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이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무대! 미술 감독 한신야, 이강은 님

어둡고 삭막한 무대가 치열하고 거친 분위기를 더하는 ‘쇼미더머니10’! 만약 참가자들이 꽃밭이나 들판을 배경으로 랩을 했다면? 배경과 퍼포먼스의 이질감 때문에 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무대는 퍼포먼스나 프로그램의 단순한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과 공연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관객의 몰입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CJ ENM의 미술감독 이강은, 한신야 님은 자신이 맡은 무대를 위해 신기술까지 배우고 있다는데…

미술감독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수많은 무대  

미술감독 한신야 님과 이강은 님이 나무가 보이는 창을 배경으로 앉아 있다.
CJ ENM의 수많은 무대를 만들어 낸 미술감독 한신야 님(좌), 이강은 님(우)

Q. 무대, 공간 디자인이 미술감독의 주요 업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에는 무대 디자인에 최첨단 기술까지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최근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이강은 (이하 ‘이’) : 가장 최근에는 ‘쇼미더머니10’의 무대를 맡았다. 10주년인만큼 웅장하고 거대하면서 ‘쇼미더머니’ 특유의 거친 느낌을 살려 용광로, 제철소를 메인 컨셉으로 무대를 디자인했다. 조금 더 특별한 비주얼을 구현해보고자 2차 예선 무대의 불구덩이에는 AR 기술을 사용했고,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사용해 세트장을 짓고 그래픽까지 적용해 예전 쇼미보다 스케일이 크게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그래픽과 실제 무대가 잘 어우러지도록 세트를 하나의 톤으로 마감하고 현장에서 색감을 조정해 이질감을 줄였다.

쇠, 철로 지어진 세트장 가운데 둥근 형태의 무대가 있고, 무대 주위로 불길이 치솟는 모습. 그 무대 가운데 랩퍼가 마이크를 들고 랩을 하고 있고, 그 뒤 전광판에는 FAIL 이라는 글자가 떠있다.
‘쇼미더머니’ 특유의 거친 분위기를 살린 무대

Q. 스케일이 큰 만큼 무대를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렸겠다. 보통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를 만드는지 궁금하다.

한신야(이하 ‘한’) : 가장 먼저 콘셉트를 설정한 후 시안을 만든다. 그 다음 도면 작업과 더불어 세트장의 모양, 크기, 색깔, 디자인 등을 정하고, 도면대로 세트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작 감리, 현장 세팅을 한다. 평균 작업 소요 시간은 무대마다 다른데, 가령 엠카운트 다운처럼 매주 생방송을 하는 무대의 경우에는 5~6일 사이에 작업이 이뤄진다. 케이콘처럼 큰 행사는 1달~1달 반정도 소요된다. 방송이 끝난 후 무대는 바로 철거한다.

Q. ‘쇼미더머니10’과 마찬가지로 요즘은 무대에 AR, VR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술의 등장이 미술감독 업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한 : 아무래도 미술감독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해졌다. 기존에는 구조적인 실현 가능성과 설치, 해체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AR/VR로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본적인 3D 프로덕션에 대한 이해도 미술감독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 됐다.

이 : 무대에 그래픽 기술을 도입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대 바깥까지 디자인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출연자들 위주로 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에 무대 주변에 지저분한 것들이 카메라에 보이지 않도록 정리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그래픽을 위해 무대 바깥쪽까지 ‘디자인’ 하고 있다. 기존 업무에 그래픽 구현 작업이 플러스가 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웃음)

첨단 기술로 확장되는 무대의 경계

미술감독 이강은 님이 손을 꼽아가며 무언가 설명하는 모습.
AR, VR 등의 기술이 접목된 ‘KCON : TACT’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강은 님

Q. AR, VR기술을 활용해 무대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면?

이 : 코로나19 상황으로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던 KCON을 온라인으로 옮긴 KCON : TACT이 대표적이다. 시즌1은 실제 무대와 그래픽으로 만든 AR을 붙였는데, 그때는 첫 시도여서 티가 많이 났다. 시즌2는 그보다 조금 더 발전된 기술을 선보였고, 시즌3에서는 아레나 AR 그래픽을 사용하기 시작해 실제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처럼 무대와 관객들을 구현했다. 시즌4 ‘KCON : TACT 4U’를 거쳐 시즌5 ‘KCON : TACT HI5’에서는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 광장, 프랑스 파리, 미국 LA 등에 가상의 무대를 구현함으로써 전 세계 팬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Q. 덕분에 KCON : TACT 관객 입장에서도 더욱 다양한 무대를 보고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미술 감독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무대를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한 : 앞서 말했듯 이제는 3D 프로덕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수다. 이 기술이 실제 무대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고 섞이며, 조화를 이루는지도 알아야 하는데 처음부터 이를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관련 경험을 쌓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부분이 초반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이 :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상상했던 것과 실제로 구현된 모습이 달라 이 차이를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또, AR 그래픽은 카메라를 통해 보지 않고는 기술이 적용된 무대를 확인할 수 없어서 감독할 때가 많이 어려웠다.

Q. 미술감독에게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상상력과 창의력도 요구되는 상황인데. 무대를 구성할 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한 : 평소에 여러가지 컨셉을 종류별로 정리해 놓는 편이다. 출근길이나 퇴근길, 혹은 잠깐 짬이 날 때마다 웹진,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미지들을 찾아보면서, 아이디어나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을 갈무리 해놓는 식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한정된 시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평소 콘셉트를 모아두면 무대를 만들 때 이를 발전시키거나 혼합하는 식으로 활용한다.

이 : 명확한 컨셉의 공간을 재현하는 무대는 최대한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실 사례 이미지를 많이 찾아보거나 답사를 간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키워드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예를 들어 ‘슈퍼히어러’ 무대는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만화의 요소를 무대 곳곳에 녹여 재미있게 연출하고자 했다. 만화에 등장하는 회오리 장면을 무대에 적용하기 위해 출연자들이 앉는 바닥을 턴테이블로 만들어 실제로 바닥이 돌아가게 만들기도 했다.

걸그룹 멤버 중 No.1 보컬을 가리는 서바이벌 음악 예능 ‘V1’에서는 ‘여왕’에서 연상되는 왕관의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무대에 녹이면서 프로그램 타이틀인 V 모양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또, 왕관의 반짝임을 표현하기 위해 빛나는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무대’라는 공간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미술 감독

미술감독 한신야 님이 나무가 보이는 창문을 배경으로 앉아 손짓을 하며 무언가 설명하는 모습.
시간이 날 때마다 이미지를 찾아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한신야 님!

Q. 무대를 구성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한 : 컨텐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최대한 효과적이고 전달할 수 있는 컨셉과 비주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공간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공간이기 때문에, 그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멋진 비주얼을 구현하는 것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이 : 명확한 목표와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방송 무대 미술은 혼자 만드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진행하는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각자가 아무리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흐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컨셉이 명확하게 돋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함께 만드는 사람들끼리 합의된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공연, TV프로그램 등 수많은 무대를 만들었다. 아직 해보지 못한 컨셉이나 시도해보고 싶은 무대가 있나.

이 : 지금 주로 작업하고 있는 쇼 무대를 생각한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아티스트와 밀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그래픽을 구현해 보고 싶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그래픽을 무대의 배경으로 활용했는데, 배경이 아닌 퍼포먼스 자체에 그래픽의 요소까지 포함시켜서 몰입도를 줄 수 있다면 재밌는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한 : 한번쯤은 정말 디테일한 기획이 필요한 컨셉을 진행해보고 싶다. 한가지 재료로만 전체 대규모 공간 구성을 한다든지 센티미터, 미터 등 한가지 단위만 사용한 공간이라든지 현업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시범적으로 시도를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미술감독 한신야 님과 이강은 님이 나무가 보이는 창을 배경으로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Q. 앞으로 어떤 미술 감독이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이 : 업무 강도도 높고 힘든 일도 많은 직종이긴 하지만, 즐기면서 일하는 미술감독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역량을 더 길러야 할 것 같다. ‘미술감독’ 업무는 아무래도 경험과 노하우가 뒷받침되었을 때 더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많은 무대를 경험해보면서 재밌게 일하고 싶다.

한 : 미술감독은 시청자, 관객 혹은 사용자에게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전시, 가상공간을 가리지 않고 어떤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본인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공간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미술감독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에 대해서도 해박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해 정확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 공연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무대, 퍼포먼스, 의상, 음향 등 수많은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마치 합창처럼 이 모든 요소가 각자의 자리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 미술감독은 무대를 통해 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관객과 시청자에게 그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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