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줄의 가사와 멜로디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싱어송라이터. 곡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1집 앨범만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천재 싱어송라이터 유재하가 그렇고, 그를 기리기 위해 30회째를 맞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고향>이라는 곡으로 대상을 받은 김효진 님도 그렇다. 꾸밈없는 담백한 가사로 자신의 이야기를 곡에 담은 그녀의 음악은 어떤 울림을 안길까?
‘새들처럼’ 날아오르기까지!
올해는 역대 최다인 755팀이 응모, 역대급 경쟁률을 자랑한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약 76대 1의 경쟁을 뚫고 10팀이 본선에 진출한 가운데 김효진 님이 <고향>으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로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걸음을 뗀 김효진 님. 하지만 이 첫걸음을 떼는 데만 약 10년이 걸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좋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참가했던 게 오늘의 김효진 님을 만든 것.
수련회 장을 가득 메운 목소리. 그때 깨달았죠. 아, 난 이걸 해야 하는 구나!
초등학교 4학년, 11살의 김효진 님은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무반주로 <새들처럼>을 부르고 난 뒤 가수의 꿈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실용 음악 보다는 클래식을 하기 원했던 부모님의 반대에도, 학원을 다니며 각종 오디션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합격보단 불합격이란 단어가 익숙해져갈 무렵, 상할 대로 상한 성대 때문에 잠시 음악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좌절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고민했고, 평소 좋아했던 영국 싱어송라이터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프로듀싱을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기로 결심한다.
다시 꿈을 향해 정진한 그는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과 함께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다. 콤플렉스로 여겨졌던 중저음의 목소리를 그녀만의 색으로 재탄생 시킨 것. 이후 국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합격,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계단을 올라섰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로 펼친 첫 페이지
고요한 적막
좁은 방 안
불빛 하나 없는 이 곳에서
나만 오늘도 혼자 남아있네
-김효진 님 <고향> 중에서-
연습실 안의 적막과 어두운 조명아래 고단한 서울살이. <고향>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이 곡이 김효진 님을 세상 밖으로 꺼내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당시 그녀는 작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 최유리 님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모집이 시작되자 최유리 님이 참가를 권했다. 하지만 공연이나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이 전무한 김효진 님은 참가를 망설였지만 도전을 하자는 마음으로 참가신청을 한다.
참가에 의의를 둔 그녀에게 온 건 1차 심사 합격 소식. 얼떨떨한 마음으로 예선 무대에 선 그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코드를 틀릴까 걱정됐고, 타 팀들의 실력에 기도 죽었다. 작곡 전공자들의 곡 사이에서 자신의 곡이 위축되는 것 같았다. 곡에 대해 심사위원의 질문을 받지 못한것도 한몫하면서 마음을 비웠다고.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토록 어렵다는 본선 10팀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11월 9일, 건국대 새천년 대공연장에서 열린 대망의 본선 무대. 떨리는 마음은 같았지만, 마음껏 내 기량을 펼치자는 마음으로 무사히 공연을 끝마쳤다. 이후 시상 순서가 돌아왔다. 10팀 이내에 든 사람 모두 수상을 하기 때문에 김효진 님은 장려상을 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자신이 이름은 불리지 않았고, 남은 건 금상과 대상뿐. 마침내 대상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자 비로소 실감이 났다고.
올해는 특별히 수상자 발표 전, 본선 10팀의 음원이 먼저 공개됐다. 주변에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참가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김효진 님은 본의 아니게 음원으로 유재하 동문이 됐다는 소식을 전하게 됐다. 대상을 수상하고도 며칠간은 정신이 없어 한참 후에야 SNS를 통해 제대로 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최유리 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심적 부담? 이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김효진 님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같은 큰 대회에 첫 참가자로서 큰 상을 받았다는 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향>을 들었을 때 먹먹함과 고단함,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홀로서기를 할 때의 마음 등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들의 솔직한 감정이 가슴을 울린다. 놀라운 건 시대를 막론하고, 과거 청춘을 경험했던, 현재 청춘을 관통하는 이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 그만큼 음악이란 꿈을 이루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이기고 여기까지 올라온 그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대상 수상을 한 후, 지인들과 학교 선후배 등의 축하와 관심이 조금 생겼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건 없다. 예전도 지금도 좋은 음악을 하고 싶은 김효진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수상을 통해 유재하 동문을 얻었다는 건 생각만해도 든든하다. 이제 유재하 경연대회출신 선배님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이번 동기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김효진 님에게 대상의 무게감과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상자로서 많은 이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심적 부담은 크다. 하지만 그녀는 부담 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향>보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고. 또 기타 외에도 여러 악기를 다루면서 더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이야기들을 음악에 담아 앨범에 기록하고 싶어요.
앨범을 쭉 늘어놓고 봤을 때 곡을 썼던 때를 떠올릴 수 있게요.
음악으로 매 순간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음악으로 풀어내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또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김효진 님. 자신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한 권의 책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첫 페이지로 그가 풀어낼 이야기와 음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