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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1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하얀 설탕이 쏟아지던 날. 그로부터 70년이 지났습니다. 종합식품회사에서 식품·생명공학·유통·엔터테인먼트의 4대 사업군을 선도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CJ가 걸어온 도전과 개척, 창조와 성취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6화. 첫눈에 알아보는 기름 명가 백설… 종합식품회사로 1979년 7월 20일 밤 11시. 무더운 여름밤이었습니다. 인천 중구 신흥동엔 이제 막 들어선 새 건물들이 간간이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제일제당 대두 가공공장은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죠. 벅찬 가슴을 안고 기계 앞에 모인 임직원들 사이에서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원유였습니다. 백설을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 ‘백설표 식용유’가 처음 탄생한 순간입니다. 눈꽃처럼 하얗게 반짝이는 설탕, 60년 노하우가 축적된 밀가루에 이어 좋은 원료로 엄격하게 만든 식용유까지. 백설은 성장을 거듭하며 소비자의 압도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발돋움했습니다. 기름 명가 백설, 그 역사를 돌아봅니다. 수많은 난관을 넘어…‘백설표 식용유’의 탄생 1960년대는 국민소득이 늘면서 식생활이 다양하게 변화하던 시기였습니다. 이전엔 참깨·들깨에서 나오는 기름이나 시장에서 파는 미강유를 주로 썼는데, 60년대부턴 저렴한 콩기름(대두유)의 수요가 점점 늘었죠. 제일제당도 1967년 콩기름 사업을 처음 검토했습니다. 콩기름과 배합사료를 만드는 대두가공사업은 시간과 열정,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한 분야였습니다. 조미료 사업에 집중하던 제일제당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그러나 한편으론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날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제일제당은 조미료 사업 등 전 부문이 성장 궤도에 오른 1978년, 드디어 대두가공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됩니다. 먼저 인천시 신흥동 연안 매립 부지 5만 8,854평(19만 456㎡)을 공장 부지로 매입했습니다. 주 소비지인 서울과 가깝고 항만을 끼고 있어 원료 수송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제일제당 이병철 회장도 대두 가공공장에 거는 관심과 기대가 각별했다고 합니다. 공사 현장으로 시찰을 나올 때마다 건설 관계자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서해안의 황량한 갯벌 위에 우렁찬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 지 1년여. 폭우를 무릅쓰고 자갈을 깔며 진행했던 기초공사와 15m 콘크리트봉 5400개를 박는 난공사 끝에 마침내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제품을 출하하기까지는 또 여러 번의 힘든 고비를 넘겨야 했죠. 탈취탑 배관에 난 작은 구멍 하나가 정제 공정에 문제를 일으켰고 수분 함유량이 맞지 않아 기름이 변색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난관을 이겨내고 마침내 ‘백설표 식용유’가 출시되던 날. 대두유 창고에 제품 출하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원유가 쏟아지던 그날처럼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1979년 9월 6일이었습니다. “좋은 원료로 깐깐하게” 주부들 마음을 사로잡다 식용유는 제일제당이 설탕, 밀가루, 조미료, 사료에 이어 다섯 번째로 소비자에게 선보인 상품이었습니다. 평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죠. 경제가 발전하면서 식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도 까다로워지던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이미 시장에선 경쟁 업체인 동방유량이 9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던 상태였고요. 후발 주자로서 경쟁에 승리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제일제당의 주요 타깃은 가정주부였습니다. 서울 시내 주부 1,500명을 대상으로 시중 판매 식용유에 대한 의견을 수집했습니다. 이를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했죠. 대표적인 예가 식용유 용기와 마개였습니다. 투명 용기를 사용하여 소비자가 직접 제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기름의 양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특수 이중 마개를 채택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제품 출시를 한 달 앞둔 7월부터는 TV·라디오·신문·잡지 등 전 매체에 식용유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습니다. 슈퍼와 백화점, 실수요업체에 시제품을 배포하는 판촉 캠페인도 전개했고요. 제품 출시 직후에는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전국 주요 8개 도시의 백화점과 슈퍼마켓에서 발매 기념 시식 코너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시식 코너마다 주부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좋은 원료를 사용해 깐깐하게 만든 백설 식용유에 주부들은 환호했습니다. 품질 우위의 방침 아래 경영진부터 판매사원까지 합심해 모든 정성을 쏟은 것이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백설표 식용유가 시장에서 선전하자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업계 1위 동방유량을 비롯해 삼양식품, 대일유업, 해태가 잇따라 시설을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제일제당은 ‘깨끗하고 고소한 맛’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습니다. 덕분에 매출은 빠르게 올랐습니다. 제품 출시 7개월 만인 1980년 3월, 제일제당은 마침내 서울 지역 판매량에서 경쟁사를 앞질렀습니다. 이를 계기로 삼아 판매처를 전국으로 확대했고요. 1981년 제일제당은 3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됩니다. 가짜 참기름 파동에 더 돋보인 백설의 브랜드 신뢰도 1984년 제일제당 가정용 제품과 대두유의 시장점유율은 37%에 달했습니다. 5년 만에 이뤄낸 놀라운 성취였죠. 치열한 경쟁에 대비해 소포장 판매를 늘리고, 식용유 판매 조직을 정비해 내실을 강화한 덕분이었습니다. 5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만큼 페트 용기의 강도를 높였고, 외부 공기를 완전히 차단해 식용유의 변질을 방지하는 등 가정용 상품 경쟁력을 끊임없이 높여 나갔습니다. 1987년에는 ‘백설표 참기름’을 출시하며 대두유 일변도의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당시 몇 차례에 걸친 ‘가짜 참기름’ 파동으로 기름집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던 시기였습니다.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제일제당의 참기름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죠. 이를 계기로 식용유 대리점 수도 85개에서 100여 개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1988년을 기점으로 사료산업과 대두유 및 대두박 산업은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배합사료의 수요가 줄었고, 사료업계가 침체되자 대두 가공업계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았죠. 1991년 업계의 우려 속에 대두유 및 대두박의 수입자유화가 시행되자 예상대로 국내 대두 가공업계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제일제당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길만이 유일한 활로임을 인식하고 제품의 품질에서부터 유통, 판매 서비스 등 전 부문에 걸친 선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갔습니다. 용기의 기능을 개선하고 외관을 새롭게 바꿨죠. 1989년 5월엔 BI 작업을 추진했습니다. ‘깨끗하고 고소한’을 콘셉트로 깐깐하게 만든 백설표 식용유의 이미지를 어필했지요. 어려운 시기를 힘찬 도약을 위해 숨 고르는 시간으로 삼은 것입니다. 백설올리브유, 고급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다 2005년 제일제당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식용유시장에서 제일제당이 마침내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였습니다. 그달에 기록한 시장점유율은 42%로 경쟁사를 한참 앞지른 압도적인 수치였습니다. 제품 개발과 동시에 용기 및 포장재를 리뉴얼 하고 고객 및 기업 중심의 선물시장을 공략한 결과였습니다. 그 무렵 국내 식용유시장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었습니다. 전체 70%를 차지하는 가정용 제품시장에 올리브유・해바라기유・홍화유 등 고급유 바람이 휘몰아친 것입니다. 이전까지 시장을 주도했던 대두유 및 옥수수기름 대신 고급유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제일제당은 이번에도 시대의 변화를 즉시 반영했습니다. 2000년 3월 ‘백설올리브유’를 출시했습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리에 판매되었죠. 백설올리브유는 출시 후 2005년까지 연평균 125%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올리브유 부문에서도 업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고급유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해 포도씨유와 카놀라유도 연이어 출시했습니다. 가정용 식용유 전 분야 1위, 압도적인 브랜드파워 2010년 제일제당은 다시 한번 압도적인 브랜드파워를 입증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가정용 식용유 시장조사에서 콩기름, 옥수수유, 올리브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등 식용유 전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대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식용유 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 뜻깊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경쟁사 대비 탁월한 품질이 비결이었습니다. 포도씨유, 올리브유 등 고급유 제품들은 양질의 원료를 구매해 CJ식품연구소에서 이중으로 안전 검사를 했습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콩기름은 ‘국내에서 콩 100%로 직접 만든 식용유’, ‘5번 걸러 맑고 깨끗한 식용유’라는 점에서 타사 제품과 구별됐습니다. 2016년 2월엔 백설 카놀라유가 업계 최초로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CJ제일제당은 친환경 트렌드와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품질은 물론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과 재활용에도 힘쓰고 있죠. 2020년엔 백설 식용유에 패키지를 경량화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한 용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재활용이 쉬운 투명한 페트병과 재활용 공정에서 쉽게 분리되는 라벨도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업계 1위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한 변화를 시도하는 제일제당은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국민 브랜드로 현재까지도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뭐가 다른 거지? ▲식용유 종류별 특징 총정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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