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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 아파트> 리뷰 <럭키, 아파트> 메인 포스터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재산을 증식시키기 위한 중요한 상품적 가치로 통용된다. 삶의 기본 조건인 ‘주’로서의 가치보다 부의 척도를 가늠하고 사회적 계급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되어버린 아파트는 대중의 욕망이 집중되는 중요한 대상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땅에 두발 딛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겠지만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자본의 태도 속에서 무산계급은 끝없는 노마드의 삶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은 이러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가장 소외당하고 죽음조차 외면당하는 존재들은 누구인지 주시한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 또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럭키, 아파트>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럭키할 수 없는 소수자들의 아파트 9주년 기념일에 함께 식탁에 앉은 선우와 희서 선우(손수현)와 희서(박가영)는 9년 된 커플이다. 세 들어 살던 빌라에서 아웃팅 당해 어쩔 수 없이 이사해야 했던 두 사람은 무리를 해서 대출을 받고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주한다.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우는 집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게 되고 그 원인이 아랫집에 있음을 발견한다. 혹여라도 소문이 잘못 나서 아파트값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던 주민들과 달리 선우는 경찰에 신고해서 냄새의 원인이 홀로 살던 노인의 고독사 때문임을 밝혀낸다. 더욱 흉흉한 민심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냄새를 막기 위해 노인의 가족을 만나려 애쓰지만 희서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 냄새가 촉발한 둘 사이의 갈등 속에서 선우는 아래층 노인이 자신과 같은 레즈비언이었음을 발견한다. 소수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존재들에게 자본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보증수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럭키, 아파트>는 그 자본의 상징인 아파트조차도 대안이 될 수 없을 증명 해낸다. 선우와 희서에게 아파트는 자신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정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다. 그들이 영끌해서 아파트를 소유한 이유는 아웃팅 당해 세 들어 살던 곳에서 쫓겨났던 경험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아파트는 부를 증식할 수 있는 수단이자 자본의 상품이겠지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들에게 아파트는 법 대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나의 집을 소유한다면 그 소유권을 통해서 적어도 이 땅에서 나의 존재를 끝까지 주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럭키, 아파트>는 그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자본조차도 소수자들의 편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아파트 난간에서 주변을 돌아보는 선우 견고하게 수직으로 우뚝 선 아파트가 보장하는 익명성은 성정체성을 밝히기 두려워하는 성소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존재가 드러났을 때 타인으로부터 받을지 모르는 위협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의 익명성은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아랫집 노인의 냄새는 익명성을 보장한 아파트가 그녀에게 더 이상 유토피아가 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일종의 징후다. 아파트의 익명성은 성소수자에 대한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과거에 그녀를 지키고 보호했을 것이다. 자신의 안녕을 위해 수단으로 삼았던 아파트가 역설적으로 세상과 단절시켰을 때 그녀는 오직 죽음의 냄새를 통해서 타인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아파트는 유토피아에서 감옥으로 변질된 것이다. 죽음의 냄새를 감각할 수 있는 힘 동생의 집에서 결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희서 노인의 냄새를 가장 먼저 감각한 것은 선우다. 선우는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원인을 추적하고 결국 노인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 반면 희서는 냄새에 둔감하다. 냄새가 난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직장에서의 존재 증명뿐이다. 냄새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 차이는 그녀들의 사회적 계급차로부터 비롯한다. 선우는 태권도를 전공하고 임용을 준비했으나 비정규직으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안정적 일자리를 가질 수 없었던 그녀에게 세상은 이미 유토피아가 아니다. 반면 좋은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높은 연봉을 받아온 희서에게 세상은 아직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시공간이다. 세상이 혐오하는 존재 요소만 가리고 숨길 수 있다면 충분히 계급상승도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희서가 세상과 거리 두고자 했던 것은 자본이 만들어낸 시스템 내에서 기생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 시스템으로부터 밀려난 선우는 자본이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만들어줄 수 없을 거라 직감한다. 노인의 가족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선우 선우가 노인의 냄새를 먼저 감각한 것은 노인의 냄새가 선우의 무의식 속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노인이 뿜어낸 죽음의 냄새는 선우와 희서가 덮어두고 외면한 현실의 본질을 끝까지 대면하도록 자극한다. 꿈속에서,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아래층 노인과 조우해왔던 선우에게 냄새는 더 이상 낯선 타인의 것이 아닌 나의 것, 우리의 것이었다. 그 공포가 선우로 하여금 노인의 존재를 밝혀내고 그녀를 애도하도록 만든다. 반면 희서는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존재 증명에 매달린다. 승진을 해야, 더 돈을 많이 벌어야, 아파트 대출금을 갚을 수 있고, 사회로부터 고립되어도 두 사람의 삶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그녀를 심리적 벼랑 끝으로 내몬다. 어쩌면 희서에게 일상은 이미 재난적 상황일지도 모른다. 극단적인 재난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대형마트에서 필수품을 쓸어 담는 대중의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희서의 공포가 유발하는 보수적인 심리를 우리는 쉽게 재단할 수 없다. 존재 소멸에 대한 극단적 공포를 경험하지 못한 자들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심리다.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물질조차 나의 안녕을 지키고 보호할 수 없다면, 그런 세상 속에서 과연 무엇이 소수자들의 삶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을까? <럭키, 아파트>는 그 대안을 손쉽게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긴 하나 그조차도 조금은 서툴고 관습적으로 매듭지어진 결론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해피엔딩을 만들어낸 것은 감독의 의지였으리라. 자본으로부터 벗어난 유토피아를 꿈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체제 내에서 자신의 안녕을 유지하며 관계를 지속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면, 적어도 ‘극적 세계’ 속에서 만이라도 희망을 보고자 했던 감독의 의지가 선우와 희서의 관계를 힘겹게 봉합한다. <럭키, 아파트> 메인 포스터 다큐멘터리를 오랫동안 작업해 온 감독에게 현실은 본인 마음대로 각색할 수 없는 세계였을 것이다. 그 세계를 자신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편집하여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면 이제는 그 한계를 넘고 싶었던 것일까? <럭키, 아파트>에는 지리멸렬한 일상의 한계들이 두 주인공 주변을 숨 막히도록 에워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희망을 전한다. 그 희망이 성소수자들뿐만 아니라, 나의 것, 우리의 것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럭키, 아파트>가 남긴 중요한 질문이다.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공간과 사회를 해석하는 장편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강유가람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공식 초청작이다.  ‘럭키, 아파트’는 10월 30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비롯한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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