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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극장가에 비명이 난무했다. 비밀스러운 벽장에 숨어 외로움을 먹고 사는 영화 <클로젯>의 악귀 ‘어둑시니’ 때문이다. 이 캐릭터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VFX 슈퍼바이저를 담당한 김신철 님. 그를 포함한 팀원들의 노력이 더해져 공포감은 물론, 슬픔까지 퍼뜨리는 새로운 악귀가 탄생했다. CG를 통한 리얼리티를 구현은 기본, 영화의 결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여기는 그를 만나 ‘어둑시니’의 탄생기와 다변화 중인 VFX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르 불문, 영화제작 필수 작업인 VFX 안녕하세요. 영화 <클로젯> VFX 슈퍼바이저 김신철입니다. 한 겨울 공포감을 선보였던 <클로젯>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로 딸 이나(허율)를 키우는 상원(하정우)이 교외에 위치한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한 일들을 다룬다. 벽장 속에서 사는 ‘어둑시니’ 등 공포스러운 존재의 등장, 어둑시니들이 데려간 이나를 데려오려는 방법으로 상원이 선택하는 저승 가는 길, 어둑시니를 맞아 퇴마를 치르는 경훈(김남길)의 액션 등 극중 VFX 삽입 장면은 많다. 김신철 님은 VFX 슈퍼바이저로서 지난 2018년 여름부터 2020년 1월까지 참여, 영화의 완성도에 힘을 보탰다. 영화의 크랭크업은 2018년 11월 29일이었지만, 편집에 공을 들인 시간이 길어져, VFX 후반 작업이 늦게 시작했다고. 오랫동안 대기 상황이 이어졌지만 그는 ‘어둑시니’ 등 VFX 장면의 디테일을 살리는 등 영화적 상상을 현실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만큼 김신철 님을 필두로 제작관리까지 포함한 약 90명의 인원이 이 작품에 쏟은 애정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VFX(Visual Effects)는 시각적 특수효과를 뜻하며, 존재할 수 없는 영상이나 실제 촬영이 어려운 장면 등을 만들기 위해 이용하는 기법과 영상물을 통틀어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CG 작업 또한 VFX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 작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것. VFX 슈퍼바이저는 VFX가 삽입되는 한 컷,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작업 방식, 인원 구성 등을 택해 구현할 것인지 구조를 짜고 설명하며, 이를 실행에 잘 옮길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을 주로 한다. 이것만 봐도 이 직업이 VFX 제작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둑시니’ 탄생을 위한 노력! ‘어둑시니’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많은 의견을 나누고 한 땀 한 땀 그려 넣는 열정의 VFX팀! <부산행> <사바하> 등 공포 장르를 경험한 바 있는 김신철 님에게 <클로젯>은 큰 어려움 없이 작업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의 중요 캐릭터인 ‘어둑시니’였다. 극중 ‘어둑시니’는 상처받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 후 어른들을 증오하는 악귀다. 내용상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너무 무섭게 표현하면 아이의 느낌이 없어지고, 이를 살리면 되레 공포감이 덜했기에 그 중간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하지만 이를 타파하기 위해 날카로운 치아, 침, 혈색 등을 변주하며 차별화를 꾀했고, 눈을 통해 악귀이지만 순수와 증오 등의 감정선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나가 점점 귀신이 되어갈수록 눈에 드리워진 어둠을 더 짙게 만들면서 아빠 상원을 향해 미워하는 마음을 표출했다. 극중 명진(김시아)의 어둑시니 구현 과정 여기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VFX로 담아내기 위한 노력도 했다. 극중 연탄가스로 질식해 죽임을 당한 악귀는 증오를 내뿜을 때 얼굴이 갈라지거나 주위에 연기가 나는 것으로 과거사를 반영했다. 더불어 독살당한 아이는 얼굴을 푸른색으로 표현했고, 구타당해 죽임을 당한 아이는 얼굴에 멍 자국 넣는 등 각각의 어둑시니에게 차별성을 부여했다. CG로 구현된 까마귀는 <클로젯>의 분위기 메이커(?) 어둑시니 만큼 구현하기 어려웠고, 그만큼 보람을 느낀 게 바로 까마귀 구현이었다. 영화 초반 도로 위 고라니 사체 장면부터 까마귀가 등장하는데, 각 장면마다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까마귀에게 부여했다. 유리창에 부딪히면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장면, 후반부 어둑시니로 변하기 전 모여 앉아 있는 까마귀 떼를 보여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면 등은 적재적소 까마귀 활용법을 잘 보여준다. 영화 초반 고라니 사체 주변에 날아와 앉은 까마귀는 극중 마지막에 또 한번 등장하면서, 영화 전체가 하나의 완성된 세계관으로 직조 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VFX 슈퍼바이저는 촬영 현장에서 감독, 배우, 스탭들과 많은 소통을 한다. CG 장면 같은 경우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배우, 촬영감독, 특수효과 스탭 등 어떻게 호흡을 맞춰 나갈지 지속적인 소통을 한다고. 예를 들어 창문에 까마귀가 부딪히는 장면이라면, 어느 위치에 부딪히고, 창문이 어떻게 깨지는지, 배우에게는 어느 쪽 시선을 봐야 하는지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VFX 슈퍼바이저가 알려준다. 이처럼 VFX 장면에서는 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터. 하지만 김신철 님은 프리 단계에서 정해놓은 콘셉트를 기준으로 감독님의 연출에 방해가 되지 않은 선에서 디테일을 잡아간다며, 선은 확실히 지킨다고 말한다. 시각적 상상력 증대를 위한 그만의 노력은? <아바타>를 보고 CG, VFX의 밝은 미래에 도전했죠! 김신철 님은 영화보다 컴퓨터를 좋아한 공대생이었다. 프로그래머를 꿈꾸던 그는 발표 수업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많이 접했고, 점차 영화의 세계에 푹 빠졌다. 다양한 영화 일을 하다가 <아바타>를 계기로 CG 공부를 했고, 이를 계기로 현재 VFX 슈퍼바이저 일을 하게 된 것. 2014년 <레디액션 청춘>를 시작으로, <부산행> <밀정> <판도라> 등 다수의 작품에서 VFX를 담당해온 그에게 VFX 슈퍼바이저로서 분기점이 되는 작품은 <사바하>다. 그동안 기술적으로 VFX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고민을 했다면, 이 작품을 하면서 왜 이 장면에서 이렇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을 해본 영화라 말한다. 그 결과물로서 <사바하>에 등장하는 다수의 동물 CG는 실제 같은 리얼함 구현에 초점을 맞춘 동시에 실제 동물이 귀신이 씌었다고 가정했을 때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이를 표현했다. 귀신이 씌어 이상 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괴기스러울 수 있었던 건, 초반 리얼한 움직임이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평상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다 갑자기 이상 징후를 보이는 동물의 행동은 그 파급력이 더 크기 마련. 이 작업을 하면서 그는 ‘왜’라는 물음의 중요성, 그리고 영화 전체를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클로젯>을 보면 오프닝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엔딩크레딧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신철 님에게 엔딩크레딧은 훈장이면서 책임이자 동기부여인 동시에 무게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그에겐 양날의 검인 셈. 하지만 한 작품씩 해나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압박감을 즐기겠다고 다짐한다. 지금의 VFX는 과거 리얼리티만을 중시하던 시대를 거쳐, 시각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영화의 결을 살리고 분위기 조성까지 신경 쓰는 새로운 흐름으로 바뀌는 과도기다. 단순히 CG가 실제 같고 자연스러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영화에서 펼쳐지는 상황, 배우 연기 등이 적절한 타이밍에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VFX 슈퍼바이저로서 영화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나가는 것은 기본,작품마다 최선을 다하며,틈틈이 영상적 소양을 키워가면서 한 스텝씩 밟아나갈 예정입니다.지금보다 더 발전된 미래의 저를 바라보며 말이죠! 김신철 님이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은 영화 속 VFX 효과가 좋았다는 평보다 영화 자체가 좋았다는 말이다. VFX가 특출나게 좋았다는 말은 영화에 녹아들지 못하고 어색했다는 의미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VFX 효과는 영화에서 펼쳐지는 상황, 배우의 연기 등이 적절한 타이밍에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노력은 <클로젯>에 오롯이 담겼고, 앞으로 참여할 영화에도 적용될 예정. 영화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VFX 효과를 만끽했다면 엔딩크레딧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 아마도 그의 이름이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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