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영화관에서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CJ CGV ‘400년의 서양미술사’ 강연

미술관이 아닌 영화관에서 서양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보면 어떨까? 그것도 신이 내린 예술가라 불리는 미켈란젤로라면 말이다. 지난 5일 CGV피카디리1958에서 ‘아트가이드와 함께하는 400년의 서양미술사’(이하 ‘400년의 서양미술사’) 미켈란젤로 편 강의가 열렸다. 코로나19에도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비춰진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눈으로 보고, 아트가이드의 설명을 귀로 들으며, 잠시 그가 살았던 15~16세기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영화관에서 400년 서양미술사를 탐구하다!

CGV피카디리1958에서 ‘아트가이드와 함께하는 400년의 서양미술사’ 소개 장면으로, 멀티 비전에 'CGV만의 특별한 콘텐츠'라는 제목 아래 '미켈란젤로, 신이 내린 예술가' 포스터와 그에 대한 설명이 삽입되어 있다.
지난 5일, CGV피카디리1958에서 열린 ‘400년의 서양미술사’ 2번째 시간인 미켈란젤로 편 강연이 열렸다.

오랜만에 영화관, 그것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CGV피카디리1958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산할 줄만 알았던 극장 로비에는 주말을 맞이해 관객들이 영화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 다수의 관객들은 영화가 아닌 미켈란젤로와 그의 작품을 보러 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곳이 극장이 아닌 미술관처럼 보였다.

지난 5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CGV피카디리1958에서는 CJ CGV와 한국자전거나라와 함께 준비한 ‘400년의 서양미술사’ 강연이 열리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시작으로 미켈란젤로, 피카소까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천재 작가들의 작품과 삶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이 프로그램은 1회 때부터 관객들의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버금가는 예술가인 미켈란젤로 편 또한 기대를 갖게 했다.

강연 장면으로 스크린에는 다니엘 다 볼테라(Daniele da Volterra)가 만든 ‘미켈란젤로의 두상’ 모습이 보이고 관객들은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다니엘 다 볼테라(Daniele da Volterra)가 만든 ‘미켈란젤로의 두상’ 모습이다.

오후 3시가 되자 이날 한국자전거나라의 채수한 아트가이드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4월과 5월 CGV여의도, 일산에서 열렸던 ‘신의 도시 바티칸,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강연을 통해 CGV와도 인연이 깊은 채수한 아트 가이드는 낮고 명확한 음성으로 시작을 알려고, 스크린에 다니엘 다 볼테라(Daniele da Volterra)가 만든 ‘미켈란젤로의 두상’이 뜨자 관객들은 바로 집중 모드 돌입했다. 그 때부터 실제 예술을 주제로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이드를 만나 미켈란젤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90분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미켈란젤로, 왜 그는 신이 내린 예술가인가!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회회 작품을 남긴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미켈란젤로. 이번 강의에서는 그의 생애를 기준으로 미술사에 길이 남은 다비드상, 천장화, 최후의 심판, 피에타 등의 주요 작품이 선보였다. 이 작품에 얽힌 미켈란젤로의 삶과 고뇌, 교황과 부호 메디치가와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도 들을 수 있었다.

채수한 아트가이드가 스크린에 비춰진 다비드 조각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다비드 조각상을 설명하고 있는 채수한 아트가이드

그의 작품 소개의 천 신호탄은 그 유명한 ‘다비드’ 조각상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이 조각상은 원래 피렌체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 올리려고 했었다고.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2년 3개월 동안 작업한 결과물은 약 5미터가 넘게 되어 결국 올리지 못했다. 채수한 아트가이드는 이 조각상이 다른 작가의 다비드 상과 다른 점을 설명했는데, 골리앗과 싸운 후 승리하는 모습이 아닌 싸우기 전 긴장감이 최고조를 이뤘을 때의 모습을 조각했다 게 흥미로웠다. 더불어 눈을 하트로 만들어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는 특징도 소개했다.

CGV피카디리1958에서 ‘아트가이드와 함께하는 400년의 서양미술사’ 강연 장면으로 스크린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보여지고 있고, 관객들은 이 작품을 소개하는 채수한 아트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천장화를 보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중, '아담의 창조' 그림에서 아담과 그리스도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한 모습이다.
천장화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으로 관객들 모두 스크린을 향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그 유명한 천장화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1508년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오 2세에게 명을 받아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그린 그림이다. 우리나라에서 ‘천지창조’로 알고 있는 이 천장화는 천지창조, 인간 창조, 노아 이야기를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렸다.

이중 가장 잘 알려진 그림이 바로 인간 창조 중 ‘아담의 창조’다. 영화 ‘이티’에서 오마주 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 채수한 아트가이드는 신이 숨을 불어 넣어 아담(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했지만, 당시 동성애가 금기 시 되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 미켈란젤로는 신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한 모습으로 그려 넣어 성서의 의미를 잘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신이 내려준 생명을 이어받는 인간의 의지 또한 삽입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부분은 르네상스 시기 인본주의 사상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4년 6개월동안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하루 15~8시간 동안 모자에 초까지 달아서 그림만 그렸다는 미켈란젤로. 이후 그는 온 몸이 망가졌다. 척추가 뒤틀리고, 다리를 절개 되었고, 물감 독성 성분 때문에 한 쪽 눈이 안보였다. 최고의 작품 뒤에 감춰진 예술가의 고통 치고는 너무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가혹함에 가슴이 아팠다.

미켈란젤로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인 '최후의 심판' 그림이다.
미켈란젤로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인 ‘최후의 심판’

이후 소개된 작품은 또 하나의 걸작인 ‘최후의 심판’이었다. 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나이가 60세였는데, 6년 동안 그린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거대한 작품의 위용이 스크린을 통해 비춰졌다. 단테의 ‘신곡’과도 같은 느낌으로 심판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국과 지옥의 세계로 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 넣었는데, 말 그대로 ‘최후의 심판’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멋지면서도 암울하고 황홀하면서도 절망적인 바로 그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그릴 당시 종교개혁 이후 천주교와 개신교간의 갈등은 심화되었고, 부패한 성직자들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미켈란젤로는 시대상과 그에 따른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이런 의미에서 천장화와 더불어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신이 내린 예술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채수한 아트가이드는 500년 전 한 작가의 환희와 슬픔을 담은 이 그림을 코로나19 이후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면 시스티나 성당에 꼭 가서 눈으로 담고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수한 아트가이드가 스크린에 비춰진 피에타 조각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관객들은 스크린을 쳐다보며 저마다 감상을 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1499년에 만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한 ‘피에타’ 조각상

마지막으로 ‘피에타’ 조각상으로 돌아왔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다수의 피에타 조각상을 만들었지만, 완성한 것은 1499년에 제작한 ‘피에타’가 유일하다고. 이목을 집중시킨 건 그리스도의 손에 있는 못 자국과 힘줄 등 세세한 면까지 조각한 예술적 부분보다 왜 그가 완성한 피에타 조각상은 하나였을까 하는 것이었다. 

채수한 아트가이드는 피에타 경우, 6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이 성모 마리아에 투영되었던 사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해져가며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가 죽을 때까지 피에타 조각상 작업을 했다는 건 그만큼 노년의 시기까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컸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관에서 느끼는 마스터피스의 디테일

한 손은 마이크를 한 손은 단상을 잡은채수한 아트가이드가 관객들을 향해 미켈란젤로 작품 설명에 임하고 있다.
로맹 롤랑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미켈란젤로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채수한 아트가이드

90분 동안 이어진 미켈란젤로의 삶과 작품 소개는 어느 덧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인체 해부를 하며 조각가로서의 성장, 그리고 남다른 시각으로 빛을 낸 회화 작품, 그리고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미켈란젤로는 떠나 보내기 아쉬운 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미켈란젤로의 생애’의 저자 로맹 롤랑 또한 마찬가지였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이 예술가가 완성한 것이라고는

원치 않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던 그림들뿐이다.

오랫동안 작업한 예술가인데, 남이 원하는 걸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가장 멋진 회화를 그린 조각가로 남겨졌다.

로맹 롤랑

스크린에 띄워진 로맹 롤랑의 말처럼 남이 원하는 걸 만들었고, 고통과 고민의 시간을 거쳤지만 뛰어난 예술을 이뤄낸 그에게 왠지 모를 위로와 위대함을 느꼈다. 아마 모든 관객들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스크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를 포함한 총 9강의 프로그램 포스터가 비춰졌고, 채수한 아트가이드는 프로그램을 설명을 관객들은 이를 듣고 있다.

채수한 아트가이드는 다음 시리즈인 ‘알브레히트 뒤러’ 편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으로 그레고리오 알레그리가 만든 성가 Miserere mei(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한, 미켈란젤로 작품 영상을 보여줬다. 마치 그림 샤워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미켈란젤로의 위대함과 숭고함을 가슴 깊이 새겼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중, '아담의 창조' 그림에서 아담과 그리스도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한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중 ‘아담의 창조’ 부분.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테일 함을 이번 강연에서는 볼 수 있었다.
피에타 조각상 클로즈업 이미지로 왼쪽은 그리스도 팔의 힘줄과 손에 난 못박힌 상처, 오른쪽에는 마리아가 그리스도를 안을 때의 손가락과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이 잘 표현된 것으로 잘 보이고 있다.
피에타 조각상 클로즈업 이미지로 왼쪽은 그리스도 팔의 힘줄과 손에 난 못박힌 상처, 오른쪽에는 마리아가 그리스도를 안을 때의 손가락과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이 잘 표현된 것으로 잘 보이고 있다.

90분간의 강연 동안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디테일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채수한 아트가이드는 현장에서 이 작품을 볼 때의 감흥과 극장에서 상영할 때의 감흥은 좀 다른 것 같다. 특히 가이드로서 예술 작품의 세세한 디테일을 큰 스크린을 통해 보여줄 수 있고, 관객들 또한 몰랐던 부분을 자세히 보여주며 알게 된다는 점은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한국 자전거 나라 이용규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선보일 작가와 작품들을 선정 기준 중 하나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처럼 대형화를 적극적으로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채수한 아트가이드의 말처럼 천장화 중 노아의 방주 부분에 비둘기가 숨어 있는 곳, 피에타 조각상 그리스도의 팔에 힘줄과 근육의 세세한 표현들까지 놓치지 않고 클로즈업해 관객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해소했다. 여기에 예술작품과 어울리는 음악들까지 선사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강연이 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두 거장 이후에도 총 7명의 예술가와 그의 작품이 남은 상황. 첫 행선지부터 관객들에게 멋진 추억을 안겨준 채수한 아트가이드에게 남은 이 프로그램의 기대 요소를 물어봤다.

채수한 아트가이드가 극장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하단엔 '아트가이드와 함께하는 400년의 서양미술사 채수한 아트가이드' 텍스트와 '총 9개의 프로그램이 하나의 나무라고 비유했을 때 피카소로 모든 강연이 끝날 무렵에는 서양미술사 400년이란 큰 숲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주 토요일 이곳으로 와서 뛰어난 예술가들과 그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보길 바란다.' 지문이 삽입되어 있다.

총 9편의 강연 중 2편의 강연을 놓쳤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우리에겐 서양미술사의 중요한 7명의 작가가 남아있기 때문. 알브레히트 뒤러, 피터르 브뤼헐,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자크 루이 다비드,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파카소까지 극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좀 더 색다른 감상법으로 예술작품을 보고 싶다면, 매주 토요일 극장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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