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은 과학이다] 비비고 김치의 맛을 살리는 비밀은 포장?

식품은 과학이다 - 식품은 과학이다 칼럼은 맛있는 제품이 우리 식탁으로 오기까지 식품 산업 벨류체인에 숨겨진 첨단 기술, R&D 투자 스토리 등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이제 ‘엄마표 김치’보다 ‘사서 먹는 김치’가 더 익숙해진 시대다. 이미 포장김치 시장은 약 2,800억원대에 육박했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상반기 김치 국내 매출은 전년대비 20% 넘게 성장했다. 김치 없인 못사는 민족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포장! 포장 하나로 맛과 건강까지 살리는 이 놀라운 기술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CJ제일제당 이병국 님 사진

이병국 | CJ제일제당 패키징 Development팀

식품 포장에도 맛을 지키는 수많은 비밀이 있습니다

새로운 김치 포장을 만들어라!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와 비비고 나박김치 용기 이미지
생김새부터 남다른 비비고 김치 용기

1988년부터 시작된 국내 포장 김치 산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1~2인 가구의 증가, 간편성, 경제성, 합리성 등 식문화 트렌드에 맞춰 지속적인 발전을 해왔다. 김치 시장 성장에 발맞춰 지난 2016년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를 론칭했다. 당시 ‘하선정’ 김치 브랜드가 있었지만 메인 브랜드도 아니었고, 매출도 크지 않았다. 포장 역시 타사와 다를 바 없는 동일한 형태였고, 아주 값싼 플라스틱 필름을 싼 꽁지머리 형태 아니면 일반 스탠딩 파우치가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를 비롯해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포장 형태, 즉 용기형 김치를 만드는 미션이 떨어졌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용기 개발에는 다수의 노하우가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넘어야 산이 많았다.

김치는 변화무쌍하게 살아 있다!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와 함께 차려진 흰쌀밥. 도마 위에는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는 그릇에 보기 좋게 담겨있고,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말린 고추도 놓여져 있다.

본격적인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직접 담당 연구원들을 만나 김치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치에 사용되는 배추가 봄, 여름, 가을 배추의 재배온도 및 환경 특성이 달라서 부피는 계절마다 다르고 발효식품이라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 그 양도 제각각이면서 매일 동일한 양을 배출하는 것도 아니고 4,5일 후부터 15일까지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 부풀어 오르고 발효가 끝나면 숨이 죽는다. 또한 표면에 산소가 있으면 효모가 피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

당시 개발 초기 단계에서 용기는 ‘Rigid’하기 때문에 내용물 부피는 정확해야 하고 유통을 위해서는 밀봉을 시켜야 하며 냉장 유통이라서 저온에 강해야 된다는 등의 기본 설정을 세웠다. 하지만 김치의 특성에 따라 모든 걸 다시 설정해야 했다.

머리가 아파왔고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살균을 하면 그 살균 온도에 변형이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용기 제작을 하면 되고, 냉동이면 냉동 조건에 파손이 되지 않도록 내한성을 갖춘 개발을, 액체면 잘 나올 수 있도록, 분말이면 굳지 않도록 하면 된다는 그동안의 경험은 이번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 김치는 말 그대로 흔한 음식이면서 액체도 고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살균이나 냉동하는 것도 아닌 변화무쌍한 살아있는 식품 그 자체였다.

과학과 전통에서 해답을 찾다!  

과학적인 요소를 결합해 만든 비비고 김치 용기. 항아리를 형상화한 용기와 뚜껑에는 태극형상 가스빼기 구조로 가스 유로 1way 밸브, 알루미늄 실링지, 실링면, 하단 엠브레인 필터 부착 등 과학에 근거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용기 안에 숨겨진 놀라운 과학!

개발자로서 우선 김치 특성을 이해하고 하나하나 개선하는 방향을 세우고, 실험을 거듭하며 김치 담당 연구원들과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 회의 이후 산재한 문제들로 인해 수없이 화도 나고, 잠도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도 이런 시행착오 끝에 ‘과학’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용기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은 발효 후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었는데, 이는 용기 윗부분을 좁아지게 하는 라운드 형식을 구축, 용기 측면에서 잡아주도록 했다. 발효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문제는 ‘1 way 밸브(One Way Valve)’ 개발로 해결했다. 이를 통해 바깥에서 공기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내부에서 발생되는 가스만 배출하게 했다. 산소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변조방지도 도모하기 위해 ‘알루미늄 실링지’를 사용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가스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며 내부 액체(김치국물)의 누액은 방지하는 신소재 ‘멤브레인 필터’를 식품용으로 개발 적용했다. 내용물을 눌러주면서 김치와 산소의 접촉을 막아주어 효모 발생을 억제하고, 국물 김치의 경우 국물에 내용물이 잠기게 하여 김치의 탄산감을 높이는 투명 ‘누름판’을 고안 설계 적용했다. 내용물의 밀폐를 돕고 밸브에서 방출된 가스를 바깥으로 배출해주는 역할을 하는 ‘캡’도 개발했다.

비비고 김치 용기는 조상의 지혜를 포장 과학으로 재현했는데, 한국 민속촌 전통 옹기의 형상을 가져왔고, 옹기의 숨쉬는 기능을 첨단 과학으로 구현했으며, 신선로의 형상을 가져와 만든 김치 누룸판, 그리고 세계 문화유산인 종각의 삼택극을 가져와 만든 비비고 김치 캡의 가스채널을 들 수 있다.

구조와 기능적으로 완벽한 솔루션을 찾고 나니 용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한국의 멋을 담아 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이를 위해 김장독을 연상케 하는 전통 항아리를 착안했다. 우선 용기는 항아리 형상으로 김치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 심적 미적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였다. 캡의 색상도 항아리와 동일한 색상을 적용하였다. 다른 것들도 한국의 전통을 부여하고 싶어 고민하였다.

비비고 김치용기 속 누름판 또한 우리나라 전통과 과학이 접목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이미지. 항아리를 형상화한 용기를 비롯해 누룸판 국물튐 방지 구조, 누름판 결착 구조, 김치 국물 빠짐 구조, 신선로 형태의 누름판, 가스빼기 구조, 누름판 손잡이 등이 설명되어 있다.
우리나라 전통과 과학이 접목된 누름판

그 중 하나가 바로 누름판. 우리나라의 전통을 부여하자는 취지에 맞춰 궁중 음식이면서 고급 음식을 대표하는 신선로를 모티브 삼아 설계 및 디자인을 했다. 뚜껑 안쪽의 가스빼기 구조는 십자형 구조 대신, 태극무늬를 적용했다. 특히 한국 전통의 태극은 음양의 양태극이 아닌 천, 지, 인을 뜻하는 삼태극의 의미를 담아 삽입했다. 이처럼 한국 대표음식인 김치에 전통과 과학이 결합을 한 포장으로 감싸주니 K-FOOD의 완결체가 이룰 수 있었다.

수많은 노력 끝에 완성한 비비고 김치 용기는 국내 및 세계 패키징 어워드에 출품되었고, 2017년 ‘Dupont Packaging Awards’에서 비비고 김치가 금상을 수상했다. 발효식품 제어 기술로 수상한 건 비비고 김치가 최초. 여기에 Korea Star Awards, World Star Awards에서도 수상을 하며 3관왕이란 영광을 얻었다.

김치 포장에 이런 과학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한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맛있는 김치를 더 맛있고 신선하게 소비자들이 먹을 수 있도록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다. 김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품에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우리들은 맛과 함께 과학을 먹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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