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만 맛볼 수 있는 두릅 위 다진 소고기를 감싼 두릅떡갈비, 바다내음 가득한 멍게새싹비빔밥과 쑥국. 흡사 한정식 큰상차림? 이 메뉴들은 CJ제일제당 밀키트(Meal Kit) 브랜드 ‘쿡킷(COOKIT)’에서 출시한 것들이다. 신선한 식재료가 담긴 다양한 메뉴를 배송 받아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쿡킷’의 연구·개발을 총괄한 나현석 책임연구원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알못’도 요리 고수로 등극할 수 있다?
밀키트는 식사(Meal) + 키트(Kit)의 합성어로 손질된 식재료와 소스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식사 키트를 말한다. 정성 가득한 ‘집밥’을 그리워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올해 밀키트 시장은 무려 400억원대 규모로 예상하고, 향후 5년 내 7,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CJ제일제당에서는 지난 4월 말,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전문점 수준의 다양한 쿡킷을 CJ온마트에서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지정해 주문할 수 있는 것은 기본, 당일 아침이 되면 신선한 야채, 고기, 생선, 육수, 소스 등과 함께 전문 쉐프의 레시피를 받아볼 수 있다. 팔팔 끓는 물 또는 가열한 프라이팬에 손질된 식재료를 레시피 순서대로 넣으면 조리 끝! 30분 이내에 ‘요알못(요리를 잘 못 하는)’도 요리 고수처럼 완성도 높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쿡킷’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제품은 메뉴선정위원회에서 메뉴 선정 후 전문 쉐프들이 레시피를 개발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조리해도 쉐프의 맛을 잘 구현하는 게 밀키트팀의 몫. 세척까지 끝내 놓은 구성품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게 연구·개발의 관건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나현석 책임연구원은 모든 연구 방법을 총동원했다.
밀키트 브랜드 ‘쿡킷’은 CJ제일제당의 다양한 연구를 결합한 제품입니다.
나현석 책임연구원은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수확 후 관리를 전공 후 신선야채 전처리 기술, 냉동야채 개발 경력을 쌓은 후 2010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식물공장 연구 등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특별한 집밥 메뉴를 밀키트로 선보이기 위해 작년 1월부터 전문 팀을 꾸렸다고. ‘쿡킷’의 생명은 야채의 신선함! 17년간 식품의 신선도와 전처리 연구에만 몰두한 그가 이번 연구를 총괄하는 적임자였던 셈이었다. 이후 그를 비롯하여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내 수산, 축산 전문 연구원들이 똘똘 뭉쳐 ‘쿡킷’의 연구·개발에 힘을 보탰다.
밀키트 ‘쿡킷’, 신선함의 비결은?
‘쿡킷’의 연구는 기존 CJ제일제당에서 선보인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미 개발된 연구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그의 몫일 터. 나현석 책임연구원은 프로세스별 연구·개발 업그레이드를 위해 ‘기본’에 충실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흔히 어떤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이면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쳐 일을 그르칠 때가 있다. 17년 차 책임연구원인 그는 이러한 일들을 무수히 목격해왔기에 ‘쿡킷’을 개발할 때 연구의 기본인 ‘온도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수확 이후, 야채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원재료 유통 과정에서 온도를 낮추는 ‘콜드 체인(Cold Chain)’ 공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쿡킷’은 신선도 유지 기간이 6일이나 되어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에 들어가는 구성품만 최대 15가지. 보통 일주일에 다섯 가지 메뉴를 개발한다고 하니 그와 팀원들이 체크해야 할 구성품만 70여 개에 달한다. 제품의 연구·개발과 패키징이 동시에 진행되기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꼼꼼한 확인은 필수다. 그런 그도 ‘쿡킷’을 개발하면서 화들짝 놀란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시 생산한 제품을 최종 점검하던 때, 제품을 열어보니 구성품 하나가 누락되었던 것.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쫙~ 났죠.
참기름 10g이라도 누락되면 제품의 맛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의 등에선 식은땀이 났었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내부 시스템을 만들었고, 수시로 크로스 체크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었기에 출시를 앞두고 ‘과연 고객이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 ‘쿡킷’을 임직원 대상으로 판매했을 때, 그는 가장 가까운 고객인 부모님에게 ‘쿡킷’을 직접 사서 드렸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아버지를 위해 ‘집밥’을 차렸던 어머니께서 이제는 음식을 하는 게 힘에 부쳤는데, ‘쿡킷’ 덕분에 요리가 한결 쉬워졌다고 말씀하셨다고. 냉정한 평가를 하실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호의적인 부모님의 반응을 보며 ‘쿡킷’ 출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단다.
4주 동안 총 15개의 상시 메뉴를 선택하고, 배송일만 지정하면 내 집 앞으로 오는 편리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현석 책임연구원은 계열사 간의 긴밀한 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에서 신선한 식재료 공급 받아, CJ제일제당의 기술력으로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면, CJ대한통운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는 것.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엔 밀키트 브랜드 ‘쿡킷’이 가정 간편식(HMR)의 확장을 넘어 식품의 미래를 책임지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는 공통적인 목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쿡킷’도 출시?
간편한 조리 방법으로 전문점 수준의 맛을 낼 수 있는 밀키트 ‘쿡킷’. ‘요리의 즐거움’을 찾는 현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 출시 2주 만에 주문량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고의 쉐프가 만든 15개의 다채로운 제품을 4주 동안 골라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것도 ‘쿡킷’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향후 밀키트 ‘쿡킷’에선 어떠한 메뉴들을 선보이게 될까?
더욱 다양한 맛을 선보이기 위해 연내 110여 개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나현석 책임연구원은 ‘쿡킷’을 구매한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 지속해서 맛의 품질을 향상할 계획도 밝혔다. 또한 현재 가족 단위(2~3인용)로 판매하는 밀키트를 확장하여 1인 가구를 위한 밀키트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마지막으로 ‘쿡킷’ 개발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의 차별화된 연구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초격차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쿡킷’의 간편한 조리과정 뒤엔 나현석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3년 이내 대부분의 한식을 ‘쿡킷’을 통해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쿡킷’으로 삼시 세끼를 먹는 날이 머지않아 올 수 있겠다는 기분 좋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