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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악동’인 시절을 뒤로하고 어느덧 70대 노감독이 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 <페인 앤 글로리>가 국내에 도착했다. <기생충>과 함께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이 작품을 오매불망 기다린 관객들이 많았을 터. 영화 감독이자 작가, 그리고 예술가로서 느끼는 고통과 공포, 그로 인해 탄생되는 영광의 순간은 감독 특유의 원색 영상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듯한 진실된 연출력을 통해 선보인다. 감독 자신은 픽션이라 말하지만, 그의 삶이 담겨있기도 한 <페인 앤 글로리>. 영화 속 ‘고통과 영광’으로 인도하는 7가지 지름길을 소개한다. 옥미나 | 영화 평론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배웁니다 #1. 영화의 주인공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벌써 70세에 접어든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젊은 시절, 강렬한 색감으로 가득한 고유의 팔레트를 바탕으로 살인, 강간, 치정, 비틀린 성적 욕망을 여과없이 묘사하며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던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올해 70세에 접어들었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줄리에타> 같은 작품을 거치면서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근해진 그가 이번에는 영화감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전적 허구 작품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을 맡은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 감독의 페르소나, 안토니오 반데라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페인 앤 글로리>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마타도르><욕망의 법칙><신경쇠약 진전의 여자><욕망의 낮과 밤> 등 주로 1980년대 감독의 초기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이들은 첫 작업 이후 40년째 친구로 지내고 있다. 친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데스페라도> <마스크 오브 조로> 등 할리우드로 진출한 친구를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섹시 액션 배우로 소비되는 걸 안타깝게 여겼다고. 2011년 <내가 사는 피부>로 22년 만에 조우한 이들은 반가움도 잠시, 협업이 순탄하지 않았다. 첫 촬영부터 감독은 할리우드식 목소리와 동작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원한다, 그는 어디에 있냐!”고 외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반한 각본? 육체 질환의 고통에 시달려 온 감독의 경험이 반영된 수영장 장면(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도 <페인 앤 글로리>는 놀라운 작품이었다. 내내 폐쇄적인 생활을 하면서 친구에게도 사생활을 이야기하지 않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각본은 보는 이들에게 새로움 그 자체였다. 감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한때 명성을 날렸지만 이제 육체의 질환과 고통에 시달리는 늙은 감독. 자신의 전성기가 끝난 것은 아닐까 불안에 시달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4. 극중 감독의 집은 과거와 기억, 고독의 집합체 극중 감독의 집은 과거와 기억 속에 칩거하는 그의 고독한 삶을 보여준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닮은 부분은 더 있다. 시골 마을의 삶을 거부하고 도망치고 싶어하는 아이. 신학교에서 보냈던 유년기. 동성애적 취향. 맨발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발을 묶지 말라는 말은 1999년 알모도바르 감독의 모친이 임종을 앞두고 남겼던 당부다. 실제 촬영에서도 알모도바르 감독은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고,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그대로 복제해서 살바도르 감독의 집을 꾸민다. 사람을 내치고, 그림 속에 둘러 쌓여 생활하는 집. 자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이나 그림은 장식이나 오마쥬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는 순간들을 의미한다는 알모도바르의 말을 떠올리면, 영화 속 감독의 집은 과거와 기억 속에 칩거하는 그의 고독한 삶을 보여준다. #5. 영화 속 연극 <중독>이 일깨우는 기억의 마법 영화 속 등장하는 연극 <중독>의 촬영 장면(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는 <중독>이라는 짧은 모노로그 연극이 등장한다. 처음 각본에는 살바도르(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잠든 사이 그가 쓴 에세이 <중독>을 알베르토(에시어 엑센디아)가 훔치는 것으로 설정했다가,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살바도르가 알베르토에게 전달하는 현 버전으로 수정되었다. 극중 살바도르는 연극을 올리는 조건으로 본인의 이름을 지워 달라고 한다. 이유는 불타는 사랑을 했다가 결국 이별했던 연인 페데리코(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의 이야기(내밀한 자기고백)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연은 만나는 법. 우연히 마드리드를 찾은 페데리코가 연극을 보면서 살바도르와의 극적 재회를 한다. 여기에는 연극 무대에만 가능한 특별한 마법이 있다. 작가의 기억이 글이 되고, 무대 위에서 현재형으로 일어나는 순간에 무대는 작가와 관객,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이 된다. <중독>이 스크린 위에 펼쳐졌다면 페데리코는 객석에서 영화를 보고 다시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갔겠지만, 연극 무대는 두 사람을 직접 대면하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6. 영화는 삶의 의미이자 구원 감독에게 영화는 의미이고 구원이었듯, 인생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애틋함이 서려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기차역 벤치에 누운 소년 살바도르 곁에는 바닥에 나란히 누운 어머니 하신타(페넬로페 크루즈)가 있다. 불안에 시달리며 당장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는 어머니. 하지만 소년은 영화 배우들의 일상을 상상하고, 불꽃놀이에 넋을 잃으며, 새로운 마을에는 극장이 있을지가 궁금하다. 그 때도 삶의 고통과 고단함을 잊게 만든 것은 그에게 영화였다. 사랑으로는 사랑하는 이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던 순간의 고통, 멋대로 연기하는 배우에 대한 분노,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의 약속에 대한 회환, 지금 그의 육체를 장악하고 있는 이 고통도 모두 지나가는 것이라면. 살바도르에게, 패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게 영화는 삶의 의미이고 구원이다. #7. 플래시백을 통한 숨은 인생 찾기! 감독은 살바도르의 유년 시절 감정을 유려하게 담아내는 장면을 수놓는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헤로인에 취한 살바도르의 꿈인가 싶다가, 그가 회고하는 유년기의 순간인가 싶었던 장면들이 영화 말미에 다시 등장하면, 딱 맞는 퍼즐의 한 조각이 제자리에 놓인 다음에야 비로소 전체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 감동에는 감탄과 안도가 있고,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온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유년기와 인생에 대해 품게 되는 애틋함이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게 <페인 앤 글로리>는 그동안 겪었던 삶의 고통을 보여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환각으로 이어진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감독은 자신이 행했던 과거의 실수를 환기하고, 알베르토, 페데리코 등을 만나며 제대로 된 사과를 하며 잘못을 인정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이런 의미에서 <페인 앤 글로리>는 영광은 고통을 수반해야 이뤄진다는 진리와 더불어 이를 알면서도 열정을 불태워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앞으로 그의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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