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하우스 칼럼] 당신이 기억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은?

소위 ‘꽃미남’으로 경력을 시작하는 배우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얼굴 너머 연기력을 인정받고, 오랜 시간 영화계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를 생각하면 숫자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출연작 대부분이 흥행에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하면 그 숫자는 더 적어지고, 배우뿐 아니라 프로듀서로서 영화사를 설립해서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인물이라면 이제 손가락으로 헤아려야 할 차례다. 자신이 가진 인기와 명성을 활용해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배우. 그러면 딱 한 사람이 남는다.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그의 인생을 아우르는 대표작 5편을 오는 12일부터 CJ CGV에서 열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특별전에서 만나보자.

옥미나 아트하우스 큐레이터 사진

옥미나 | CGV아트하우스 큐레이터

영화로 사람과 세상에 대해 배우고 있지만, 갈 길이 멉니다

실존 인물 연기 장인의 시작점! ‘바스켓볼 다이어리’

영화 '바스켓볼 다이어리'의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극중 스틸 사진이다. 왼쪽에는 농구공을 의자 삼아 앉아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른쪽에는 교복을 입고 카메라를 쳐다보는 그의 모습이 담겨있다.
당시 국내 포스터에 이끌려 극장으로 몰려간 이모들이 많았던 ‘바스켓볼 다이어리'(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4살 무렵 CF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아역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10대 후반부터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또렷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의 작품들이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출연한 ‘이 소년의 삶’,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길버트 그레이프’, 그리고 스콜 칼벳 감독의 ‘바스켓볼 다이어리’다.

‘바스켓볼 다이어리’는 짐 캐럴이 쓴 자전소설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농구에 재능이 있는 소년 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겪는 방황과 유혹, 성장의 과정을 따라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불량스럽지만 천진한 소년의 얼굴부터, 친구의 죽음을 겪는 고통과 절망, 삶을 포기한 마약중독자의 눈빛을 거쳐 유혹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단단한 표정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이 겪는 삶의 굴곡에 따라 다양한 감정과 얼굴을 스크린에서 보여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실존 인물을 자주 연기한다는 경향을 이야기할 때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가상의 인물보다 예측 불가능한 실존 인물에 흥미롭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특히 실존 인물이 생존해 있는 경우에는 촬영 중간에 당사자에게 전화해서 장면의 감정을 묻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바스켓볼 다이어리’ 경우에도 원작자 짐 캐럴과 함께 뉴욕 밤거리를 경험하기 위해 클럽을 다녔다는 후문. 짐 캐럴은 본인의 역할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레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르며 그 완벽함을 칭찬했다.

레오 아니면 안돼!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수조를 사이에 두고 줄리엣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소위 ‘리즈 시절’ 대표작. 수조 너머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아직도 회자되는 장면(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토탈 이클립스’(1995)에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1996)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소위 ‘리즈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미 여러 번 영화와 연극으로 옮겨진 데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또(!) 영화로 만들기 위해 바즈 루어만 감독은 제작자인 가브리엘라 마티넬리에게 각색을 자유롭게 할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배경을 현대로 바꾸고, 현란한 편집과 파격적인 음악을 동원해서 거대한 뮤직비디오처럼 구성하고 싶다는 감독의 주장을 듣고, 제작자가 내세운 유일한 조건은 반드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로미오로 캐스팅하라는 것.

로맨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바로 그 순간, 관객들이 그들의 감정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로미오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줄리엣 역을 맡은 클레어 데인즈가 어항 너머 눈이 마주치고 OST ‘Kissing You’가 흘러나온 그 순간, 객석에 앉아 있던 모든 관객들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파국으로 치달을지언정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의 시작이라는 지점에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그는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되었고, 연이어 ‘타이타닉’(1997)이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청춘 스타의 자리에 오른다.

진지한 드라마로 연기 폭을 넓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영화 '레볼루셔러니 로드'에서 미국 중산층 가정의 가장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극중 아내 역을 맡은 케이트 윈슬렉과 함께 서 있는 장면이다.
꽃미남 배우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는 1950년대 미국 중산층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점점 파멸해가는 프랭크를 흡입력 있게 연기함(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팬들의 열광을 받는 ‘할리우드의 잘생긴 스타’ 자리를 거부한다. 쏟아지는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류의 시나리오를 거절하고 그는 역사극, 시대극,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진지한 드라마를 다루는 영화들을 선택하면서 ‘비치’(2000),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에비에이터’(2004), ‘디파티드’(2006) 등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나간다.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는 기획 단계부터 케이트 윈슬렛의 역할이 컸던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읽고 ‘에이프릴’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그녀는 먼저 당시 남편이었던 샘 맨데스 감독을 설득했다.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순과 파국이라는 소재가 ‘아메리칸 뷰티’와 유사하다고 주저하던 그가 마침내 연출을 수락한 다음, ‘타이타닉 커플’의 출연 성사를 위해서 다시 2년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타이타닉’의 흔적은 윌러 부부에게 집을 소개해주는 헬렌 기빙스 역(캐시 베이츠)에서도 다시 한번 드러난다. 그녀는 ‘타이타닉’에서 잭에게 수트를 빌려주는 귀부인으로 등장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두 사람 사이에서 미세한 균열을 발생시키고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되는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밀도 높게 묘사한 이 작품으로 케이트 윈슬렛은 제6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반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제6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그쳤다.

마틴 스콜세지의 새로운 페르소나, ‘셔터 아일랜드’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담은 장면이다. 이 장면에는 함께 출연한 마크 러팔로도 등장한다.
마틴 스콜세지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등극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마틴 스콜세지는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에 이어 ‘셔터 아일랜드’에 다시 한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한다. 로버트 드니로에 이어 마틴 스콜세지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선언한 셈. 이후 그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도 출연했을 뿐 아니라 현재 마틴 스콜세지가 제작 준비 중인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에도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소설에서 출발한 ‘셔터 아일랜드’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서사의 핵심을 쥔 인물로 등장한다. 전후 미국의 도덕적 공황과 불안, 새로운 의학 기술에 대한 망상을 바탕으로 고립된 섬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따라간다. 개봉 당시 미국 비평가들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과 비교하면서 거장 감독이 구축한 밀실의 광기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4전 5기! 오스카의 영광을 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휴 글래스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동물 가죽 옷과 지팡이를 짚고 설원을 가로지르며 아들을 죽인 법인을 잡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장면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오스카의 악연을 해피엔딩으로 매듭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아주 오래 ‘아카데미가 외면한 배우’ 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길버트 그레이프’(1993), ‘에비에이터(2004),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 ‘더 올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까지 번번히 수상에 실패하면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농담이 되었던 것. 세간에는 그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오스카에서 수상할 만한 작품’이라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가 오스카를 수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나는 상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 라고 밝혀야 했으니 본인에게도 몹시 성가신 소문 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것이 바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에서 디카프리오는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실존인물인 휴 글래스를 맡았고, 광활하고 거친 야생에서 생존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고약한 할리우드의 농담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운 방식으로 털어낸다. “우리가 지구에 산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맙시다. 저 또한 오늘밤 이 영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잘생긴 배우, 할리우드의 스타의 자리에 안주하는 대신, 배우가 할 수 있는 일, 영화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고, 더 나아가 인간이 지구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 성실하고 꾸준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매번 지지하고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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