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9일, tvN이 우리 삶으로 들어왔다. <현장토크쇼 택시>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작으로 <롤러코스터> 시리즈,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이 선보였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개국 13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그동안 tvN만의 색깔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었던 PD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49 세대를 자신들의 콘텐츠로 이끌기 위해 크리에이터로서의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tvN 예능 PD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2049 세대 취향저격을 위한 영감 원천은 어디?
지난 7일 지난 7일 CJ ENM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tvN 크리에이터 톡(talk)’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tvN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온 PD들과 즐거우면서도 전쟁(?)같은 제작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대탈출> 시리즈의 정종연 PD, <짠내투어>의 손창우 PD, <수미네 반찬>의 문태주 PD, <커피 프렌즈>의 박희연 PD, <코미디빅리그>의 김민경 PD가 참석했다.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5명의 PD들의 관심사는 바로 2049세대 유입이다. 최근 방송사들은 전체 시청률 보다는 광고 시장의 주요 타킷인 2049 세대 시청률에 집중한다. 이는 광고에 노출되었을 때 직접 소비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젊은 층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지표로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타킷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PD들의 첫 걸음이자 프로그램의 기틀을 마련하는 첫 단계가 바로 영감이다. tvN의 크리에이터들은 어디서 프로그램의 시작점이자 원천이 되는 영감을 어디서 찾는 것일까?
어느 날 아파트 단지 내를 걷다가 반찬가게를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 문태주 PD –
문태주 PD는 맛있는 반찬가게가 의외로 적다는 것을 착안, 김수미를 섭외해 맛있는 반찬을 만들고, 그 안에 ‘엄마’의 추억을 가미하는 형태의 초안을 잡은 것. 이게 바로 <수미네 반찬> 시작이었다. 평소 걸으면 생각하는 그만의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정종연 PD는 유튜브를 통해 손창우 PD는 해외 촬영을 다니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박희연 PD와 김민경 PD는 사람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는다. 박희연 PD는 최근에 뭘 좋아하고 어던 콘텐츠를 즐겨보는지 캐물으며 기획 소재를 찾는다. 반면, 김민경 PD는 한 식구처럼 지내는 약 40여명의 개그맨이랑 대화를 나누며 잘 몰랐던 문화와 트렌드를 파악한다.
시청률 걱정?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는 기폭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PD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그렇듯 힘듦은 존재한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PD들도 마찬가지다.
손창우 PD는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성적을 본다는 것만 생각해도 부담감이 더 심해진다고. 문태주 PD는 방송 후, 시청률 집계만 바라보는 건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이런 압박(?)이 오히려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는 기폭제가 된다고 말한다.
김민경 PD의 경우, 시청률에 연연하기 보다는 공개 코미디에 양적 질적 영역을 키우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 재미있는 건 자신보다 문세윤과 양세찬이 시청률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시청률이 하락하면 어김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피해 다니는 게 스트레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tvN 예능의 힘은 자유로운 분위기?
tvN 예능의 특징은 새로운 프로그램 영역 개척에 도전한다는 점이다. 특히 ‘뇌섹 예능’이라 불리며 두뇌 풀가동을 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더 지니어스> 시리즈, <대탈출> 시리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뇌색 예능의 아버지인 정종연 PD는 이 도전 가능 이유를 밝혔다.
PD가 하고 싶은 걸 해주는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 정종연 PD –
그가 말하는 tvN 예능의 힘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오는 유니크함이라 강조한다. 간혹 논란거리가 있을지라도 기존 예능과 다를 바 없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지향하고, 이런 경험치가 쌓이면서 독특함이 프로그램에 표출된다고.
최근 모든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먹방, 여행 예능에 피로감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지향하는 tvN도 고민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PD들은 저마다 차별화 지점으로 이를 돌파하고 있다.
손창우 PD는 출연진들의 끈끈함을 동력으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멤버십 버라이어티를, 문태주 PD는 단순히 먹방이 아니라 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그리움과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 라인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수미네 반찬>은 배우고 싶은 반찬과 그에 관련된 사연을 함께 신청 받아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시청자들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유튜브는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10대들은 TV보다는 유튜브 플랫폼을 더 많이 보고 있기 때문. 각자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접한다는 PD들은 장점과 특징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녹이는 방향으로 트렌드 접목을 시도한다.
박희연 PD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맛집을 찾아가는 경로 등을 추가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프로그램에 녹였다. 김민경 PD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통해 ‘갑뿐싸’ ‘니쭈의 ASMR’ 등의 코너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만큼 PD들도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TV 프로그램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며, 매 순간 치열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던 것. 한 시간 넘게 진행된 토크 현장은 이런 그들의 숨겨진 노력을 알게 된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5명 중 가장 오래된 경력을 가진 정종연 PD는 토크 시간 내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유는 책임감.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팀원들을 챙기고, 자신이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리허설을 감행한다고. 이런 힘듦을 겪는 건 그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전 보지 못했던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희열로, 외부 현장, 스튜디오, 편집실에서 치열하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이들의 노력이 계속 되는 한 tvN 예능은 즐거움엔 끝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