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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개봉 한 달 만에 1,500만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 자리를 차지한 <극한직업>. 코미디 영화로는 최고 성적이다. 매주 수많은 경쟁작이 개봉하는 가운데에서도 왜 자꾸 흥행이 잘 되냐고?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오로지 관객의 배꼽을 잡겠다는 목표 아래 감독, 배우뿐만 아니라 스탭들의 노력이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극중 씬스틸러인 치킨 공수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는 박유경 제작팀장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3 시절, 영화는 휴식처이자 도피처 <극한직업>에서 살림꾼(?)역할을 담당한 박유경 제작팀장 영화 스탭으로서 천만 영화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생 작품 활동을 해도 흥행작을 못 만나는 이가 많다. 이에 비하면 박유경 제작팀장은 운이 좋은 편이다. 제작팀 모두가 재미로 작성한 예상 관객 수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흥행 성적에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고. 이 모든 게 제작사 대표 및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은공으로 돌린 그는 자신이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말한다. 그가 <극한직업>을 만날 수 있었던 건 극장을 밥 먹듯이 다녔던 고3 수험생 시절 덕분이다. 그에게 영화와 극장은 단순히 고3 수험생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찾는 휴식처이자 도피처였다. 좌석에 앉은 후 약 두 시간 동안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수십 편의 영화를 봤지만 생각해보면 기억 남는 영화는 별로 없다고. 하지만 이 시간은 힘듦을 버틸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졸업작품으로 단편영화에 참여했지만, 영화를 계속할 줄은 몰랐다고. 회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3 시절 맺은 연은 쉽게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평소 숫자에 밝다는 게 장점이라는 그는 선배의 부름에 영화 <코리아>의 제작회계 막내로 들어갔다. 물론, 막내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지만,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예산에 맞춰 어떻게 비용이 나가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다. 스탭들의 손에서 탄생한 수원왕갈비통닭? 제작팀장이 하는 일은 어마무시(?)할 정도 영화를 한 편 만들기 위해 많은 팀과 스탭들이 힘이 모여야 하는 건 모두가 아는 일. 제작팀은 각각의 스탭들의 노력이 영화 작업에 옮겨질 수 있도록 예산, 일정, 장소 헌팅 등 일련의 임무를 맡아서 한다. 이중 제작팀장은 크게 로케이션, 현장, 외부 통제 등을 담당하는 업무와 예산 및 회계, 계약, 소품, 협찬을 담당하는 업무로 나뉜다. 박유경 제작팀장은 기존 제작회계업무를 주로 했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살려 후자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 그의 업무 중 가장 중요했던 건 바로 ‘치킨’. <극한직업> 경우, 총 22회차에 등장하며 ‘씬스틸러’를 담당한 치킨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수원왕갈비통닭’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와 연출, 미술 스탭이 똘똘 뭉쳐 닭과의 전쟁을 치를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갖은양념 재료를 사 와서 해보고, 시중에 파는 갈비 양념도 넣어보고 인터넷 레시피 등을 참고하며 ‘수원왕갈비통닭’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완성된 치킨의 빛깔은 극중 마형사(진선규)가 만든 것과 같았다. 문제는 맛! 박유경 제작팀장이 구해온 생닭은 쌓이고 쌓여서 산을 이뤄~~ 서로 만든 치킨을 한입씩 먹고 품평회를 했는데, 너무 짜서 계속 실패만 거듭했죠! 하는 수 없이 현장에서 바로 치킨을 준비해줄 푸드 트럭을 섭외했다. 우리가 영화로 만난 치킨이 드디어 완성되는 그 순간 그의 걱정도 싹 없어졌다고. 하지만 고생은 그때부터였다. 6개월간 제작기간 동안 수원왕갈비통닭, 후라이드, 생닭 등 총 463마리 치킨이 등장했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제작팀에서 공수한 닭은 무려 1,000마리. 물어 물어 도매 가격으로 가져온 생닭을 다각도로 촬영하기 위해서 많은 수의 닭이 필요했던 것. 닭만큼 꼭 현장에서 필요했던 건 시판용 갈비 소스였다. 현장에 푸드 트럭이 없는 날을 대비해 제작팀은 언제나 갈비 소스를 챙겼다. 물론 그들이 제조한 치킨은 단순히 촬영용으로만 쓰였다고. 뭘 해도 티는 안 나지만 뭐든지 열심히!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해오면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노하우와 데이터는 쌓여갔다. 단독으로 첫 제작회계를 맡은 <밤의 여왕>(2013)을 통해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회계부장으로 참여했던 <택시운전사>(2017)에서는 ‘도전해보지 않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특히 <택시운전사> 때는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꼭 삽입해야 했었는데, 다들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끝에 저작권 문제를 해결, ‘단발머리’를 사용할 수 있었다. 마형사가 치킨 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박유경 제작팀장 덕분! 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쌓은 노하우와 데이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만의 자산으로 활용 중이다. <극한직업> 이전 작품인 <독전>에서 연을 맺은 마약 수사대 경감은 마약 관련 팩트체크 시 자문으로, 푸드 스타일리스트 실장은 마형사와 막내 형사 재훈(공명)의 음식 조리 교습 목적으로 만남을 주선했다. 마형사가 치킨 장인으로서 태어날 수 있었던 건 박유경 팀장의 공이 크다. 그런데도 일을 할수록 아쉬움은 크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후반 작업 때까지 긴 시간 동안 업무를 하지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등 매개체 역할을 도맡아 하다 보니 뭘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고. 인정받고 싶어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탰다는 건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그에게 보람찬 순간을 전하는 엔딩크레딧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엔딩크레딧을 볼 때 열심히 일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져요. 저처럼 생각하는 스탭들도 많을 거에요. 관객분들이 엔딩크레딧 보면서 응원 많이 해주시면 힘이 날 것 같아요. 영화 제작 업무 9년 차로 접어든 박유경 제작팀장은 일을 하면서 “알아서 잘했겠지”라는 말을 들을 때 힘이 난다고 말한다. 그동안 힘든 상황에 놓인 적도 있었지만 자신을 믿어준 동료들의 말 한마디가 열정을 샘솟게 했다고. <극한직업>과 같은 좋은 영화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일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 두 가지를 버팀목 삼아 좋은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박유경 제작팀장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건 사극이다. 역사와 그에 따른 복식, 공간 등 공부를 많이 해야 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단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만큼 앞으로도 영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박유경 제작팀장. 조만간 사극 영화 엔딩크레딧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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