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송국 PD가 유튜브서도 성공한 비결? ‘사피엔스 스튜디오’ 정민식·김민수 PD

김경일, 정재찬, 허태균, 김창옥, 김미경, 김지윤, 유수진⋯. 이름만 들어도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을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무대 강연자로 세운 이는 정민식 CP. 올해 25년차 베테랑인 그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함께하며 케미를 증명한 후배 김민수 PD와 지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론칭, 약 8개월 만에 62.4만 명(4월 27일 기준) 구독자를 끌어모은 것이다. 그들은 어쩌다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었을까? 대신 물어 드립니다!

방송국 PD들이 만든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

지식 큐레이팅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만든 정민식 CP(좌), 김민수 PD(우)가 CJ ENM 상암 본사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지식 큐레이팅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만든 CJ ENM의 정민식 CP(우), 김민수 PD(좌)

Q. 8개월 만에 구독자수 62만 명(4월 27일 기준)을 훌쩍 넘었다. 소감이 어떤가?

정민식 CP(이하 정 CP): 이렇게 빨리 구독자가 늘어날 줄 몰랐는데, 감사하다. 1996년 조연출로 시작해 CJ ENM에서 ‘스타 특강쇼’, ‘김미경쇼’, ‘어쩌다 어른’,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 인문학 콘텐츠를 만든 지 10년 정도. 디지털 플랫폼엔 처음 선보인, 인문학 콘텐츠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가 많은 사랑을 받아 좋지만, 한 인간으로서 슬프기도 하다. 사람들이 힘들 때 인문학에 기대는 게 아닐까 싶어서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기쁨,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김민수 PD(이하 김 PD): 구독자분들께 감사 드린다. 지식·인문학형 디지털 플랫폼으로 첫 시도인데, 좋은 콘텐츠라는 이정표가 되도록 책임감 갖고 열심히 만들고 있다. CJ ENM에 입사한 지 10년, 총 15년차다. ‘대학토론배틀’, ‘백지연의 끝장토론’, ‘수요미식회’ 등을 거쳐,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부터 정민식 CP와 함께하고 있다.

Q.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 CP: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이다. 출연진, 그리고 제작진. ‘어쩌다 어른’부터 인연을 이어온 강연자분들은 우리의 기획 의도를 잘 이해하면서 콘텐츠 구성도 함께해 준다.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또한, 후배 PD들, 작가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참 잘 해내고 있다. 기획 의도와 출연진이 전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자신만의 인사이트와 색깔을 덧입혀, 남녀노소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쉽고 재밌는 콘텐츠를 만든다.

김 PD: 보통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메인 PD를 필두로 몇몇 PD들이 한 개의 콘텐츠를 시간당 쪼개 편집한다. 그러나 ‘사피엔스 스튜디오’ 콘텐츠의 경우, 러닝 타임이 더 짧아 한 콘텐츠를 한 명의 PD가 책임지고 만든다. 주인 의식과 자부심 갖고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퀄리티가 더 좋다. 이 외에도 휘발되는 정보가 아닌,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우리의 장점이다.

Q. 레거시 미디어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다. 계기가 있다면?

정 CP: 미디어 시장은 계속 변화한다. 신문, TV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의 시청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그 자리를 디지털 플랫폼이 대체하고 있다. 플랫폼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 경험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에 빨리 도전하고 싶었다.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건 김민수 PD가 있어서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존재다.

김 PD: 여느 교양 PD들처럼 다큐멘터리스트가 꿈이었다. 지금은 교양과 예능의 경계에 있는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tvN만의 새로운 교양 스타일은 무엇일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 교양 콘텐츠의 가장 큰 딜레마는 대중성과 전문성의 사이를 어떻게 가져갈 건지에 대한 부분. 그 중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민식 CP님이 터를 잘 닦아 놓았다. 그 위에 ‘사피엔스 스튜디오’라는 집을 다시 짓기 시작한 거다.

우리가 콘텐츠에 담고 싶은 단 한 가지 ‘진정성’

지식 큐레이팅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만든 정민식 CP가 CJ ENM 상암 본사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걸터 앉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25년차 베테랑 연출자, 정민식 CP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Q. 유튜브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정 CP: TV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의 영상 문법이 다르다. 호흡도 빠르고, 앵글은 좀 더 단순화되고. 피드백도 빨리 받는다. 다행히 밀레니얼 세대 후배들과 함께하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배웠다. ‘어쩌다 어른’ 재방송을 가끔 보면, 내가 한 편집이 이젠 숨이 차게 느껴지더라. 벌써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해졌다. 다시 TV 콘텐츠도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이다(웃음).

김 PD: 저 역시 영상 문법이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제작뿐 아니라 편성과 관련된 부분도 많이 다르더라. 알고리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섬네일을 어떻게 써야 할지 등등. 디지털운영팀에서 작업해 주는데, 보면서 익히는 중이다. 또한, 숏폼과 롱폼 콘텐츠 양극단으로 나뉜 콘텐츠 타깃들에 어떻게 대응하고 만들어야 할지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Q. 최근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선보인다. 이유가 있나?

정 CP: 디지털 콘텐츠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할 때, 두 가지를 고려한다고 생각한다. 퀄리티와 진정성이다. 그래서 콘텐츠 수익을 따지기 앞서, 본질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문학은 사람을 이해하는 콘텐츠다. 퀄리티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우리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 유료 광고나 부가 수익에 대한 부분을 소비자들도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하지만, 콘텐츠의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김 PD: 매시업 콘텐츠가 있지만, 처음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목표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인문학 콘텐츠를 더욱 퀄리티 있게 선보이고 싶다. 그리고 OTT 서비스나 콘텐츠 산업으로 더 퍼져 나가길 바란다.

지식 큐레이팅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만든 김민식 PD가 CJ ENM 상암 본사 로비에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실무를 총괄하는, 15년차 김민수 PD는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늘 고민한다

Q. PD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 CP: 콘텐츠 안에 진심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아닌, 듣는 ‘나’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내용이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는 우리 것이 아니다. 결과물은 콘텐츠 소비자의 것이다. 그들이 ‘유익하고 재밌다’고 느껴야 한다. 후배 PD들에게도 가장 강조하고 있다. 릴리즈 직전에 소비자 입장으로 한 번 더 볼 것.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에겐 기본이다.

김 PD: 맞다. 민식 CP님이 하루에 두 번씩 말한다. “공급자적 마인드로 만들지 말고,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라”라고. 교양 콘텐츠는 아무래도 대중성이 낮다 보니, 소비자보다 제작자의 만족을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저 역시 인문학 콘텐츠의 열렬한 시청자로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재미와 유익 동시에 잡은 우리, 더 넓은 세계로!

지식 큐레이팅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만든 정민식 CP(좌)가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에 응하고 있고, 김민수 PD(우)가 이를 쳐다보고 있다.

Q. 5월 론칭하는 ‘tvN STORY’ 채널에서도 새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다른 도전인가?

정 CP: 신중년 세대를 타깃으로 ‘tvN STORY’라는 채널이 오픈한다. 그 중에 한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프리미엄 강독쇼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다. 한 분야의 책을 강독하면서, 중간중간 다른 분야 전문가 입장에서 재해석해 준다. 새로운 포맷일 거다.

TV 콘텐츠는 시청률 하향 곡선을 보이지만 사라지진 않는다. 유튜브의 숏폼 콘텐츠도 새로운 것이었지만, 이젠 기준이 됐다. 또, 미드폼, 롱폼으로 갈 수 있고, TV 틀어 놓고 유튜브를 보듯 유튜브를 들으며 딴짓을 할 수도 있다. 결국, 플랫폼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거다. 그 플랫폼을 채우는 건 바로, 콘텐츠.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가려는,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많은 기대와 시청 부탁 드린다.

지식 큐레이팅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만든 정민식 CP(우)가 김민수 PD(좌)가 조명이 켜진 녹화 스튜디오 장에서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Q. 마지막으로, PD로서 앞으로 계획을 소개해 달라.

김 PD: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콘텐츠가 오디오형 콘텐츠이긴 하지만, 비주얼 부분들을 더욱 멋있게 채우고 싶다. 자료 화면으로 나가는 것까지도 우리가 찍은 것으로 채우면, 그게 바로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형식. 오디오도 내레이터가 내레이션 하는 게 아니라 출연자가 모두 채우고. 이런 식으로 확장하는 게 OTT나 롱폼 콘텐츠로 가는 데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정 CP: 인문학 콘텐츠를 좀 더 긍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시켜 보고 싶다. 많이 공부하고 있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문학 콘텐츠를 만들 거다. 교양과 예능,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왔는데, 앞으로도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도전하고 싶다.

TV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교양과 예능을 가로지르며 콘텐츠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두 연출자. 그들에게 유튜브 플랫폼 연출이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성공 비결은 한결같았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이지만, 끊임없이 시청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나아간 것이다.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구독자 100만 명 돌파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사람을 들여다보는 인문학을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그들의 신박한 콘텐츠가 더욱 기다려진다.

채널 CJ의 새로운 소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