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조, 자산총액 24배 증가’
CJ그룹이 독립경영을 시작한 지난 1995년부터 지난해(2020년)까지 이룬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최근 20년간 재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와 성장을 보인 그룹으로 CJ가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수 식품 기업에서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성장
CJ그룹은 1995년 제일제당그룹 출범 이후, 기존 내수 식품위주의 사업구조에 대한 대대적 재편을 진행했다.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1998년), 39쇼핑(현 CJ온스타일) 인수를 통한 국내 홈쇼핑 시장 개척(2000년), 국내 최초 헬스앤 뷰티스토어 사업진출(현 CJ올리브영, 1999년), CJ로 그룹 사명 변경(2002년), CJ E&M 출범 (2011년, 현 CJ ENM),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인수 (2011년) 등을 통해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 등 4대 사업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CJ그룹은 4대 사업군 재편을 통해 제일제당 그룹 출범 당시인 1995년 매출 1조 6천억원의 내수 위주 식품기업을 5년 만인 2010년, 매출 11조가 넘는 국내 대표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CJ그룹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에 나섰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10년 CJ 온리원 컨퍼런스에서 ‘Global CJ’를 천명하며 그룹의 제2도약을 선포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도약을 위해 CJ그룹은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먼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방식으로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1998년 최초로 대표 사무소를 오픈한 이래 사료, 물류, 베이커리, 영화, 유통, 바이오 등 6개 사업부문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는 1988년 진출한 이래 약 8억 달러(약 8,900억원)이상을 투자해 현지 사업 성공의 토대를 닦았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뿐 아니라 필요한 영역에서는 과감한 M&A로 글로벌 영토를 넓혀왔다. 베트남 민닷푸드(2017년)와 독일 마인프로스트(2018년), 미국 카히키(2018년)에 이어 지난해 미국 대형 식품 기업 슈완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면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위한 플랫폼 확보에 나섰다. 또 CJ대한통운을 앞세워 인도 다슬 로지스틱스(2017년), 미국 DSC(2018년) 등을 인수하며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최근 CJ그룹은 한류 콘텐츠와 K푸드를 연계시키는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선보이는 한편, 인수한 해외 법인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가시적인 글로벌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CJ주식회사 연결 재무제표 기준 전체 매출의 약 40%가 글로벌에서 나왔다. 지난 2018년 28.9%에서 2년 만에 11%p가 늘어났다. 앞서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이미 글로벌 매출 비중이 40%를 훌쩍 넘었으며, 지난 2019년 CJ제일제당의 식품 글로벌 매출도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CJ 성장의 원동력 ‘창조적 혁신’
CJ 성장의 역사는 새로운 시장을 산업화하고 시장과 기업이 함께 발전한 ‘창조적 혁신’의 과정이다. 이재현 회장은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의 기회가 없다’는 이념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해왔다. CJ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직후인 1995년 미국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문화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당시 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큰 규모였지만 이재현 회장은 ‘문화가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다. 그로부터 25년 간 CJ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7조 5천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쌓인 역량이 <응답하라 1988>, <도깨비>, <삼시세끼>,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온 국민으로 사랑받는 대표 콘텐츠들이 탄생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또 1,760만 관객으로 국내 영화 관객수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화 <명량>을 비롯해 전 세계인의 열광 속에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이란 결실로 이어지게 됐다
식품사업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햇반’을 필두로 국내 전무했던 즉석밥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 선보이며 한 발 앞선 CJ만의 식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특히 비비고 만두는 미국 시장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료∙바이오 사업에서는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력을 보유하며 과거 일본 기업 위주로 형성됐던 전세계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에서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또 CJ제일제당은 라이신, 트리토판, 발린, 핵산, 농축대두단백 등 5개 그린 바이오 사업분야에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소재 PHA를 필두로 한 화이트바이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레드바이오로의 확장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CJ그룹의 재도약 선포…배경은?
이재현 회장은 3일 중기비전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CJ그룹의 현재를 ‘성장정체’로 규정했다. 이재현 회장은 “최근 3~4년 사이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미래 대비가 부진했다고 자성했다. 그 원인으로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고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대로는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CJ는 독립경영 이후 4대 사업군을 구축하며 재무적 성과는 물론 시장 평가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에는 4대 사업군이 완성되며 재무적 성과는 상승한 반면 시가총액은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냈다.
또 생활전반으로 플랫폼화가 확장되고 이로인해 전방위적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지금이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놓여있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한 제 3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CJ관계자는 “플랫폼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쟁자들이 식품·유통·엔터·바이오 등 우리 고객의 생활 및 문화로 진입하고 있다”며 “기존 1위라는 안주에서 벗어나 혁신과 성장의 동력을 재장착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성장엔진 C.P.W.S로 살펴본 CJ 미래 지향점
CJ를 상징하는 로고는 그룹에서 지향하는 세가지 색의 꽃잎으로 구성된다. 건강과 즐거움, 편리를 의미하는데 CJ 4대 성장엔진인 Culture-Platform-Wellness-Sustainability는 이 세가지를 구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은 “(CJ 각 계열사들은) Culture와 Platform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 및 디지털 확장을 가속화하고, 기본 정신과 철학으로 Wellness와 Sustainability, 즉 모두가 잘 사는 것과 공정·갑질불가·상생은 기본이고 세계적 흐름인 ESG에 기반한 신사업으로 미래혁신성장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Culture 분야는 CJ가 추구하는 즐거움이 확장된 영역이다 CJ가 만드는 식품, 콘텐츠, 뷰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 제품을 세계인이 즐기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latform은 CJ 고객 접점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CJ대한통운 등이 갖춘 인프라형 플랫폼을 통해 편리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Wellness와 Sustainability는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예방∙진단∙치유 및 주변 환경적 요인까지 건강의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CJ제일제당의 레드바이오, 혁신기술의 지속가능한 신사업 육성이 각각 해당된다.
CJ 관계자는 “CJ는 햇반이나 올리브영, 멀티플렉스 등과 같이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데 최고의 강점을 갖고 있다”며 “4대 성장 엔진도 CJ의 지향점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해 수립한 혁신 방향 및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