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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의 대형 복합쇼핑몰 ‘그랜드 인도네시아(Grand Indonesia)’. 평일 오후임에도 이곳 8층 CGV 로비가 뜨거운 함성과 환호로 들썩였다. 앳된 얼굴의 관객들이 손에 응원봉, 미니 현수막, 한국어 팻말, 인형 등을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CGV 그랜드 인도네시아(CGV Grand Indonesia·이하 CGV GI)에서 ‘세븐틴 [라잇 히어] 월드 투어 인 시네마’가 개봉했다. K팝 그룹 세븐틴의 월드 투어 콘서트 현장을 담은 실황 영화로, 첫날부터 대부분 상영관이 매진됐다. 로비부터 공연장까지 이어지는 현장의 떼창 열기에 이곳이 영화관인지 콘서트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CJ CGV는 인도네시아에서 극장 71곳(상영관 405개)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CGV GI는 그중 가장 큰 규모다. 11개관 2219석 규모로 SCREENX, 4DX, 골드클래스 등 다양한 기술 특별관과 프리미엄 특별관을 갖추고 있다. 특히 SCREENX 상영관에는 골드클래스와 사틴 좌석이 일반 좌석과 함께 설치되었고 돌비 애트모스 음향 시스템도 도입되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총 460석의 좌석이 설치된 그랜드 인도네시아 SCREENX 상영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좌석 규모를 자랑한다. 김선철 CGV 인도네시아 마케팅&콘텐츠팀장은 “현지 관객들의 프리미엄 상영관 선호도가 높아 SCREENX 골드클래스 좌석은 오픈 후 2개월간 객석률* 90%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좌석 수 대비 실제 관람객 수 김 팀장은 “콘서트·스포츠 중계 등 얼터콘텐츠에 대한 SCREENX 포맷 선호도는 더 높은 편이고, ‘세븐틴 [라잇 히어] 월드 투어 인 시네마’의 SCREENX 객석률은 60%를 넘었다”고 밝혔다. 영화 상영 한 시간여 전부터 CGV 로비 곳곳에 K팝 팬들이 자리 잡았다. CGV 조형 아래에 직접 가져온 포토카드와 응원봉, 인형 등 아이돌 굿즈를 펼쳐놓고 사진을 찍으며 즐겼고, 영화관 곳곳에서 직접 준비한 응원도구들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아주 Nice! 기분, 기분, 기분, 아주 Nice!” 로비 중앙에서는 노래방 이벤트가 진행돼 분위기를 띄웠다. K팝 팬들이 한 명씩 마이크를 잡고 한국어 노래를 열창했다. 한국어 가사를 외우기 어려워 하는 관객들을 위해 대형 스크린에 영어로 풀어 쓴 가사가 올라왔다. ‘새로운 것, 새로운 폼’이란 가사를 ‘Saeroun geot, Saeroun Form’으로 표기하는 식이었다. 마이크를 잡지 않은 관객들도 스크린 속 세븐틴의 곡에 맞춰 일제히 환호하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인도네시아 영화 관객들은 한국에 비해 특히 젊은 편이다. 인도네시아 CGV 관람객 중 10~30대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K팝 실황 영화 등 K컬처를 즐기러 오는 팬들 연령대는 특히 더 낮은 편이다. 김 팀장은 “인도네시아의 젊은 관객들은 영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스스로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다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이나 X 등 SNS를 통해 자신이 본 콘텐츠와 느낀 감정을 빠르게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문화도 활발하다. 이런 구조 덕분에 인도네시아에서 CGV의 K팝 콘서트 실황 영화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함께 해야 더 즐거운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관객석에 앉은 팬들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빛났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저마다 응원봉과 미니 현수막을 꺼내 들고 실제 콘서트장을 찾은 것처럼 만반의 응원 준비를 마쳤다. 영화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응원봉을 흔들고 떼창을 하며 실시간으로 호응했다. 한국에서도 ‘싱어롱 상영회’가 종종 열리곤 하는데, 이곳에선 별도 상영 컨셉이 없는데도 자연스럽게 모든 팬이 하나가 됐다. 인도네시아 K팝 팬덤의 몰입도와 에너지, 자발적인 커뮤니티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은 영화가 끝나고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러 온 샤샤 씨는 “자카르타에서 콘서트를 직접 봤는데, CGV에서 또 보니 그때 기억이 다시 살아난다”며 “평소 SCREENX를 정말 좋아한다. 세븐틴은 멤버가 열세 명으로 많은 편인데, 양옆 화면으로 메인 카메라에 안 잡히는 멤버들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아이 씨도 “대형 스크린에 사운드도 좋아서 진짜 콘서트에 온 것처럼 공연장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SCREENX는 몰입감이 정말 뛰어났다”며 “CGV에서 공연 실황만 세 번째 봤는데, 친구들과 함께 와서 응원하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객 대부분은 CGV가 한국 영화를 비롯한 K콘텐츠와 K컬처 확산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영화는 거의 CGV에서 상영하니까요! 저희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보통 한국 영화 보려면 CGV로 와요.” 김 팀장은 “CGV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K컬처의 글로벌 인기가 본격화되기 전이었다”며 “CGV가 꾸준히 한국 영화를 수입하고 현지에 소개한 덕분에 K팝과 K드라마에 익숙한 현지 관객들의 관심이 K무비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총 19편. 이중 영화 ‘파묘’가 인도네시아에서 26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한국 영화로선 전례 없는 숫자였다. 기존에는 상영관 수의 제약으로 한국 영화 상영이 제한적이었지만, CGV가 다양한 한국 영화를 안정적으로 수입·편성하며 K콘텐츠 유통을 늘려나가고 있다. 김 팀장은 “CGV는 영화 ‘파묘’에 대한 현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비 토크’ 프로그램을 최초로 런칭, 영화 속 한국 문화 코드와 상징을 해설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며 “특히 10~30대 관객이 주를 이루는 인도네시아 시장 특성을 고려해, 현지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해 SNS 리뷰 바이럴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CGV GI 매점인 CGV KITCHEN에서는 K푸드의 글로벌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러 TOP10 메뉴 중 세 개가 한국 음식인 ‘로제떡볶이’ ‘라면’ ‘비빔밥’이었다. 현지 CGV 관계자는 “드라마나 예능 등 K콘텐츠, K팝 등이 인기를 끌면서 K푸드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 제품을 현장에서 조리해 제공하는 ‘만두’도 인도네시아 지역 CGV의 인기 메뉴다. 김 팀장은 “만두가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 ‘팡싯(Pangsit)’과 유사해서 현지 고객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CGV 인도네시아에서는 비비고 만두 매출만 약 10억 루피아(1B IDR)를 기록하기도 했다. CGV 인도네시아는 이제 단순한 상영 플랫폼을 넘어 K콘텐츠를 만들고 확산하는 현지 K컬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엔 CJ ENM과 함께 성동일·하지원 주연의 영화 ‘담보’를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배급사로 참여한다. 최신 한국 영화 배급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프로 축구 리그를 단독 생중계하고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를 중계하는 등 얼터콘텐츠 상영 역량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배급한 얼터콘텐츠 수는 175편에 달한다. CGV는 앞으로도 일본 애니메이션, 아세안 지역 영화, 로컬 영화까지 아우르며 얼터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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