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략을 담는 그릇에 제약을 두지 말자.
‘올리브영N 성수’의 시작이었어요.”
올리브영N 성수는 ‘올리브영의 미래 전략을 시딩하는 공간’입니다. 올리브영의 첫 번째 혁신 매장으로, 5층 건물 총 1400평 규모로 구성돼 있죠. 근무하는 직원 수는 240명에 달해요.
혁신 매장인 만큼 일반 매장과는 다른 전략이 숨겨져 있습니다. 1층에는 매대를 과감히 없애고 트렌드 전시 공간과 카페, 굿즈샵을 배치했고요. 2~3층 매장*은 상품 수를 확 줄였습니다. 대신 ‘3가지 새로운 경험’을 추가했죠. 4층에는 ‘뷰티를 맛보는 콘셉트’의 멤버십 라운지를, 5층에는 협력사·비즈니스 파트너·구성원을 위한 별도의 헤리티지 전시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올리브영N 성수에 담긴 ‘넥스트 전략’, 그리고 ‘3가지 새로운 경험’은 무엇일까요? 염지혜 브랜드전략유닛 리더, 신주희 신사업추진CFT 영업모듈 팀장을 만나 올리브영N 성수 기획 비하인드를 들었습니다.
* 2층은 ‘뷰티&컬처’, 3층은 ‘스킨&웰니스’ 공간으로, 12개의 전문관으로 구성돼 있다.
STEP1. “이제는 리딩할 때” 업을 재정의하다
Q. 올리브영N 성수,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염지혜: 3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매장 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올리브영은 브랜드 라이프 사이클로 보면 성숙기에 진입한 브랜드잖아요. 그간 확산을 위해 매장 표준화를 해왔고, 그만큼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 왔어요. 이제 그 익숙함을 깰 때도 되지 않았나? 일상의 친숙함은 가져가되,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로의 리포지셔닝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두 번째는 시장의 재편이에요. 모두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거든요(웃음). 온라인에서는 뷰티에 진출한 앱들과의 경쟁, 오프라인에서는 고객의 시간 점유를 둘러싼 전통 유통 강자들과의 싸움…. 이런 경쟁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뭘까? 새로운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지막은 사업 관점의 변화예요. 과거 저희는 시장에서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집중해 왔는데요. 이제는 시장을 리딩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업을 재정의하기 시작했죠. ‘글로벌 뷰티 리딩 컴퍼니로서 전체 산업을 이끌자’고요.
Q. 시장을 리딩할 때라고 판단한 근거는 뭔가요?
염지혜: 올리브영을 브랜드 진화 관점에서 보면, 3단계를 거쳐 왔다고 볼 수 있어요. 오프라인 중심의 H&B 스토어가 1단계라면, 옴니채널로 온오프라인이 동반 성장한 때를 2단계라고 할 수 있죠. 3단계는 지금이에요. ‘글로벌 뷰티 리딩 컴퍼니’로의 진화.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의 헬스&뷰티 트렌드를 이끄는 시장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자는 뜻이에요.
신주희: 올리브영의 미래뿐 아니라 K뷰티 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책임감 역시 함께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역할이 뭘까,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그렇게 고민한 미래 전략을 처음으로 시딩한 곳이 올리브영N 성수예요.
STEP2. 뉴리테일 프로젝트, 올리브영에서는 왜 데이트를 못 하지?
Q. ‘올리브영의 미래 전략’, 어떤 걸까요?
저희는 그걸 ‘뉴리테일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는데요.
신주희: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올리브영을 만들어 보자, 그런 시도를 하는 공간을 기획해 보자는 게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쉽지 않았어요. 기존에는 표준매장이라는 하나의 체계밖에 없었는데요. 정형화된 포맷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에는 제약이 있는 거예요.
그럼 ‘과감하게 포맷을 바꿔 보자, 새로운 전략을 담는 그릇에 제약을 두자 말자’는 결론이 나왔고 그렇게 처음 나오게 된 혁신매장이 ‘올리브영N 성수’였어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시작한 거죠.
Q. 뉴리테일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은요.
신주희: 사실 저희가 기획을 시작하고 1년 동안 치열하게 던진 질문이 그거였어요. “도대체 뉴리테일이 뭐야?” “그래서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해?” (웃음) 명확하게 답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치열한 토론 끝에 내린 뉴리테일의 정의는 이거였어요. ‘우리가 가진 한계를 파괴하는 것’.
Q. 올리브영에도 한계가 있나요? (웃음)
신주희: 저희는 25년 동안 항상 위기였고 항상 한계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브랜드예요. 거기서 치열함이 나오고요. 그걸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메인 고객층’인 것 같아요. 25년 된 브랜드의 메인 고객층이 25년 전에도, 지금도 25세거든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웃음) 그만큼 안주하지 않고 치열하게 변화해 왔다는 뜻이거든요. 지금도 그 한계를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거고요.
염지혜: 일례로 저희가 맞닥뜨린 한계 중에는 이런 게 있었어요.
올리브영에서는 왜 데이트를 못 하지?
제가 2019년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올리브영=뷰티 편의점’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2년 전에 “우리도 목적형 매장*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회의적이었죠. ‘우리는 스타벅스가 아니에요’. 거긴 시간을 보내러 가는 곳이지만 올리브영은 물건을 사러 오는 곳이라는 거죠.
* 주변에 일이 있어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닌 매장 자체를 목적지로 설정해 방문하는 곳.
STEP3. 새로운 올리브영을 만든 원팀 문화, 전사 70개 조직이 관여하다
Q. 그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염지혜: 3가지였어요. 혁신 매장에 ①그동안 안 해본 것 ②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났던 것 ③할 수 있었지만 때를 만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채워 보자.
그걸 기반으로 펑션별로 새로운 경험, 콘텐츠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기 시작했고, 크게 3가지로 나뉘었죠.
예로 콘텐츠 모듈에서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설계해 보자는 관점에서 ‘뷰티 상품을 팔지 않는 1층’과 ‘뷰티를 디저트로 맛보는 4층’을, 영업 모듈에서는 뷰티 경험을 더 깊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킨케어, 메이크업 서비스’ 등을 기획했어요.
Q. 새로운 시도다 보니, 내부의 챌린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염지혜: 맞아요. 사실 새로운 콘텐츠를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반대도 명확했죠. 왜 이렇게까지 투자를 해야 되냐,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가 왜 필요하냐, 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나. 그 고민의 시간이 올해 초까지로 꽤 길었어요.
Q. 그런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어요?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면,
그 이유는 ‘PM 조직체’일 것 같아요.
염지혜: 저는 이 프로젝트를 회상하면 ‘십시일반’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데요(웃음). 밥 10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이잖아요. 그만큼 어느 스타플레이어의 힘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말 ‘원팀’ 마인드가 완성시킨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주희: 이건 조직도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올리브영N 성수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말 ‘신사업추진CFT’라는 조직에서 기획을 시작했어요. 새로운 시도가 잘 워킹하고, 여러 조직이 잘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PM 조직이죠. ‘영업 모듈·MD 모듈·콘텐츠 모듈’ 총 3개의 모듈로 이뤄져 있고요.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센터’와도 협업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모든 프로젝트가 일관적인 브랜딩 요소를 갖추도록 관리하는 일종의 브랜드 추진체죠.
그런데 정말 놀랐던 게, 이 두 조직뿐 아니라 전사 70개 조직이 모두 이 프로젝트에 관여했다는 점이에요. 한 번은 우리가 함께한 조직이 궁금해 조직도를 펼쳐 놓고 체크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정말 참여를 안 한 조직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실무진 하나하나까지 소통하고 있었죠. 이건 정말 전사가 다 만든 거구나 하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Q. 70개 조직과 모두 소통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염지혜: 맞아요(웃음). 저희는 챌린지 문화가 강해서,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때가 잦았거든요. 그런데도 매주 CFT 회의에서 모두가 쭈뼛쭈뼛하면서도 자기 의견을 말했어요. ‘이런 식으로 가면 좋겠다’고요.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걸 하니 다들 얼마나 안갯속에 있는 기분이었겠어요. 그렇게 누군가 용기를 내 의견을 말하면 거기에 다른 의견을 얹어가면서 계속 물꼬를 텄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게, 믿을 데가 서로밖에 없으니까요(웃음). “이거 어때?” “별로야” 그러면 또다시 해오고. 다들 굉장히 신랄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동의라도 얻으면 큰 용기가 생겨서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요(웃음). 여길 통과했다. 그럼 이게 맞구나.
신주희: 맞아요, 이들이 납득했으면 이건 진짜 추진하면 된다. 그런 용기가 엄청 생겼죠(웃음).
염지혜: CFT 프로젝트 리더였던 대표님의 지지도 프로젝트 추진에 큰 힘이 됐어요. 누군가 의견을 내면 꼭 다른 의견에 부딪히기 마련이잖아요. 그렇게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을 때 말씀해 주셨거든요.
여러 의견들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자,
이게 옳다고 생각하고 가자.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CFT라는 의사결정체가 ‘고 하면 고’라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고요.
STEP4. 기분 좋은 낯섦을 설계하다
Q. 새로운 시도, 고객이 거부감 들까 걱정하지는 않으셨어요?
염지혜: 그렇기 때문에 ‘기분 좋은 낯섦’을 추구했어요. 무작정 새로운 경험은 거부감을 주지만, ‘친숙하게 편안하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움’은 우리에게 기분 좋은 낯섦을 느끼게 하잖아요.
Q. 기분 좋은 낯섦을 위해 설계한 장치가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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