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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다양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때, 독립저예산 영화의 위력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은 작품이 있었다. 바로 2017년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였다. 이 영화는 좀비영화 제작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스크린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 감독에 등극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각종 세계 영화제의 수상과 일본 국내 흥행 성공으로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미 제작 과정에서부터 화제가 된 그의 차기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전작의 형식성을 이어받아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더해진 영화다. 과연 이번 작품은 어떻게 관객들을 매료시킬지 지금부터 철저히 파헤쳐 본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그는 누구인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국내 개봉 당시, 관객과의 만남 자리에서 좀비 포즈를 취하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규슈 지방의 북부 사가현에서 성장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어릴 적 직접 쓴 연극 대본으로 학내에서 공연 했을 정도로 창작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지고 길거리 노숙을 하며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독립영화 스튜디오에 들어간 그는 빠른 속도로 영화 제작 과정을 익히고, 독학으로 연출법을 공부하여 다수의 독립영화를 제작한다. 단 기간에 다수의 작품을 완성하며 연출에 대한 기량을 쌓은 감독은 2017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 영화는 약 한화 3억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10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최초 2개관에서 개봉했던 작품이 입소문을 타고 일본 전국 250개관으로 확대 개봉 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영화가 지닌 매력 때문. 그는 젠체하지 않고 뭔가 있어 보이도록 포장하지 않는다. 조금은 어설퍼 보일 수 있지만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의 크기를 느낄 수 있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핵심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 사이비 종교 단체 ‘무스비루’에 침입해 들어간 카즈토(오사와 가즈토)와 그의 동생 히로키(코노 히로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쇼치쿠 브로드캐스팅 오리지널 영화 프로젝트 제7탄으로 기획되었다. 전작을 유심히 살펴본 후쿠다 세이고 프로듀서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에게 신작 기획을 제안했고 곧바로 배우 선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미 감독은 첫 작품을 ENGU 세미나의 ‘시네마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든 경험이 있었다. ENBU 세미나는 배우들과 함께 워크샵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일종의 ‘연기학교 + 영화제작’ 프로젝트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ENBU 프로젝트를 통해서 감독에 데뷔했고 다수의 스텝, 배우들과 협력하여 공동창작 형식으로 영화 만드는 방식을 터득해 나갔다. 두 번째 작품도 회사는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혼자의 힘이 아닌 다수의 힘이 함께 결합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언니를 구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세우는 주식회사 직원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제작 방식은 우에다 감독 작품들의 형식에도 짙게 배어 있다. 전작과 신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공동체’를 통해서 성장해 나간다. ENBU 세미나와 쇼치쿠 브로드캐스팅을 통해서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우에다는 자신이 경험한 바를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심어 넣고 그들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으로 만든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서 말도 안 되는 촬영현장이지만 결국 원테이크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극중 히구라시 감독(하마츠 타카유키) 곁을 지키고 있던 스텝들과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긴장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지던 카즈토는 ‘스페셜액터스’ 일원들을 만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아간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변화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몸소 깨달은 소중한 결과는 배우들의 연기와 극중 사건 사고들을 통해서 관객에게까지 충분히 전달된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영화 미학 핵심은 ‘영화적 컨셉’ 극중 사이비 종교 집단 무스비루 관계자들을 속이기 위해 연극을 꾸미는 주식회사 사람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의 영화 미학은 영화의 완성도를 고전적 영화미학에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사유했기에 가능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외형적 완성도가 아닌 영화적 컨셉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경우, 원테이크로 찍은 영화를 먼저 보여준 후 나중에 그 비하인드를 보여준다는 설정을 처음부터 기획한 작품이었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전작의 컨셉을 조금 비틀어 현실성을 더했다. 의뢰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별한 배우들이 현장에 파견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원을 이뤄주는 회사,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전작의 주인공, 히구라시 감독의 프로덕션과 닮아 있다. 그들은 저렴한 값으로 현실 속 사람들에게 환상을 경험하게 한다. 저렴함은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요인일 수 있겠으나 우에다 감독의 작품 속 인물들은 부족한 상품성에 ‘진심’을 더해서 보강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감독의 페르소나인 점을 감안한다면 인물들이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들은 곧 카메라 뒤에 서 있는 감독의 자세이기도 하다. 감독으로서 우에다 신이치로의 영화 미학이 독보적으로 빛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일본 오리지널 포스터(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배우들과 함께 두 편의 영화를 더 제작했다. 한 편은 하구라시 감독이 할리우드에 건너가 비슷한 컨셉의 좀비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또 다른 상황을 다룬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2019), 또 한 편은 코로나 19시대에 원격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하구라시 감독의 우여곡절을 다룬 단편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원격 대작전!>이다. 그의 왕성한 창작 활동은 하구라시 감독처럼 어떤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도 절대 사그라들지 않을 듯싶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용기와 위로를 받는 우리들 또한 한 동안은 우에다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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