국내에서도 이어지며, 2014년 하반기 광고에 출연, 만두를 야무지게 먹는 싸이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광고는 성공적이었고, 이후 월 70~80억 매출 수익을 올렸다.
마케팅! 트렌드 파악이 우선이다
김숙진 님이 팀장으로 이끄는 식품마케팅)냉동혁신팀은 비비고 만두를 비롯해 핫도그, 피자, 치킨, 냉동밥, 전적류(떡갈비 등)의 마케팅을 맡고 있다. 이들의 일은 시장 분석부터 시작한다. 만두 기준으로 국내외 냉동 두 시장은 물론, 내・외식 가공 식품 포함 트렌드 변화를 체크해야 한다. 여기서 트렌드는 경제 상황, 내・외식 선호 맛 트렌드, 내식 TPO(Time, Place, Occasion) 체크 등 전체적인 관점에서 누가 먹고, 누가 구매하고, 향후 식품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유추하는 것. 그 맥락 안에서 사업 전략과 상품 개발 전략을 짜고, 어떤 타이밍에 제품을 내야 최대 매출을 이끌 수 있는지, 투자는 어디에 중심을 둘 것인지, 출시하면 어떻게 영업을 할 것인지, 만약 반응이 안 좋을 때 플랜 B가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지난 9월 27일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열린 Voyage(봐야지) 미디어행사도 비비고 만두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것이다. 이날 글로벌 만두 전초기지인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하루 400만개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과 오랜 연구·개발(R&D) 끝에 이를 가능하게 한 자동설비장비 소개, 비비고 군교자 시식까지 냉동혁신팀과 더불어 각 부서의 협업을 통해 행사를 마쳤다. 비비고 만두의 우수성과 글로벌 발전 방향 등을 참석한 기자들에게 널리 알렸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비비고 군교자는 돼지고기생강구이, 해물파전, 고추장불고기 등 한신 정찬 메뉴를 만두소로 활용한 게 깊은 잔상을 남겼다.
이렇듯 한 상품이 탄생하기 위해 온 신경을 쏟는 마케팅 업무에서 김숙진 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트렌드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출근할 때부터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제품 관련 주요 키워드와 관련 정보, 최근 뜨고 있는 식품 트렌드를 파악한다. 그만큼 트렌드가 급변하기 때문. 2018년 12월에 고메 핫도그 판매량이 급증해 알아본 결과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이 상승했다는 걸 파악, 이후 기존 2019년 1분기 주력 상품이었던 피자와 함박스테이크 대신 핫도그, 치킨 등 튀김류로 발 빠르게 변경했다. 여기에 에어프라이어 조리 방법을 삽입,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높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대, 30대 초반의 구성원들로 구성된 팀을 구성, 젊은 세대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상품에 접목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7월에 에어프라이어에 특화된 ‘비비고 튀긴 왕교자’ 제품을 들 수 있다. 이용하는 주 타깃을 20대로 설정하고 이에 맞게 캐릭터도 만들고 문구도 귀엽게 하는 재미 포인트를 넣었다. 이 모든 게 20대 직원들의 결과물이었다고. 이전 맥스봉을 브랜드마케팅을 담당했을 때도 20대 젊은 팀원들과 ‘러브 유어 에너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재미있게 열심히 일했다는 후문도 전했다.
글로벌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비비고 왕교자가 해외에서 사랑받은 비결은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미국에서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고, 중국은 옥수수와 배추를 사용해 씹는 맛을 더 살리고, 러시아는 수탕 조리에 맞춘 만두피를 개발하고, 일본은 작은 크기의 물만두 중심으로 판매 하는 등 현지인 입맛에 맞춰 만두소를 구성하고 만두 크기부터 포장까지 신경 썼다. 이 또한 해외 각지 식문화를 파악하고 이를 식품에 적용한 마케팅의 힘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김숙진 님에게 이제 시식은 생활화됐다. 자사 제품은 물론, 경쟁사 제품, 배달시켜서 먹는 음식 등 일단 먹어야 한다고. 이런 시식과의 전쟁을 꼭 치러야 하냐는 말에 그는 마케터로서 우리가 판을 잘 읽고 그것에 맞게 잘 짜야 R&D, 생산 파트에서 일한 구성원들의 노고가 빛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완성한 제품이 성공해야 우리 모두 웃을 수 있다고 덧붙이며, 이번 비비고 군교자 또한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어 내년 국내에서는 한식 만두의 진화를 최우선으로 한 제품과 글로벌 현지 만두를 가져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매출을 높이고, 글로벌은 대륙별 생산기지 확대와 사업 시너지, 현지화 전략을 통한 매출 증대를 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예전과 다르게 해외에서의 고추장, 김치 등 한식 인기는 높아요. 이 흐름을 타고 ‘만두’ 등 우리가 만든 식품이 글로벌 식문화에 굳건히 자리 잡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에는 1조 매출의 메가브랜드로 성장, 한식의 맥도날드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 2014년 5월, 한 뉴스에서 김숙진 님이 한 말이다. 현재 성장세로 보면, 이 말이 현실화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글로벌 매출 비중이 60%를 돌파 예정, 해외 인지도 영역 확대도 긍정적이다. 김숙진 님은 지금이 좋은 흐름이라 생각한다며,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 국내외 냉동 만두 시장에 그가 놓을 수가 어떤 것인지 벌써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