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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떠올리면 복잡한 마음이 드는 감독들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렇고, 프레드릭 와이즈먼이 그러하며, 비교적 자주 신작 소식이 들리는 마틴 스코세이지도 마찬가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번복은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인생을 바쳐 영화가 무엇인지,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우리의 노장들.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은 얼핏 우리도 신화 속의 시간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신작 소식에 반색하고 여전히 영화를 만드는 그들의 건재함에 감탄했다가, 이내 건강 상태를 염려하기를 거듭한다.  정말 바라는 것은 따로 있다. 이번 작품이 유작이 되지 않기를. 그들이 세상을 떠나면, 어떤 영화들은 세상에서 영영 사라질 것이다. 켄 로치도 그들 중 하나다. 옥미나 | 영화 평론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배웁니다 장르가 된 이름, 켄 로치 켄 로치 감독 행여 켄 로치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이 있다면, 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칸 영화제의 권위에 기대어 2회에 걸친 황금종려상 수상 기록(<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나, 다니엘 브레이크>(2016))을 들먹일 수도 있을 것이다. 2014년 은퇴를 선언했지만 영국 보수당이 집권하자 영화 현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는 힌트가 될 것 같다.  영국의 키친 싱크 리얼리즘의 지형도에서 그의 위치를 따져보거나, 노동 계급에 대한 애정과 신뢰에 주목하여 좌파 감독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매번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평이나, 심지어 ‘과대 평가된 감독’이라는 평가도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켄 로치가 어떤 감독인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 그의 필모에서 어느 작품이든, 단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의 모든 영화는 투박하고 집요하고 끈질기게 –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나의 올드 오크>도 마찬가지다. <나의 올드 오크> 포스터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브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의 뉴캐슬 대신 영국 북동부의 폐광 도시 더램을 배경으로 삼는다. ‘올드 오크’는 주인공 TJ가 운영하는 낡은 술집 이름. 탄광 파업 시절 ‘올드 오크’는 ‘함께 먹으면 강해진다’라는 신념을 직접 실천했던 연대의 공간이었지만,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분열되고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좋았던 시절은 벽에 걸린 낡은 흑백 사진의 이미지로 남았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떠나자 빈집이 늘고, 주택가격이 덩달아 폭락하면서 남은 이들의 빈곤과 불안은 증폭된다. 그런데 정부에서 지역에 배정한 시리아 난민들이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다. 변하지 않는 켄 로치의 테마, 연대 <나의 올드 오크>는 피상적인 휴머니즘으로 난민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 켄 로치의 영화에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 한때는 노동 계급이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노동의 기회조차 빼앗긴 이들의 팽팽한 분노와 소외감을 공평하게 다룬다. 갑작스런 난민 유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모두 낱낱이 살핀 다음, 켄 로치가 시도하는 것은 분노의 방향과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온당한 적에 맞설 때, 분노는 투지가 되고 연대를 형성하는 에너지가 된다면, 만만하다는 이유로 ‘나와 다른 이들’을 향하는 순간 부당한 화풀이가 되고, 이내 혐오와 차별로 돌변한다.  켄 로치가 힘주어 말하는 것은 전쟁 때문에 가진 것 없이 폐광 마을에 당도한 이들은 노동자들의 적이 아니라는 것. 똑같이 외롭고 가난한 –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이웃이라는 것. 그러나 연대와 공존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적어도 켄 로치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올드 오크’를 오가는 이들의 대립과 갈등이 폭발하고,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처럼 보일 때, 그때 우리의 늙은 감독이 마지막으로 요구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연민이다. 타인이 겪는 비극과 슬픔에 진심으로 위로와 애도를 전하는 것. 우리 모두 사실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고. 켄 로치 감독은 작년 칸 영화제에서 ‘단기 기억력이 흐려지고 시력도 예전 같지 않다’ 면서 <나의 올드 오크>가 자신의 마지막 장편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인바, 혹시 암울한 정치적 상황이 이어지면 다시 영화를 만들 필요를 느낄지도 모른다. 켄 로치의 영화는 늘 정치적이다. 맞다. 켄 로치는 영화가 세상을,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의 선의를 믿고, 영화의 힘을 믿는 감독이다. 오직 켄 로치뿐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 15번 초청이라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세계적 거장 ‘켄 로치’ 감독 작품이다.  영국 북동부 폐광촌을 배경으로 각자의 터전을 잃은 두 공동체의 갈등과 연대를 통해 희망을 보여준다. 1월 17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비롯한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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