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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백혈병에 걸린 소년이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한다면 당신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생명을 앞세운 논리와 법체계를 따를 것인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판단에 손을 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소년으로 인해 감정의 변화를 겪는 자신의 본 모습을 마주할 것인가? 박지한 | CGV아트하우스 큐레이터 영화가 선물해준 빛나는 순간을 나눕니다 아동법, 그리고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는 엠마를 위해 탄생한 작품이다. 엠마가 대사를 내뱉자 모든 게 완벽했다.” -핀 화이트헤드(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아동의 양육과 관련한 사안을 판결할 때…… 법정은 아동의 복지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동법 (1989) 제1조 (a)항 ‘칠드런 액트’는 1989년에 제정된 영국의 아동법을 부르는 말이다. 아동법 1조 a항은 다루는 사건의 주요 안건이 아동의 양육과 관련된 경우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지점은 아동의 ‘복지’임을 명시하고 있다. 영화 <칠드런 액트>의 주인공 피오나 메이(엠마 톰슨) 판사는 이 법리에 의거해 판단을 내려온 베테랑 판사다. 그런 메이에게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백혈병 환자인 한 소년의 사건이 들어오고, 메이와 소년의 삶은 조금씩 조금씩 다른 측면으로 향해간다. 동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2014년 9월 동명의 소설 ‘칠드런 액트’를 발표했다. 판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친구인 전직 항소법원 판사 앨런 워드가 쓴 판결문을 읽은 이언 매큐언은 “부모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할 때 법정은 마지못해 사법부의 합리적 부모’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바로 내 무릎 위에는 개연성 있고 흥미로운 상황 속에서 복잡한 윤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현실의 인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고 작품의 집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원작자 이언 매큐언(왼쪽에서 두번째)은 <칠드런 액트>의 각본가로 함께 참여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언 매큐언의 이야기 대로, 소설은 종교적 신앙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청소년 환자와 그의 부모, 그들을 둘러싼 교단, 그리고 법리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법부까지 각종 주체들이 자기가 옳다고 믿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충돌하는 풍경을 그린다. 4년 뒤, 소설 <칠드런 액트>는 리처드 이어의 연출로 영화화 되었다. 원작 작가인 이언 매큐언은 2018년에 개봉한 <체실 비치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 하면서 직접 각본가로 참여했다. 원작이 가진 날카로우면서도, 동시에 사려 깊고 진중한 이야기는 원작자가 직접 쓴 각본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고 영화 언어로 번역되었다. ‘생명’을 앞세운 논리와 법체계가 언제나 ‘최선’? 수혈을 거부하는 애덤의 의중을 알기 위해 판사로서, 그리고 개인적, 이례적으로 병원을 찾아간 피오나 판사(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칠드런 액트>는 몇 가지의 층위에서 질문을 쌓아나가는 영화다. 사회규범과 윤리, 개인과 종교, 개인의 자유와 법적 안정성 같은 다층적인 층위에서,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쌓아 나간다. 작품에서 첫 번째로 제시하는,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한번 되돌아오는 질문은 특정한 신앙이 생명에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킬 때 법이 인위적으로 개입해 생명을 방어해 내는 것이 언제나 올바른가에 관한 질문이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소년 애덤(핀 화이트헤드)는 현재 17세 9개월의 나이다. 즉, 법적 성년인 18세에 3개월을 남겨두고 있다. ‘칠드런 액트’. 즉, 아동법에 해당하는 연령대인 것. 애덤과 그의 부모는 ‘종교적인 믿음’의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종교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이언 매큐언의 각본이 여기에서 보여주는 건 절묘한 균형감각이다. 믿음이 없는 사람이거나, 혹은 믿음을 가졌다 하여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 백혈병 환자의 부모가 자식의 ‘수혈’을 거부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 넌센스 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최대한 신중한 표현을 더하고 있지만, 아동학대의 측면에서 볼 여지마저 있다. 그러나, 과연 ‘생명’을 앞세운 논리와 법체계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인가? <덩케르크>에서 관객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예 핀 화이트헤드가 애덤 역을 맡았고,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언 매큐언은 어느 한 쪽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기 보다, 각자가 자기가 처한 상황과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들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준다. 직관적으로 보기에 이미 기울어져 보이는 각 주장들이 충돌하는 법정 장면에서 영화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애덤의 아버지가 병원 측 변호사와 벌이는 설전 장면을 길고, 자세하게 묘사한다. 병원 측 변호사는 공손하기 보다 경멸적인 태도로 소년의 아버지를 대함으로서 상대적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아버지의 신앙이 조금 더 진중하게 보이도록 안배하기도 한다. 소년을 통해 감정 변화를 겪는 판사의 드라마 <칠드런 액트>는 관객 자신의 삶과 사람에 대해 질문을 건네는 영화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인 피오나의 결론은 동일하다. “그의 존엄성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 소년의 안에 담긴 광활한 우주는 아직 충분히 발휘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소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은 그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라는 피오나의 판결은 영국 아동법이 명시하는 ‘아동의 복지’의 측면에서도 합치한다. 그리고, 이 판결이 행해지는 시점은 영화의 절반이 끝난 지점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 다음부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칠드런 액트>는 법리와 신앙 간의 사상투쟁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다시 삶이라는 기회를 부여 받은 소년과 이 소년으로 인해 감정의 변화를 겪는 판사의 드라마다. 이언 매큐언은 앞서 이야기했듯 사회규범과 윤리, 개인과 종교, 개인의 자유와 법적 안정성 같은 층위의 문제를 제기하는 틀거리로서 투쟁적 서사가 아니라 두 사람이 겪는 정서적 혼란과 감정적 흔들림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아주 기이한 형태로 구성된 멜로드라마처럼 보이는 순간조차 존재한다. <칠드런 액트>는 작품을 보는 것에서 감상이 완료되는 작품은 아니다. 종교와 인간, 법치주의와 신앙, 개인의 자유가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테두리의 범위 같은 질문들 앞에서 나는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관람자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까지도 감상의 시간에 포함해줄 것을 부탁하는 영화다. 어쩌면 <칠드런 액트>는 고통스럽고도 매혹적인 사색의 시간을 거친 사람들은 아마도 이전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담은 작품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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