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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벨만스> 스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는 꿈이란다. 잊히지 않는 꿈. 보고 나면 너도 모르게 활짝 웃고 있을걸.” 난생처음 극장에 가게 된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 하지만 새미는 어두컴컴한 극장에 들어가길 꺼린다. 그러자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새미에게 극장에서 마주할 영화의 의미를 알려준다. 미치의 말대로 새미는 커다란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 생생하게 펼쳐진 기차 충돌 장면에 흠뻑 매료된다.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벨만스>(2023)의 한 장면이다. ‘잊히지 않는 꿈’.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의미는 이 대사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현실 너머 상상의 세계에 존재한다. 그러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우리는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온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낯설면서도 짜릿한 기분과 감동 덕분인지, 극장에서 본 영화는 유독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잊히지 않는 꿈을 꾸기 위해. 김희경|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자 영화평론가, 한국영화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중문화 산업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다. 극장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K무비 열풍 영화는 태생부터 그랬던 것 같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이란 세계 최초의 영화를 한 카페에서 상영했다. 사람들은 달려오는 기차 영상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고 일부는 겁을 먹고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130여 년의 유구한 세계 영화사는 이처럼 극장이라는 하나의 공간, 대형 스크린, 그 안에서 긴장과 감동을 공유하는 집단적 체험을 바탕으로 이어져 왔다. 1998년 CGV강변 매표 창구 100년 역사를 가진 한국 영화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영화의 발전은 극장의 발전과 함께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강변이 생긴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극장 산업은 이때부터 국내 최대 극장사업자인 CJ CGV를 포함한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멀티플렉스의 초고화질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에 매료된 관객들은 극장을 꾸준히 찾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국 관객들의 영화 보는 안목은 나날이 높아졌고, 감독들은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을 중심으로 일어난 K무비 열풍은 그렇게 극장, 관객, 감독이 오랜 시간 앙상블을 이뤄 달성해낸 눈부신 성과였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본다면…. 팬데믹 확산과 OTT의 등장은 극장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극장은 그동안 사람들이 자주, 쉽게 가는 공간으로서 ‘일상’의 영역 안에 있었다. 그러다 특별한 날, 특정 한두 작품만을 보러 가는 ‘이벤트’의 영역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리성과 효율성을 중점으로 하는 OTT의 특성엔 영화보다 드라마가 잘 맞는다. 여러 회차에 달하는 드라마를 집중해서 몰아보려면 무엇보다 편안한 상태에 있는 것이 좋다. 집에서 혼자 OTT를 통해 동시 공개된 드라마 여러 회차를 밤새 몰아보면 되는 것이다. CGV용산아이파크몰 IMAX 영화는 얘기가 다르다. 드라마와 달리 총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극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느껴지는 설렘과 긴장감,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영화의 압도적인 비주얼, 다른 관객들과 공유하는 감동과 전율까지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영화를 완성한다. OTT 드라마를 보듯 영화를 감상하면, 영화를 온전히 알고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OTT로 영화마저 빨리 감기로 보는 문화에 대해 “영화를 빨리 감기를 하거나 건너뛰는 사람들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필요한 정보가 대사나 내레이션으로 모두 나온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예를 든다. 아무도 없는 방에 얼음이 다 녹지 않은 채 마시다 만 위스키 잔이 있다면, 그것은 ‘위스키를 마시던 사람이 방을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을 나타낸다. 하지만 OTT로 속도를 빠르게 해서 영화를 보거나, 몇몇 장면을 건너뛰면 이 같은 주요 복선과 장치들을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영화를 정말 봤다고 할 수 있을까? 극장의 변신, 그리고 다시 ‘일상’의 영역으로 다행히 극장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영화관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OTT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대체불가의 영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특별관이 인기를 얻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용아맥(용산 아이맥스)’, ‘영스엑(영등포 스크린엑스)’ 등 CJ CGV의 유명 특별관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CGV신촌아트레온 클라이밍짐 PEAKERS 극장의 적극적인 변화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극장은 더 이상 극장을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영역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공간의 성격을 ‘멀티플렉스’에서 ‘컬처플렉스’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요즘 극장에선 영화뿐 아니라 K팝 공연 라이브 실황, 오페라, 뮤지컬, 스포츠 중계 등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감상에서 나아가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CGV가 영화 상영관을 개조해 만든 스포츠 클라이밍짐 ‘피커스’는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크린으로 명화를 보며 미술 이야기를 듣는 등의 각종 강연 프로그램도 매진 행렬을 벌이고 있다. 극장에서 꾸는 영원한 꿈, 영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고물가 시대에도 극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여가 공간으로 꼽힌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22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이용하고 싶은 여가 공간’으로 극장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8.4%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공연장, 카페, 식당 등을 모두 합친 결과다. 이에 힘입어 극장 산업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CJ CGV는 올 상반기 처음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영화 관람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 가격 적정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 평균 관람가는 국내 총생산(GDP) 상위 20개국의 평균 관람가 순위에서 중간인 10위에 머물렀다. 적정 수준의 영화 관람료는 K무비의 가치 상승과 직결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영화관이 관객으로부터 받는 요금의 절반 정도는 극장 운영에 쓰인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투자·배급·제작사가 나눠 갖는다. 제작비가 치솟고 있는 힘겨운 상황이지만, K무비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극장 요금이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CGV영등포 ScreenX “나는 사람들이 내 영화를 이해하기 전에, 내 영화를 느끼길 바란다.” 영화 <아마도 악마가>, <돈> 등을 만든 프랑스 출신의 감독 로베르 브레송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오롯이 영화를 느끼기 위해선 커다란 스크린을 가진 극장이라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도 극장은 영원할 것이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계속 잊히지 않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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