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할지 몰라도 데이터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오랫동안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사회 현상과 산업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왔던 CJ대한통운 물류분석팀의 경희정 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지난 5일 공개한 ‘일상생활 리포트’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팀원들과 함께 만든 노력의 산출물. 물류 데이터는 곧 일상의 가치라는 의미를 지닌 리포트 속 수치의 비밀을 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빅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세상
누군가에게 빅데이터는 혁명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수치와 그래프일 뿐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고, 이는 기업 및 개인의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금융업에서는 거래실적별 마케팅과 보험사기 적발, 제조업에서는 생산 설비 유지·보수 등의 비용 절감과 불량률 감소, 마케팅에서는 소비패턴별 타깃 마케팅과 고객 확보·유지 등에 활용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데이터·인공지능 혁신 성장 분야를 2019년 대비 31% 증가한 1조 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빅데이터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
경희정 님은 일찍이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1999년부터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 적용 등 관련 업무를 해왔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DW(data warehouse, 데이터 웨어하우스) 담당이 첫 발판이 되었다고. 관련 자료를 수치화하고 고객, 회사 관점으로 분석하는 등 숫자 이면에 감춰진 의미와 팩트를 파헤치기 위한 목적으로 데이터의 깊은 바다에 빠진 것이다. 이후 카드사, 통신사 등 주로 B2C 관점의 빅데이터 업무에 주력했던 그는 자신의 역량을 새로운 분야에 접목하고 싶은 마음에 2017년 CJ대한통운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다.
25억 박스 추이를 통해 완성한 ‘일상생활 리포트’
CJ대한통운에서 꼭 실행에 옮기고 싶었던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일상생활 리포트’였다. 당시 택배 운송장에 적힌 품목명을 기준으로 어떤 물품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이를 빅데이터로 전달한다면 일상생활 및 비즈니스 전반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이후 2017년부터 조금씩 준비하며 데이터 수집 및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12월, 7명의 인원으로 TF팀(물류분석팀+마케팅팀)을 구성해 3개월 동안 협업을 통해 리포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경희정 님은 TF멤버들과 함께 2018년과 2019년, 2년 치 택배 운송장의 각 영역 데이터를 분석하여 물동량의 변화 추이를 뽑고, 그중 콘텐츠가 될 만한 소재 후보군을 만들었다. 이후 소재 후보군 중 현재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으로 좁힌 후, 이를 바탕으로 의, 식, 문화 등의 큰 카테고리를 설정했다. 그것에 맞게 우리가 잘 아는 마라, 흑당, 짜장·너구리라면 등을 예시로 들며, 이번 리포트가 단순 통계자료가 아닌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일상생활 리포트’는 총 5가지 카테고리로 ‘물류 생활’, ‘식(食)생활’ ‘의(衣)생활, 문화 생활, 소비 생활’로 나뉘고, 그에 맞는 내용이 삽입되어 양질의 빅데이터 자료가 되었다. 2018~2019년 2개년 택배 운송장 기준 CJ대한통운을 통해 운반된 25억 박스의 추이를 계산해 만든 ‘요즘 신(新) 물류지도’, <기생충> 효과로 라면 구매 증가, 물류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 BTS의 영향력, 펫팸 인구 증가에 따른 펫코노미 물량 증가 등 제목만 봐도 읽고 싶고, 내용을 보면 재미가 있는 리포트가 완성되었다.
수많은 자료를 취합 중 경희정 님이 가장 놀라웠다는 물량 기록이 있었는데, 인천시의 체중계, 충남의 펫푸드, 충북의 종이, 대전시의 생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해당 지역에 물류 창고가 있기 때문이라는 추론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산의 신발 또한 언급했다. 1970년 피혁 단지가 많아 신발 공장이 많았다가 인건비 문제로 해외에 나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뉴스와 자료를 살펴보니 부산에 국가 산업 클러스터 단지가 생겨 신발 산업이 재활성화가 된 것. 이밖에도 BTS 관련 물량이 생필품을 뛰어넘을 정도로 이 시장의 큰 손인 줄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것도 덧붙였다.
리포트 공개 이후, 모 기업사에서 펫팸 인구와 펫코노미 물량 관련한 자료를 의뢰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수치 증감 폭을 보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추론한 일상생활 리포트는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하는 양질의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단순 수치 파악 NO! 비즈니스 관점으로 발전 모색
경희정 님이 이끄는 물류분석팀은 ‘일상생활 리포트’ 발행 외에도 다수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택배 영업활동 지원을 위한 이커머스 업체 DB 구축, 택배 고객사 이탈 모형 개발, 택배 서브터미널 물동량 예측 등 관련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각 분야에 대입해 운영 및 사업 발전의 초석이 되는 시스템 구축이 주된 업무다. 특히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목적으로 해석이 안 되는 데이터들을 모아 최적 예측 모형으로 구현하고 수익 창출의 지표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팀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희정 님 이하 팀원들이 만든 이번 리포트는 물류 기업 최초의 트렌드 리포트로서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그동안 효율적인 운영 관점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메가, 마이크로 트렌드를 다루며,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고 앞으로 펼쳐질 일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것을 실행한 기쁨도 잠시, 경희정 님은 이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빅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전반의 플러스 요인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는 다양한 데이터가 많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양질의 데이터를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3가지 필수 조건이 있는데,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데이터 선택, 알고리즘을 어떻게 쓸 것인지의 고민과 끊임없는 대입, 이 과정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는 하드웨어 수반 등이다.
이중 그는 물론이고,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지점은 데이터 분석 능력이 아닌 비즈니스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라는 것. 대부분 주어진 자료로 문제를 기술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지만, 전반적인 사업 흐름과 그 안에서 이 자료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결과 도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업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경험을 쌓아야 발전할 수 있다며, 이것이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이제 빅데이터는 우리 일상입니다.
앞으로 분기별 일상생활 리포트를 꾸준히 발행할 예정인데,
많은 분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길 바랍니다.
최근 트렌드가 급변함에 따라 빅데이터의 활용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행된 일상생활 리포트는 B2B, B2C 사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예정이며, 각 개인에게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표로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경희정 님 이하 물류분석팀이 발행한 일상생활 리포트가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